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당신] 혜정아, 요즘 어떻게 지내요?

안 궁금하시다구요? 그래도 한 번 들어보셔요.
글 입력 2021.03.31 13:36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나는 일단 지르고 보는 성격이다.­ 특히나 재미있어 보이는 일이 보이면 생각도 하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인다. 나를 움직이는 원동력 중 8할 이상이 ‘흥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지난날의 내가 몹시 싫어질 때도 있다. 체력은 고려하지 않은 채 마구 수강신청해서 조모임과 과제에 쫓기며 한 학기를 보냈을 때도, 공부할 시간을 미처 계산하지도 않고 일단 시험부터 접수했을 때도 그런 선택을 한 과거의 나를 원망하며 내가 벌인 일을 열심히 수습하고 다녔다.

 

 

카톡캡쳐.png

 

 

최근 아트인사이트에서 날아온 문화 초대는 내가 오래 생각하지 않고 ‘향유하기’를 누를 만큼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남한테 나를 설명하기 너무 좋아해서 아트인사이트에 ‘나’를 주제로 기고한 글이 한바닥인 게 고민인 나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라는 문구는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나름 차가운 첫인상을 가지고 있는 나는 ‘너는 입을 열면 너가 가진 이미지를 다 망치니 어디 가서 웬만하면 조용히 있다가 와라’는 어머니의 말씀과 ‘세상은 너가 생각한 것만큼 너에게 관심이 없다’는 말을 길라잡이 삼아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리에 가면 되도록 말을 아끼려고 노력한다. 귀가하며 ‘그 말은 하지 말걸’ 후회한 적이 워낙 많아 열 마디를 하고 싶어도 한 마디만 하자고 다짐하지만 매번 실패하는 걸 보아 아무래도 나는 그냥 수다쟁이로 태어난 것 같다.

 

 

자의식과잉.jpeg

 

 

하지만 이번에는 모두가 나에게 관심이 넘치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너무나도 궁금한 관객들이 내 글을 읽는다는 가정을 하려고 한다. ‘나’를 주제로 어떻게 글을 풀어나갈지 고민하던 중에 지난주 금요일에 아주 오랜만에 뵌 학부 교수님이 나에게 처음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응 혜정아, 요즘 어떻게 지내요?”

 

시국도 시국이지만, 대학교 졸업 이후로 취업 준비를 하며 사람 만날 일이 극히 적었던 나는 그 질문에 꽤 당황했다. 사실 굉장히 흔한 인사말이다. ‘네, 교수님 잘 지내고 있어요 하하’ 대답하면 좋았을 텐데 나는 순간 그 인사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다. 내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더라. 그 문장에 스스로 대답을 고민하다가 한 박자 늦게 대답했다.

 

“아… 네 잘 지내요.”

 

나는 요즘 잘 지내고 있나? 나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지? 사실 요즘은 하루하루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속절없이 나를 지나가는 시간을 기록하고자 여기저기 열심히 흔적을 남기고 있지만, 이미 그 행위는 나에게 습관으로 자리 잡아 아무런 수확 없이 반복되고 있을 뿐이다.

 

 

요즘 어떻게 지내요?


 

-취준생의 생활에 어느 정도 적응했어요. 세상에 나보다 잘난 사람이 많다는 사실을 대학시절부터 어렴풋이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널렸습니다’라고 말해요. 인생은 내가 평범하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지금이 그 첫 번째 도입부가 아닐까 생각해요. 나는 디지몬 세계를 구할 선택받은 아이도 아니고, 하다못해 마법사지만 마법 능력이 없는 스큅도 아니에요. 그냥 늦게 자면 늦게 일어나고, 영어 단어를 잘 못 외우는 평범한 사람이죠.

 

그렇다고 좌절에 빠져있는 건 아니에요. 요즘은 내가 뭘 좋아하고 계속하고 싶어 하는지 찾아보고 있어요. 졸업해서 자취방을 빼고 본가로 돌아왔기 때문에 사랑하는 강아지와도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어요.

 

 

최근 관심사는 뭐에요?



-딱히 외출하지 않기 때문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저녁식사 담당이 되었어요. 부모님이 돌아오시는 시간에 맞춰 오늘은 뭘 해 먹어야 할지 고민해요. 친구들한테 먹고 싶은 반찬을 물어봐서 그걸로 메뉴를 정하기도 하죠.

 

사실 자취할 때는 요리보다 조리를 더 자주 했어요. 냉동식품을 가볍게 팬에 볶아먹거나, 끓여먹는 정도의 일이었는데 아마 많은 자취생들이 이렇게 끼니를 해결할 거예요. 꾸준히 요리를 하려면 한번 크게 시장을 봐야 해요. 소금이나 설탕, 간장 같이 자주쓰는 재료들을 사야 하는데 용량이나 비용이 부담스러워서 집에 그것들을 구비해 놓는 것 자체도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죠. 길게 설명했지만 아무튼 자취할 때는 요리를 안 했다는 얘기였어요.

 

하지만 본가는 달라요. 간장이나 소금도 종류별로 있고 조리도구들도 다양하게 있어요. 큼지막한 재료를 사 와서 레시피 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죠.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그저께는 미역국을 끓였는데 미역 20인분을 넣었어요. 소고기도 왕창 넣었고요. 엄마가 만들었으면 이렇게 많이 넣지 않았을 거예요. 하지만 제가 만드니까 좋아하는 재료를 많이 넣을 수도 있는 거잖아요?

 

 

최근 듣고 있는 노래 있나요?



-이번 달 초에 친구들과 경주로 여행을 다녀왔어요. 황리단길에 있는 문학 전문 독립서점에서 책을 고르고 있었어요. 좁은 공간에 책과 관광객이 그득그득 있었는데 황리단길 한가운데에 위치한 것치고 내부가 조용한 편이었어요.

 

한쪽 벽에 걸려있는 씨디 플레이어에서 흘러나오는 노래가 은은하게 들렸어요. 집중하지 않으면 가사가 잘 안 들릴 정도로 소리가 희미했는데 이상하게 가수의 목소리가 저의 귀에 박히더라구요. 휴대폰으로 음성 검색을 해보니 최근에 알게 된 가수 김사월의 곡이었어요.

 

우연히 들은 곡인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상처 주는 키를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어> 가 너무 좋아서 통화연결음으로 설정하고, 한동안 카카오톡 프로필 뮤직으로 걸어놓을 정도로 좋아하는 가수였어요. 책방에서 재생되고 있던 곡은 모르던 것이었지만 귀에 익은 목소리가 저를 사로잡은 거였죠.

 

 

unnamed.jpeg

 

 

친구들과 책방에 꽤 오래 머물렀어요. 다들 숙소로 데려갈 책을 고르는데 열심이었죠. 덕분에 씨디플레이어에 돌아가던 앨범의 전곡을 거진 들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저에게 경주 여행은 김사월의 앨범 <수잔>으로 기억되기도 해요. 여행의 추억이 음악으로 남은 경험은 처음인데 굉장히 좋은 것 같아요. 노래가 재생되면 그때의 기억들이 머릿속에서 펼쳐져요. 추억이 음악이 함께 하니 조금 더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해요. 요즘도 계속해서 듣고 있어요.

 

 

최근에 읽은 책을 소개해 주세요.



-최근에 알게 된 <언유주얼 매거진>을 소개할게요. 저번 주에 교수님을 뵀다고 앞에서 언급했죠? 그날 서울에 가면서 지하철에서 <언유주얼 매거진 11호>를 읽었어요. 11호의 주제는 ‘접속’인데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일상 속 ‘접속’의 의미를 다양한 형태로 다루고 있어요.

 

 

k552738083_1.jpeg

 

 

매거진을 읽다가 1호선으로 갈아탔더니 와플 기계에 낀 반죽의 처지가 되어서 아직 다 읽지는 못했어요. 매거진의 첫 번째 콘텐츠였던 훼이크 인터뷰가 제 유머 코드를 관통해서 속으로 깔깔 웃으며 그다음 장도 거침없이 읽어 나갔죠. 그중에 정유민 에디터님이 쓰신 에세이가 생각나요. 코로나 시국 이전에도 재택근무를 하던 에디터님이 코로나 이후로 달라진 심경에 대해 쓰신 글인데 몇몇 구절들에 너무나 공감했어요.

 

 

<평소 여행을 아주 열렬히 즐기는 편은 아니어서 해외여행을 가지 못한다는 것이 크게 아쉽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크게 아쉬워지기 시작했다. 트위터에서 남들이 여행 가는 걸 구경하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온라인의 수많은 콘텐츠들은 결국 면대면의 삶과 일상들이 모자이크처럼 촘촘하게 모여 그 상을 비추는 것이었다>

 

 

저도 남들이 어떻게 사는지 구경하기 좋아해서 에디터님의 심정에 크게 공감했어요. 코로나로 인해 확실히 일상의 결이 비슷해졌어요. 바뀐 오프라인 세상은 정말로 온라인 속 세상까지 바꿔버렸고요.

 

 

최근에 하고 있는 공부 있나요?



-작년 한해 담쌓고 지내던 일본어와 다시 친해지기로 마음먹었어요. 워밍업으로 좋아하던 J-pop을 가볍게 다시 듣고 있어요. 4월까지 천천히 일본어에 익숙해지다가 5월부터 7월에 있을 시험을 준비하려고 해요.

 

올해 들어 외국어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자주 하고 있어요. 막연한 ‘유창한 외국어 실력’ 보다 확실한 ‘성적’을 가지고 싶어요. 생각해 보면 제가 실제로 열심히 공부한 건 ‘성적’이나 ‘고득점’을 갖고 싶어 했을 때였던 것 같아요. 원하는 목표치를 달성했을 때 실력도 자연스럽게 따라왔어요. 수능 이후로 영어 공부를 딱히 안 했는데 여태껏 그때 쌓은 영어 지식을 갉아먹으며 살고 있죠. 열심히 공부할 시기가 왔다고 생각해요.

 

 

최근에 하고있는 고민이 있나요?



-작년부터 하고 있는 고민이 있는데요. 건전하게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을 찾고 있어요. 몸을 상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종종 친구들과 이 주제로 이야기 하곤 하는데 아직 잘 모르겠어요.

 

지금 하고 있는 것들로는 강아지와 산책하기, 책 사기, 배달음식 시켜 먹기 등이 있는데요. 요즘들어 미세먼지가 심해서 산책 나가는 건 저랑 강아지 모두에게 안좋을 것 같아요. 배달음식 시켜먹는 건 비용적인 부분이나 일회용 쓰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스트레스 받게 되더라고요. 그나마 책 사는게 가장 건전한 방법 같아요. 다른 소비에 비해 덜 충동적이기도 하고요. 제가 올해 들어서 저의 책장을 채우고 있는데 다 읽은 책이 책장의 빈 부분을 채워주는 것도 좋아요.

 

 

내일은 뭐 할 건가요?



-쓰고 있는 다이어리가 조금 밀려서 우선 다이어리를 쓸 거예요. 그리고 어제 블로그에 임시 저장한 취준 일상 글이 있는데, 그 게시물을 마저 포스팅할 거예요. 마침 어제 컴퓨터그래픽스 운용기능사 필기를 따려고 주문한 책이 도착했거든요. 어떤 내용이 있는지 한번 훑어보려고요. 그런데 사실 필기 접수를 아직 못했어요. 어제부터 접수였는데 들어가 보니까 모두 마감됐더라고요. 친구들한테 물어봤더니 취소된 자리를 노리는 수밖에 없다고 해서 접수 홈페이지도 좀 수시로 드나들어야 할거 같아요.

 

사실 써야 하는 글이 좀 밀렸어요. 채용공고가 뜬 회사의 자소서나 개인적으로 쓰고 있는 오피니언도 있고요. 무엇보다 저번 달에 호기롭게 연재를 선언한 키워드 글을 완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아! 운전면허 필기시험공부도 해야 해요! 제가 어제 필기시험을 목요일로 신청해뒀거든요. 시험이 코앞이네요.

 

서류상으로는 분명히 백수인데 이렇게 줄줄 쓰고 보니 굉장히 바쁘네요.

 

 

이번 달은 어땠어요?



-뻔한 대답하기 싫지만 정말 총알처럼 빨리 지나간 한 달이었어요. 그리고 사실 이제야 2021년이라는 게 좀 실감이 나요. 몸이 드디어 적응한 것 같아서, 저는 그냥 이번 달을 2021년의 1월이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다가올 4월은 어떨 것 같아요?


 

-계획한.. 일이라기 보다 과거의 제가 벌인 일이라고 하는 게 맞을 것 같네요. 아무튼 3월의 혜정이가 미리 지른 일들을 하며 보내게 될 것 같아요. 항상 그랬듯이 의도치 않게 계획된 일들과 계획한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려고요.

 

 

 

네임태그_컬쳐리스트.jpg

 

 

[김혜정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이름
비밀번호
자동등록방지
86033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1.09.22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205번길 54 824호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1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트(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