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재와 사유

글 입력 2021.04.10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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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낯설지 않은 느낌의 문체. 보니까 전에 읽었던 <스펙트럼>의 저자였다.

 

경영을 인문학 관점으로 본인의 단어로 풀어냈었는데, 이번에는 일과 사회의 영역이 아니라 개인의 상념을 담았다. 이번에는 개인의 사유, 존재에 관산 생각들이다. 비슷하지만 훨씬 더 미시적인 영역. 하지만 저자는 동일하기에 스펙트럼과 크게 차이가 있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정제된 글을 꾸준히 모으니, 이렇게 책 한 권이 나올 수 있구나. 기고했던 글을 모았더니 이렇게 두께가 있는 책이 되었으니. 꾸준함, 성실함, 끈기, 유지하는 힘, 이어나가는 것, 지속성의 힘을 느꼈다.

 

나는 일단 되는 대로, 모든 것들을 다 기록하기는 하는데, 좀 더 정제를 해야할까 싶다. 글다운 글, 투고할 글로 좀 더 다듬으면 모으기 수월할 것도 같다. 휘발성이 강한 내용들을 빠르게 잡다보니 날린 감이 조금 있긴 하지만, 한 편으로 반성이 되기도 한다. 전보다는 글을 좀 더 친절하게 쓰는 내게 위안을 삼아야지.


책만 봐서는 저자가 바쁜 사람인지는 잘 모르겠다. 나야 물론 이전 책을 봤고, 또 이력을 봤으니 엄청나게 바쁜 경영가라는 걸 알지만. 저자를 알고 보나, 모르고 보나,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꼬박꼬박 자신만의 생각, 사유, 고찰을 통해서 자신만의 세상, 세계, 가치관을 만든 게 확연히 보인다. 너무나 확고해서 여지가 없다. 열려있는 투명한 닫힌 단단한 세계. 그래서 적당한 거리에서 읽은 걸까.


존재의 힘, 사유의 힘을 계속해서 다양한 이야기로 전달하는 중이다. 모든 이야기는 결국 존재와 사유로 귀결된다. 나도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는 중이다. 외부 자극에 휩쓸리는 것이 아니라, 내면에 머무르기. 그리고 관찰하기. 방향만 잘 잡는다면 될 것이다. 안전한 영역에서 꾸준히 말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내 시간을 갖고, 나에게 집중하고, 똑바로 보면서, 스스로를 이해하기. 자책하지도 않고, 재촉하지도 않고, 불안해하지도 않고, 업신여기지도 않고, 억지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도 않고, 아무런 재단과 판단 없이 지켜봐주기만 한다면.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자기수용능력은 자신을 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자신을 세우고 나서야 비로소 타인을 진심으로 대할 수 있는 것. 이게 핵심이다.


요즘 나를 직시하려고 신경 쓰고 있다. 외부로 에너지를 쓰지 않고, 내부로 향하고 있다. 싫어하던 자화상을 스스로 그렸다. 거울을 보고, 내 눈을 바라보면서 그림을 그렸다. 마주하는 당당함이다. '나는 나를 좋아한다'라고 계속해서 자기 최면과 자기 암시를 억지로 걸어왔는지도 모른다. 좋은 모습만을 기억하려고 한다던지, 싫은 부분은 묻어둔다던지. 하지만 그림은 피할 수가 없다. 자식이 아니라 나 자체니까. 그래서 계속 외면해왔다. 드디어 이번에는 나를 바라봤다. 직면했다. 몇 년 동안이나 피해오던 일을. 나를 편안히 받아들일 용기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를 편견 없이 바라보고 인정하고 나니, 그제서야 주위가 보인다. 배려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내 사람들에게 감사하고, 어떻게 하면 도와줄 수 있을지, 표현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내가 채운 필터를 벗어나면 비로소 보인다. 친한 친구에게 먼저 안부 인사를 보내고, 걱정이 있는지 내가 도와주거나 들어줄 수 있는 일인지, 먼저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얄팍하고 안량한 마음이아닌 진심으로 마음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편안해보인다는 얘기도 종종 듣는다. 여전히 일반적인 궤도로 가지 않아 불안하긴 해도, 예전만큼 벼랑끝이라는 감각은 덜하다. 애쓰던 마음도 사라지고, 굳이 쓸모 없는 일에 마음을 쓰거나 힘을 빼지 않으려고 한다. 그래서인지 타인에게 관심이 그만큼 줄어든 것도 같다. 하지만 억지로 -스스로를 벗어나기 위해서- 쓰던 힘이라면 어차피 끝에는 드러났을 것일 테니. 자연스러운 흐름이 좋다. 자연스러운 내가 좋다. 존재와 사유. 이것이 바로 사유의 힘이다. 존재는 타인과 함께 공생하기에 나올 수 있는 힘이다.


존재와 사유를 통해 배려를 할 수 있고, 시선을 둘러보며, 연결된 마음, 인식, 그리고 모든 것을 아우르는 시간까지. 공감을 많이 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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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우리는 다양한 형태의 집착에 빠지곤 한다. 집착은 끈적끈적하고 집요해서 거머리처럼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 집착은 정체되어 있는 것이다. 떼어내고 헤어나오는 궁극적인 힘은 사유로 성숙해진 자아다. 감옥에 갇혀 있어도 자유로운 사람이 있고 갇혀 있지 않아도 자유롭지 않은 사람이 있다. 주위를 돌아본다. 굵고 깊은 말뚝을 박고 자신을 얽매는 집착이 얼마나 많은가? 스스로 만들어 내는 감옥이다. 그 보이지 않는 벽과 끈을 풀어내고 녹여내야 한다. 나를 가둘 수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10쪽)


"자신을 이해할수록 세상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세상을 보는 나를 생각한다. 바로 서 있고 바른 눈으로 보는가? 편견을 거둬내고 보는가? 스스로 건네는 질문이며 사유다. 한 눈을 감고 볼 수도 있고 거꾸로 볼 수도 있고 색안경을 꼈을 수도 있다. 내가 보고 있는 것, 보이는 것에 대한 판단에 앞서 자신을 돌아보는 것이다. " (11쪽)


"행복은 선택이다. 아침에 눈을 뜨며 행복을 선택하는 것이다. 하루라는 선물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함께 이 순간 오늘 존재할 행복을 찾는 것이다. 그런 마음만으로 표정이 변하고 말투가 달라질 수 있다.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경쾌함이 있다. 한편, 행복을 거부하는 선택도 많다. 완고하고 왜곡된 태도를 견지하며 불평을 선택하는 것이다. 모두 나에게 달린 선택의 문제다. 행복하길 선택하지 않는다면 어떤 것으로도 행복할 수 없다. 환경은 모두 다르지만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권은 누구에게나 있고 자유롭다." (79쪽)


"시간은 두려움이자 희망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잊혀질 수 있다는 것은 두려움이지만, 시간의 힘으로 감추어진 것들은 언제나 드러나기에 희망이다. 진실은 시간을 초월한다." (222쪽)


"내 삶을 산다는 것, 일견 이기적인 표현 같기도 하지만 그렇게 가벼운 것이 아니다. 내 삶의 주인이 되어야 남의 삶도 돌아볼 수 있다. 내 삶을 살 때만이 열린 마음으로 타인이나 주변을 보고 받아들일 수 있다. 건강한 관계를 맺는 힘의 원천은 결국 자신이다. 나를 놓치고 중심이 없다면 아무 것도 제대로 볼 수 없고 사랑할 수 없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흐린 눈으로 타인의 고통과 아픔을 볼 수 없고 공감할 수 없는 것이다." (323쪽)

 


저자 이보균

 

인문에세이스트이다. 길에서, 숲에서, 기다리다가, 여행 중에, 책을 보다가 스치는 생각을 모아 글을 쓴다. 사유를 통해 공감의 길을 열어가며 사람은 스스로 탁월함을 추구하고 자유로워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유하는 일상의 풍경을 글로 쓰는 '사유 작가'다. 그림 그리듯 일상의 소중함과 삶의 의미를 담아내는 것이다. <독서경영> <출판저널> <포브스> 등에 필명 이산은 혹은 본명으로 일상의 사유와 리더십 관련 수필을 기고하여 왔으며, 저서로는 글로벌 경영 현장의 경험에서 찾은 인문경영서 《스펙트럼》이 있다.

 

전주고등학교 졸업 후 서울대학교에서 학부와 석사를, 미네소타대학교에서 박사학위Ruminant Physiology를 받았다. 현재 국립순천대학교 석좌교수, 사단법인 인액터스 코리아 이사장, 카길애그리퓨리나 문화재단 이사, 목운문화재단 이사로 강연과 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산과 나무를 좋아해 남한강 상류 목계나루 근처 천등산 자락 산은재山隱齋에서 책을 읽고 생명의 가치와 환경 그리고 균형의 의미를 전하는 글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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