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책상' 덕분에, 저는 늘 평안합니다. [공간]

오롯이 혼자서 평안히 누릴 수 있는 공간, '책상.'
글 입력 2021.04.16 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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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작가들이 매주 소재 고민을 하는 것처럼, 필자 또한 에디터가 되고 나서 정말 매일 오피니언 소재를 고민한다.

 

의식적으로 찾아 나서지 않으면, 필자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꽁꽁 숨겨져 있기만 할 여러 생각들을 꺼내어 오피니언의 소재로 정한다. 그러다 아트인사이트의 오피니언 카테고리를 보던 중, 이번 주는 ‘공간’이라는 카테고리가 필자의 눈에 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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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에 대한 글을 쓰려면, 무엇을 써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고 ‘공간’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싶을 정도로, 공간에 대한 생각은 새삼스러운 것처럼 느껴졌다.

 

필자가 지금 앉아서 글을 쓰고 있는 카페도 필자가 일시적으로나마 점유하고 있는 공간이다. 공간을 점유한다는 것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뜻이고, 나아가 ‘공간을 차지하는 것과 공간을 누리는 것은 다른 것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을 ‘누린다’는 것은, 공간을 차지한다는 것과 분명히 다르다. 그리고 그 차이는 ‘그 공간에서 머물 때 평안함을 느끼는지’의 차이일 것이다.

 

필자는 편안함과 평안함은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편안함은 신체적인 안정감에 가깝고 ‘평안함’은 정신적인 안정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요소가 신체적인 요소보다 얻기에 일반적으로 더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필자에게 평안함을 주는 것들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하고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값비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필자에게 평안함을 주는 공간은, 필자가 가장 안락하게 그 공간을 누리는 곳은, 필자의 방 안의 ‘책상’이다. 책상에서 필자는 가장 많은 일들을 해 왔고,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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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책상 위에서 필자는 학창 시절의 모든 공부를 해 왔다. 그리고 성인이 되기 이전의 필자의 대부분의 마음의 성장은 필자의 책상 위에서 일어났다.

 

하루에 할 일들을 스터디 플래너에 적어 놓고, 그것들을 책상 위에서 해 가면서 ‘스스로의 힘으로 무언가를 계획하고, 실행하는 것’을 난생 처음으로 이루어 나갔다. 그리고 그것은 필자의 소중한 과거가 되었고 필자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책상 위에서 공부를 한 시간들보다 ‘일기를 쓴 시간들’을 더 사랑한다. 일기를 쓴 시간들을 생각하면, 일기를 쓰며 여러 감정을 겪어 내던 필자 자신의 모습이 생각나 애틋하고 아린 마음이 든다.

 

하루에 든 여러 생각들, 만난 여러 사람들, 그 사람들과 나눈 대화들, 그 대화들을 나누며 들었던 감정들, 배운 여러 가지 것들… 모든 것들이 필자의 일기장에 적혀 있다.

 

너무나 행복해서, 어딘가에 어서 써 놓지 않으면 다 휘발될까 얼른 일기장을 펼치고 입가에 은은한 미소를 머금으며 서둘러 일기에 나를 행복하게 만들었던 것들을 써 내려갔던 시간들.

 

내가 아무리 노력해도, 오직 ‘흘러가는 시간’만이 찬찬히 스며들어줘야 해결될 수 있는 일, 즉 ‘나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음을 깨닫고, 다소 회의적이고 미지근해진 마음을 묵묵히 일기장에 담았던 시간들.

 

그 날, 그 사람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평생 동안 생각해보지 않았을 관점을 한 사람과 대화를 나누며 경험하고, ‘대화는 한 세계와 다른 세계가 만나는 일’임을 정말 ‘몸소’ 체험하며 놀라운 깨달음과 감사한 마음을 적었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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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심을 잡지 않고 균형을 잃어버리면, 수많은 가치 판단의 홍수에 아무도 모르게 휙- 휩쓸려 가버릴 세상 속에서 필자가 비틀거려도 침착하고 고요하게 내적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필자의 ‘일기장’이고, 그 일기장을 가장 편안하고 안락하게 쓸 수 있게 해주는 공간인 필자의 ‘책상’이다.

 

다른 사람으로부터 단 한 발자국의 생각의 침범도 받지 않고 오롯이 필자 혼자만이 ‘누릴 수 있는’ 공간. 그 공간이 바로 책상이다. 책상이 필자에게 주는 것들에 비하여 책상에 대한 생각을 그간 도통 해보지 않은 듯 해서, 많은 반성을 하였다.

 

일상 속에서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것들을 생각의 손으로 다시 잡아 찬찬히 들여다보게 해주는 것이, 자유롭게 다채로운 주제의 오피니언을 쓰는 일의 진정한 힘이 아닐까 생각한다.

 

필자의 여러 힐링 방법들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밤에 책상에 앉아서 일기 쓰기.’ 이것은 필자에게 안락함을 주는 아담하고 소중한 공간인 ‘필자의 책상’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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