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군가를 열렬히 좋아한다는 기쁨 [문화 전반]

너의 팬이 된다는 것의 뭉클함
글 입력 2021.04.13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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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틀면 어떤 아이돌 그룹이 전 세계를 돌며 월드 투어를 하고, 또 다른 그룹은 세계적인 셀러브리티들이 나오는 토크쇼에 출연한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유명세를 누리는 연예인들에게는 평생 떼 놓을 수 없는 동반자가 존재하는데, 바로 그들의 ‘팬덤(fandom)’이다.

 

‘팬덤’은 특정한 인물이나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사람들 또는 그러한 문화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하지만 팬덤은 주로 지배적인 가치 체계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화 양식들에 자주 결부되었다.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취향은 계급이라고 지적했지만, 우리는 계급 비판은 금기시해도 취향 비판은 비교적 자유롭게 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스타의 팬덤을 업신여기는 문화는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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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디어 학자 헨리 젠킨스는 팬덤을 단순히 상품을 소비하는 일반 수용자들과 달리, 지배적 헤게모니 문화에 도전하며 스스로에게 권력을 부여해 창조적 생산활동을 하는 공동체이자, 참여적 하위문화로 파악했다. 팬덤은 ‘정보 관리자’이자 ‘취향 개발자’, 문화 생산과 유통에 참여하는 생산 소비자로서 활동한다.


팬들 스스로 팬픽이나 팬아트 등의 창작물을 통해 문화 생산의 주체가 되는 현상 또한 빈번히 관찰할 수 있다. 이들은 내적 결속을 통해 스스로 사회적, 집단적 정체성을 구성하며 이 과정에서 팬덤 고유의 문화 자본이 형성된다.

 

팬덤 문화 내에서 과열된 양상 또한 쉽게 발견될 수 있지만, 이를 해결하기 위한 주체적인 자정 노력 또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여성들의 덕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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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을 비하하는 단어인 ‘빠순이’의 문제는 곧 여성의 문제이다. 취향에 급을 매기려 드는 사람들은 여성 수용자에 의해 흥행을 거둔 대중문화를 폄하하기도 한다. 특히 기혼 여성 팬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아이돌의 기혼 여성 팬덤을 비하하는 여론은 온라인 상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혼 여성 팬덤은 ‘젠더’와 더불어 ‘나이’라는 이중 장벽을 지닌다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에, 여성을, 특히 ‘아줌마’라고 일컫는 기혼 여성을 대중문화 산업의 상업성에 아무런 비판의식 없이 놀아나는 존재로 평가하는 시선이 가지는 몰이해와 편견이 얼마나 폭력적일 수 있는지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기혼 여성 팬덤은 육아, 가사 부담 등을 떠맡는 현실 속에서 팬덤 활동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해 주었다고 말한다. 한국 사회에서 기혼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의 어려움은,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함께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이것은 우리 엄마들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여성들의 문제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기혼 여성 팬덤은 이전에는 스스로를 엄마, 주부로서 자신을 규정해왔지만 팬덤 활동을 통해 누군가를 열렬히 애정하는 '나'를 찾아갈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뿐만 아니라 팬덤을 중심으로 형성되는 일종의 공동체, 그 안에서의 관계성 또한 기혼 여성 팬덤의 핵심 요소이다. 이들에게 팬덤 활동은 나만의 취미를, 나를 위한 시간을, 활동 공간의 확장을, 새로운 관계성을 만들어낸다.

 

하지만 아직도 기혼 여성 팬덤 문화는 가사와 육아의 활력 정도로만 여겨지기도 하고, 스타를 향한 애정을 통해 자아를 찾아야 하는지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 또한 제기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혼 여성이 가지는 복합적 스트레스와 불안을 가볍게 여기는 이 사회에서, 팬덤 문화가 여성들에게 정서적 위로를 제공한다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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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덤은 능동적으로 생산 활동을 하는 하위문화일 뿐만 아니라 참여 문화를 확산하고 문화의 주체로서 문화 산업에 개입한다. 그뿐만 아니라 결코 ‘개인의 영역’에만 머물지 않고, 공동체를 형성하며 나의 존재를 발견하는 ‘사회적인 영역’으로서의 팬덤 문화를 영위해 나간다.

 

팬덤 문화 내에서 파생되는 부작용과 결점은 완벽히 해결할 수는 없겠지만, 스타의 얼굴로서 스스로 자정하려 노력하는 문화 또한 팬덤 내에 잡혀가고 있다.

 

팬덤 문화란 그저 ‘빠순이’로 상징되는 무가치한 문화가 아니라, 집단적 삶의 심연에서 만들어지며, 스타와의 상호적이고 열렬한 사랑과 지지로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는, 그 자체로 가치 있는 문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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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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