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사람]

지난 일년간 나는 너무 바빴다.
글 입력 2021.04.09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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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나는 내 인생을 한 번씩 돌아보곤 한다.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았는가, 내 미래를 위해 잘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3월이 다가왔고, 나는 나의 지난 일년을 돌아봤다. 그리고 느꼈다. 나는 정말 바쁘게 잘 살아왔구나.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바쁘게 살아온 것을 두고 과연 잘 살아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나는 지난 1년간 하루의 시간도 허투루 쓰지 않고 나의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비대면이더라도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노력했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높은 학점을 얻었다. 나의 미래를 위한 준비의 결과로는 완벽하기 그지없었다.

 

얻은 것만 생각해보니 너무 잘 살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 내 미래의 성공에 한걸음 더 다가간 것 같아서, 남들과 비교해봐도 부족함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더라. 하지만, 잃은 것을 생각해보니 잃은 것도 너무 많았다. 우선 나는 사람들과의 교류를 잃었다. 많은 활동들을 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친구들과의 연락도 끊어졌다. 정말 오랜시간동안 연락하던 친구들과만 연락하게 되었다. 다른 친구들과 연락을 하더라도 다른 연락들에 묻혀 늦게 대답하기 일수였다. 잃은건 친구뿐만이 아니었다. 할 일이 많고, 할 공부가 많다보니 잠을 자는 시간이 늦어졌다. 자연스레 내 생활패턴은 무너지게 되었고, 건강에도 문제가 생기게 되었다.

 

내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나 스스로도 느끼고 있었다. 항상 어깨엔 짐을 얹은 것 마냥 어깨가 무거웠고, 안그래도 좋지 않은 허리가 점점 더 안좋아지고 있었으며 설상가상으로 다른 곳까지 점점 아파오기 시작했다. 지금 생각한다. 그 때 나에게 휴식을 줬어야 한다고. 하지만 그때는 그런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학기는 끝나고, 방학 때 충분히 쉬면 된다고, 아직 어리니까 좀 무리해도 된다고, 왜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있지 않느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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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걸 다 되돌아보는 지금에서야 느끼지만, 그 당시의 난 너무 바보같았다. 대학생이 되었다는 설렘에, 남들보다 뒤쳐져서는 안된다는 압박감에, 나는 이제 무엇이든 다 할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열정에 나를 잘 돌아보지 못했다.

 

"나는 점점 무너지고 있었다."

 

끝도 없는 과제들로 밤을 새면서 내 육체는 망가져갔고, 잠깐의 자유시간도, 내 취미생활 하나 즐길 수도 없었던 나는 정신적으로도 점점 무너져가고 있었다. 내 머리가, 내 몸이 외치는 SOS 신호를 난 모른척했다.

 

얼마나 바보같은 일인가. 잠깐의 그 경험이 내 건강보다 중요했던가. 너무나도 하기 싫지만 언젠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끝까지 버텨온 그 일이 내가 제일 행복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보다 소중했던가. 밤새 준비했던 그 모든 과제들과 대회들, 활동들이 나에게 숨을 불어넣어 주었던 자유시간보다 더 간절했던가.

 

단 하나도, 내 건강, 취미생활, 자유시간보다 먼저였던 것이 없다. 모두 2순위, 아니 2순위보다 더 먼, 그저 하고싶지는 않지만 해야하는 일 중 하나였을 뿐이다. 이제와서 돌아보니 남은 것은, 언젠가 나의 학창시절 경험들과 활동들을 소개할 때 쓸 수 있는 몇 줄의 내용과, 무너진 신체와, 망가진 정신과, 늘어난 고민거리, 줄어든 인간관계 뿐이었다.

 

이렇게 보니 앞에서 말한 열심히 살아온 나와는 다르게 너무 형편없게 살았던 것은 아닌지, 불쑥 두려움이 나를 덮쳤다. 그래서 최대한 좋은 생각을 해봤다. 비록 하기 싫은 일이었지만 난 하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얻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었고, 나는 다양한 능력들을 기를 수 있었으며, 다른 사람들은 한 번도 해보기 어려운 경험들을 하게 되었다. 게다가 막상 그 활동들을 끝마치고 나면 남모를 뿌듯함과, 나를 향한 대견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다시 생각해보니 열심히 살아온 것은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럼 나에게 부족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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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휴식이었다. 잠깐의 쉬는 시간이었다. 나는 정말 눈코뜰새없이 바쁘게 살아왔다. 그것이 나를 위한 길인줄 착각하고 있었고, 이제서야 바쁘게만 살아온 삶이 잘 살아온 삶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나에겐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좋아하는 팀의 축구경기를 보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동네를 한바퀴 산책할 수 있는 시간이, 그동안 못잤던 잠을 자면서 몸의 피로를 풀 수 있는 시간이, 내가 읽고 싶었던 책을 읽으며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시간이, 내가 소중하게 여겼던 사람들과 다시 연락을 주고받으며 그들에게 미안해하고 다시 내 인간관계를 쌓을 수 있는 시간이.

 

결국 나를 돌아볼 시간이, 쉴 시간이 없어서 나의 모든 게 힘들었던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지난 1년을 뒤돌아보며 나에게 말했다.

 

"잠시 쉬어가도 괜찮아. 너가 그 잠깐 쉰다고 세상이 180도로 뒤집어지지도 않고, 남들에 비해 한참 뒤쳐지지도 않으니, 잠시 너를 위한 시간을 가져도 괜찮아."

 

지금 나는 3월의 시작부터 4월이 시작한 지금까지 약 한 달간 나름의 휴식을 즐기고 있다. 학기 중이라 완벽한 휴식을 즐기기는 어렵지만 나름 내 자유시간도 가져가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행복감이 남다르더라. 내가 해야할 일을 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더라. 생각보다 내가 뒤쳐지지 않으며, 세상은 바뀌지 않더라. 정말 쉬는 것이 아무것도 아니더라.

 

혹시 이 글을 읽으실 여러분들 중, 남모르게 자신을 혹사시키면서 끝까지 몰아붙이고 있는 분들이 계신다면, 이 글을 읽고 다시한 번 생각해주시길 바란다. 정말, 쉬어도 괜찮으니까, 내가 숨쉴 수 있는 구멍 하나쯤은 만들어 놓자고.

 

 

[여민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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