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알아요? 어른들은 몰라요 [영화]

글 입력 2021.04.1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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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양역, 부천역, 수원역. 종종 지름길을 향하다 그들을 마주했다. 그럴 때마다 최대한 빨리 그들에게서 시선을 거두었다.

 

저들은 눈에 걸리는 아무에게나 해를 끼칠 것이라는 제 편견과, 엮이고 싶지 않다는 외면이 더해 만든 행동이었다. 그때 당시엔 나름의 당위성은 쥔 채였다. 학창 시절, 나는 제2의 박화영과 김세진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본 학생이었다. 회피와 외면, 학생의 나와 어른의 나는 꾸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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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작품 <박화영> 포스터

 

 

<박화영>은 속이 꽤 메슥거리는 영화로 기억한다. 지나치게 현실적이어서, 그들의 생태계를 지켜보며 몇 번이나 명치를 꽉 눌렀다. 골목길 어귀에서 마주쳤던 수많은 아이들, 저들만의 세계이니 끼어들지 말자며 비웃음 섞인 눈빛을 보내는 우리들이 떠올랐다.

 

<어른들은 몰라요>는 <박화영> 속 한 인물인 세진이의 세계관을 펼친다. 그들의 세상을 펼쳐 낱낱이 들이밀던 <박화영>을 지나, 그들의 세계 안에서 존재하는 어른들에 대한 시선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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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어른의 관점에서 보면, 영화 속 세진이는 답답한 데다 줏대가 없고, 멍청한 탓 쉽게 이용당하는 아이로 여겨진다.

 

‘보통 어른’의 관점이라면 꽤 간단한 인물이다. 웃을 상황이 아닌 데서 가볍게 행동해 여지를 주고, 자신이 벌인 결과물에 세상 탓을 하는 전형적인 비행 청소년. 쉽다. 여기서 스스로가 자초한 데다 떨치기 힘든 결과물이 된 새로운 인물이, 그녀가 가진 아기다.


흔한 어른이 가진 생각을 내려놓고자 했다. 제목부터가 ‘어른들은 모른다’길래, 어른이길 포기하고 같은 아이가 되어 공감하려 애를 썼다.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다. 아이를 지켜내지 못하고, 지켜낼 생각조차 없어 보이는 어른들을 봤다.

 

오히려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를 성적으로 이용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자신의 불행 포르노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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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로 위장한 학대와 방치를 감행하는 집과 학교를 벗어나, 세진이는 거리로 향한다.

 

어디서도 얻지 못했던 절대적인 신뢰는 그곳에서 온다. 어른들이 가장 위험하다고 말하는 장소들에서. 우연히 마주한 네 명은 서투르지만 단단하게, 논리는 부족하나 명목은 가진 채로 온 동네를 헤집는다. 낮보단 밤, 빛이 잘 드는 자리보다 어둡고 습한 자리로 들어선다.


거리의 장면이 넘어갈 때마다, 이렇게까지 주인공의 눈치를 본 적이 있나 싶어 스스로가 우스웠다. 또, 저런 삶을 사는 아이를 이렇게까지 유심히 바라본 적이 없었다는 걸 알고 마음이 저렸다. 주인공의 이름을 거리낌 없이 ‘세진이’라 일컫는 것 또한 그녀에 대한 감정이 덧붙여진 탓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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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반은 성공하고, 반은 실패했다고 했다. 세진이의 감정은 어느 정도 이해했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다 경찰서에 갇힌 세진은 해사한 얼굴로 말한다.

 


“어차피 저런 아저씨들 있으면 우린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데. 우리도 살아야 되잖아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본인 탓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이 자신의 탓이 아니라는 걸 안 그 애는, 역설적으로 스스로를 해친다. 세상에 대항해 본인이 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반항이 자해라니. 이것 또한 내가 몰랐던 그들의 외침이었나.


세진이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것에 실패한 나머지 반은, 그 애의 동생에 있었다. <어른들은 몰라요> 안에서 가장 큰 어른은 중간 어른을 학대하고 이용하며, 그 아래에 아이들 사이에서의 어른은 그중 최하위 서열을 가진 아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세진이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런데도, 세진이는 자신의 동생을 학대한다. 방치하고, 부정적인 면모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공허한 눈으로 마주한다.

 

 
“힘들어? 앞으로 더 힘들어.”
 

 

언니를 위해 울며불며 경찰서로 내달리던 어린 동생, 평소와 다른 언니의 모습에 몇 번이나 뒤를 돌아봤던 동생. 어쩌면 다른 종류의 학대가 아니라, 세진이 겪어온 어른들처럼 무작정 힘을 내, 잘 살아 하는 말을 건네지 않은 것이 유일한 가족에 대한 애정에 기반한 것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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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는 안다. 우리가 모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뿐이지만, 무지를 직감하는 것으로도 큰 발전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이 영화 속에서, 혹은 거리에서, 우리가 모르는 게 어떤 것인지 찾아볼 차례가 아닐까. 감정적인 이해와 교감뿐만이 아니라, 혀를 차는 상황을 생각지도 않게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

 

세진이를 위해 옛적 나의 생각과 행동을 되짚는다. 우리가 아이였을 땐, 무엇이 그렇게 서러워 “어른들은 몰라”라고 말했을까.

 

 

[이민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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