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타인의 친절 - 우리는 모두 누군가가 필요하다.

글 입력 2021.04.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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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원 데이>, <언 에듀케이션>으로 국내에도 유명한 론 쉐르픽 감독이 6년 만에 국내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타인의 친절>은 낯선 뉴욕에서 저마다 길을 잃은 여섯 남녀가 오래된 러시아 식당에서 만나 각자의 희망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작품의 전체적인 배경은 뉴욕으로, 화려하고 광활한 뉴욕에서 길을 잃기도 하고, 길을 헤매기도 하면서 점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여섯 남녀의 여정을 볼 수 있다. 뉴욕이라는 도시의 화려하고 다채로운 이미지와 달리, 이들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기만 하다.

 

하지만 그 안에서 자신만의 빛을 포기하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삶과 부딪히며 그 과정에서 만난 타인을 통해 점점 성장하고, 위로를 받고 생각을 나누며 웃음을 되찾는 과정은 아주 큰 감동과 따스함으로 다가온다.

 

론 쉐르픽 감독은 오래전 뉴욕에서 머물며 관찰했던 사람들의 모습을 바탕으로 <타인의 친절> 속 인물을 구성했다고 밝혔다. 감독의 세심한 관찰력과 이야기의 구성, 그리고 뉴욕의 여섯 남녀를 연기한 배우들의 연기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큰 감동을 선사한다. 영화를 보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일상 속 나와 내 주변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은 생생함과 현실감을 느낄 수 있었다.

 

뉴욕과 서울은 물리적으론 큰 거리 차이가 있지만, 도시 안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일상과 느끼는 감정들은 인종, 종교, 성별, 나이 등과 상관없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어도 다르고 성별도 다르고 나이, 인종 등도 모두 다른 이들의 인생을 스크린으로 보면서, 이질감이나 편견, 선입견 등은 점점 사라지고 그저 나와 같은 한 인간, 어쩌면 내 안의 나와 닮은 모습들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감정과 생각이 마음으로 전해졌다. 영화 전반부에서는 아직 감정 이입을 하지 못해 영화를 감상한다는 느낌이었지만, 이들의 여정을 눈과 귀로 함께 쫓으면서, 영화 중반부에서부터는 내 이야기처럼 이들을 응원했고, 가슴 아파했고, 웃기도 했다. 이런 게 바로 영화의 힘인 것 같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보면서 그 안에서 타인을 발견하고 그들에게 공감하고, 때로는 위로를 받는 것. 이런 과정들을 거치면서 사람에 대한 이해, 공감 능력이 점점 자라나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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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친절>에서, 저마다 다른 여섯 남녀는 우연히 뉴욕이라는 도시, 러시아 식당에서 만나 낯선 타인의 친절로 인해 따뜻한 온기를 회복하며 외로움과 쓸쓸함을 사랑으로 채워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타인을 이해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다. 나 자신도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나와 다른, 때로는 정반대인 타인을 이해하고, 더 나아가 그들에게 친절을 베풀 수 있는 여유를 갖는 건 정말 대단한 일인 것 같다.

 

현실을 살아가면서, 물질적인 것이 채워지더라도 마음에 여유가 부족해지고, 건조함과 퍽퍽함이 가득해지면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 굉장히 어려워진다. 나 스스로의 마음을 돌보고 살피기에도 급급하기에 타인의 입장까지 생각하고 배려할 힘이 없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내 상황에만 집중하고 나만 챙길수록 오히려 점점 더 마음의 그릇이 줄어드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내가 가진 게 없더라도 타인과 나누고 공유하다 보면 가난했던 마음이 채워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도 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안드레아 라이즈 보루가 연기한 '앨리스'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간호사로 낮과 밤 나눌 것 없이 바쁘게 일하면서도, 상담 모임을 이끌어가고 있다. 게다가 그녀는 힘든 처지에 있는 사람을 보면 아주 당연한 듯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고 손을 뻗는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은 그녀로 인해 큰 에너지를 얻는다. 그녀는 영화 속에서 자신을 위해 타인에게 친절을 베푼다는 말을 한다. 그 말의 뜻을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렇게 타인을 위해 살다 보면 자신을 돌보지 못해 마음에 금이 갈 때도 있는 것 같다. 앨리스는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조금씩 지쳐 보이고 어쩐지 외로워 보이기도 한다. 타인을 위해 살았지만, 정작 자신의 주변에는 남은 사람이 없고, 또한 직장 상사나 집단 상담원들에게 배려 없는 말을 듣기도 한다. 점점 지쳐갈 즈음, 간호사를 그만두려고 할 때, 그녀 또한 타인들의 친절로 다시 한 번 마음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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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타인에게 친절을 베풀기도 하고, 또 반대로 타인의 친절로부터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서로의 영향을 받으며 살아가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나와 타인 간의 균형을 잘 잡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너무 한 쪽 방향으로 쏠리면 금방 지쳐버리기 때문이다. 균형을 잡는 게 정말 어렵지만, 점점 노력하다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한다.

 

사람들은 저마다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혼자서는 더더욱 살아갈 수 없는 것 같다. 신이 아닌 사람은 완벽할 수 없기에 자신에게 넘치는 건 타인을 위해 나누고, 부족한 부분은 타인을 위해서 채워가는 존재이다. 어쩔 땐 나 혼자 잘나서 혼자서도 살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데, 마치 장난처럼 세상은 나에게 나의 부족함을 느끼게 해준다. 그러면서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을 느끼게 된다.

 

<타인의 친절>을 통해서 다시 한번 사람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여러 가지 현실로 인해 지친 마음을 위로받은 것 같아 좋았다. 얼른 코로나19가 끝나고 만나지 못했던 사람들과 마주 앉아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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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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