[Review]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 - 다양한 행복의 형태에 대해

당신의 행복의 모양은 무엇인가요?
글 입력 2021.04.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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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언제 행복을 느끼나요?" 학창 시절 교수님께서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신 적이 있다.

 

그때 곰곰이 생각하여 답한 것들로는 '할 일을 미루지 않고 잘 마쳤는데 아직 초저녁이라 충분히 놀아도 늦지 않게 잘 수 있을 때', '내가 뱉은 말이 사람들을 기분 좋게 웃길 때', '날이 선선한 오후. 조용한 버스 안에서 바깥의 풍경을 구경하는데 순간 좋아하는 노래가 이어폰을 통해 연달아 나올 때' 정도가 있었다. 수업을 듣는 또 다른 이는 행복을 자려고 누울 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도 없는 상태라고 답했고, 누군가는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는 평정의 상태를 행복이라 정의했다.

 

이를 찬찬히 생각해보면, 행복이란 저마다에게 다른 크기와 모양으로 존재하고, 생각보다 참 자세하다.

 

<소소하지만 위대한 50가지 인생의 순간, 행복을 부르는 지구 언어>는 이렇게 다양하고 상세한 행복을 뜻하는 세계 각지의 수많은 단어를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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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의 아이들은 단어 사용의 폭이 좁아, 이전 세대의 사람들보다 표현력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한다. 부모님들의 연애편지 속 종종 볼 수 있던, 그들의 추억이 서린 낭만스런 단어들은 "오글거린다"라는 표현이 생긴 이후 묵음 되었고, 그 자리엔 눈 깜빡하면 옛날 것이 되어 버리는 일회성 유행어가 자리 잡았다.

 

이 책은 이같이 단어의 멸종 시대를 사는 현재 사람들에게 다양한 표현으로 자신의 감정을 나타낼 수 있게 이끄는, 마치 삭막한 단어의 사막 속 오아시스같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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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서는 스웨덴어, 하와이어, 산스크리스트어 등으로 각지의 사람들이 보고 느낀 행복을 단어로 만든 것을 설명하는데, 특히 좋아하고 내 행복의 가치관과 일치했던 단어들이 있다.

 

먼저 자연에서 얻는 행복을 묘사하는 스웨덴어 중 '스물트론 스텔레 (smultronstalle)'라는 단어이다. 스물트론 스텔레는 '야생 딸기가 있는 곳'이라는 뜻으로, 눈에 잘 띄지 않는 소중한 장소를 통틀어 가리키는 말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미트 스물트론스텔레는 '나의 은신처' 혹은 '나의 특별한 장소'라는 뜻으로, 집에 있을 때처럼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을 의미하여 집과 행복을 연관짓는 스웨덴인들의 문화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 단어가 좋다 느낀 이유는 어렸을 때 엄마와 언니, 남동생과 함께 뒷산을 오른 기억 때문이다. 산을 오르는 걸 극도로 싫어했던 나는 힘든 산행길을 상상하며 지레 겁이 났었는데, 생각보다 등산 코스가 짧아 힘들지 않았고 걸음을 멈춰 산 속에 숨은 산딸기를 찾아 건네준 엄마와 그것을 신나게 받아 먹던 삼남매의 천진한 모습은 아직도 마음 한 켠에 상영되고 있는 감정이다.

 

이 감정이야 말로 나에게는 특별한 장소이자 아늑한 은신처로도 설명될 수 있기 때문에, 책에서 이와 관련된 단어를 본 순간 반가운 감정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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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는 '아트만(atman)'이라는 산스크리스트어다.

 

아트만에는 두 가지 뜻이 있는데, 바로 '진정한 자아'와 '호흡'이다. 진정한 자아와 호흡이 무슨 연관이 있나, 동음이의어 같은 느낌인가 했지만 알고보면 거의 같은 뜻이라고 볼 수 있다.

 

아트만은 영속적이고 본질적인 자아를 가리키며, 이는 하나의 영혼이 여러 개의 임시 육체에 머문다는 불멸의 영혼이라 뜻한다. 본질적 자아와 가장 가까운 것이 우리를 살아 숨 쉬게 하는 우리 존재의 중심, 심장이라고 하는데 이로부터 박동하는 고유의 리듬은 자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이것을 '호흡'이라고 부른다.

 

일전 심각한 번아웃을 경험했다. 몰아치는 일정과 불쾌함이 섞인 인간관계 속에서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무시한 채 숨도 고르지 않고 살다, 결국 참아왔던 숨들이 뻥 하고 터져 버렸다. 이 경험은 나를 돌보는 계기가 되었고, 시간을 내어 내 자아를 들여다보는 명상을 하기 시작했다.

 

내가 들이마쉬고 뱉는 호흡과 그것이 어디로 흐르고 내 몸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찬찬히 살펴보는 이 행위는 신기하게도 혼란스런 나의 마음을 가라앉게 했는데, 어떤 원리가 있나 궁금했었다. 책을 통해 나의 궁금증도 해결하는 한편 호흡의 중요성을 한 번더 일깨우고, 다시금 바쁜 일상에 숨 쉬는 법을 잊은 나를 중심으로 잡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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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잃으며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소중한 글과 일러스트가 내 마음을 행복한 쪽으로 이끌었다.

 

또한 이 세상에는 예쁜 단어가 참 많으며, 이것을 느끼고, 타인과 행복을 공유하려 고심해서 만들었을 저 너머의 사람들의 마음이 아름답다. 앞으로는 그저 "좋다" "재밌다" "행복하다" 라는 보편적인 단어들보다, 나만의 행복을 형태를 만들고 다양한 단어로 표현해보아야겠다.

 

그리고 독자분들도 이 책을 읽고 자문해 보길 바란다. "나의 행복은 어떤 모양인가?"

 

 

[정은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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