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여행의 이유 [여행]

글 입력 2021.04.03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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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이야.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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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만 먹으면 여행 갈 준비를 단번에 해냈다. 가고 싶은 곳이 정해지면, 차표를 끊고, 머무를 곳을 정했다. 이제 떠나기만 하면 된다. 그런 상상으로 머릿속에서 짐을 쌌다 풀었다를 몇 번 반복하다 보니 벌써 1년이 넘었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유독 예민하게 살아나던 감성도 집 안에 꽁꽁 묶인 몸처럼 점점 굳어지고 있다. 요즘에는 가 본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낯선 곳에서 하염없이 걸어 다니는 꿈을 꾸기도 한다. 더 이상 안되겠다 싶어 글로나마 떠나고 싶은 마음을 풀어내기로 했다.

 

 

 

여행의 마음: 당신은 어떤 마음으로 여행을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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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은 삶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시간이다. 평소에 성격이 계획적이고 치밀한 탓에 일상이 아닌 다른 부분에서만큼은 다르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 그래서 여행만큼은 내가 원하는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곳으로, 나의 재량만큼 원하는 대로 떠날 수 있었다. 아니, 어쩌면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여행'이라는 핑계를 대고 무작정 집이라는 공간에서 벗어난 것 같기도 하다.

 

여행이란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는 순간의 연속이라는 것을 알기에 의외로 잡다한 생각을 쌓아두거나 미리 걱정을 앞세우지 않는다. 오히려 떠나기 전만큼은 좋은 추억을 쌓을 생각에, 새로운 자극을 받을 생각에, 무엇보다 오래간만에 몸을 움직일 생각에 기분이 붕 떠 있다. 그렇게 일단은 설렘을 가득 안고 떠난다.

 

 

 

여행의 방식: 여행을 즐기고 기록하는 방법



사람마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은 다르다. 어떤 친구는 맛난 음식을 먹어야만 하고, 의미 있는 장소를 탐방하는 것을 좋아하며, 어떤 친구는 느긋하게 걷는 것을 좋아하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누군가와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서로의 정말 솔직하고 사소한 취향 및 성향을 드러내는 일과 같다. 그래서 때로는 조심스럽고 예민한 부분이지만 그럼에도 각자의 여행 방식을 존중하며 각자 경험한 여행의 조각을 함께 나누는 과정 자체를 즐긴다. 동시에 나만의 방식대로 여행을 즐기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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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일단 걷는다.

여행을 다닐 때마다 항상 걸어 다닌다. 정말 걸어서는 가기 힘든 거리를 제외하고, 보통 30분 동안 걸을 수 있는 거리 정도는 가뿐히 걷는다. 걷다 보면 하루에 1만 보 이상은 기본이다. 걷는 일은 나의 의지대로 속도에 맞춰 걷다가도 멈추고 싶을 때 멈출 수 있다는 점에서 참으로 좋다. 즉흥적으로 그날의 기분에 따라 루트를 변경하기도 하고, 걷다가 눈에 띈 분위기 있는 식당이나 소품 숍을 들르기도 한다. 무엇보다 하루 종일 걷다 보면 시간은 빠르게 흐르고 자연스럽게 낮에 지났던 거리를 해가 저문 저녁에 다시 지나 돌아올 수 있다. 그렇게 시시각각 변하는 거리를 보는 것 또한 걷는 여행의 큰 매력이다.

 

둘째, 똑같은 장소도 시간차를 다르게,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

똑같은 장소를 가더라도, 낮과 밤 사이 인상이 다르듯 시간차를 두고 다르게 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부지런히 걷는다. 그런 식으로 장소 자체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장소를 이루는 모든 요소들을 함께 기억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인물, 날씨, 소리, 냄새와 같은 것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내가 있던 공간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것들이며, 함께 감각하면 진득하게 느끼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

  

똑같은 장소를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것도 좋아한다. 요컨대, 재작년 독일 뉘른베르크 여행에서는 크리스마스 마켓 중심부에 있다가도, 시간이 지나서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크리스마스 마켓 전경을 보기도 했다. 그럼 완전히 색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마켓 중심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정신이 없었지만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 코를 찌르는 맛있는 음식 냄새가 온몸의 감각을 사로잡았다. 그야말로 정신은 못 차리겠지만 눈을 뗄 수 없는 광경이었다. 그러나 마켓에서 조금 떨어진 곳은 전체의 그림이 확 트여있어 마음이 편한 것 같다가도 중심부보다는 차가웠다. 그러다 언뜻 보이는 주황 불빛들 때문에 중심부에서 느낀 따스함이 자연스레 생각난다. 그럼 또다시 중심부로 간다. 그렇게 몸으로 직접 차이를 느끼고 자극받는 것에 소소한 즐거움을 느낀다.

 

셋째, 감상을 말한다.

누구와 여행을 하던, 여행 중 떠오르는 새로운 생각과 자극 또는 사소한 감상을 즉각적으로 표현한다. 모든 날 모든 순간이 기억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기억 메모리에 저장될 수 있는 순간들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한정적이다. 그래서 지금 아니면 절대 기억하지 못할 사소한 순간들을 붙잡으려 하는 것이다. 그렇게 말로 내뱉음으로써 단순히 눈으로 보는 것, 사진으로 찍어낸 것과는 다르게 방금 본 장면들을 꽤나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상기시킬 수 있다. 그렇게 눈으로 본 장면들을 연결 지어 스스로 하나의 여행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여행을 즐기는 방식 세 가지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 시간이 지나도 그날의 추억을 오래 기억하기 위한 방법이라는 것, 그래서 되도록 한 장소에서 천천히, 진득하게 즐기려 한다.

 


 

여행의 이유: 나를 위한 비.행. (비일상적인 행복)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 말을 빼놓을 수 없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의 모든 순간이 어떻게 행복하다 말할 수 있겠는가. 여행하는 과정 자체만을 놓고 보면 불완전한 것들이 많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비가 쏟아져 내리고, 갑자기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도 있고, 하물며 꼭 들르고 싶었던 곳이 하필 그날만 휴일일 떄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다시 어딘가로 떠나고 싶어 한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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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편안함을 느끼지만, 지루함과 번잡함을 느낄 때도 많다. 그래서 여행과 같은 새로운 자극과 활력을 필요로 할 때가 있다. 일종의 '환기 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 여행에서는 일상의 공간을 벗어난 새로운 공간이 주는 의미가 크다.

 

새로운 공간에서는 일상에서도 보고 느끼는 것들조차 색다르게 느껴지는 신기한 마법이 발동한다. 요컨대, 조금은 다르게 느껴지는 것들에 괜스레 몸을 기울여 자세히 관심을 가져보게 되며, 별것 아닌 것에도 새롭고 묘한 느낌으로 생각의 확장과 상상의 나레를 펼칠 수 있다. 몸 하나를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기만 해도 그런 마법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것이 여행의 묘미다.

 

그래서 일단 떠난다.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감각과 생각의 날을 깨우고, 치유받고, 다시 일상을 살아갈 활력을 얻는다. 그렇게 마법 같은 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해 주기 위해, 비일상적인 행복의 기억으로 다시 번잡한 일상을 살아가기 위해 떠난다. 여행에 장애물은 있지만 한계란 없다. 빠른 시일 내에 우리 모두가 다시 자유로운 비행을 누릴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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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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