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확실한 오늘을 확실하게 살아가는 방법 - 가장 단호한 행복

글 입력 2021.03.26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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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에 태어나 죽을 때까지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는 삶을 산다. 타인을 비롯한 외부적인 요소들이 자신이 그어놓은 선을 넘어올 때 쉽게 휘둘리기도, 부서지기도 한다. 타인의 말은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되 그 이상의 결정권은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사실을 인지는 하지만, 좀처럼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그저 자신의 삶을 통제하는 권리를 손쉽게 타인에게 넘겨버리고 만다.

 

왜냐하면 ‘행복’이라는 단어는 타인이 정한 틀에 맞아 들 때 참으로 판별되는 명제로 변질하였기 때문이다. 명문대 입학. 대기업에서의 직장생활. 모두에게 좋은 사람으로 보이는 것. 곰곰이 잘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들은 스스로 노력도 필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외부에서 최종적으로 결정짓는 요인들이다. 즉, 자신이 통제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는 말이다.

 

*

 

이 책은 세상을 바라보는 가치관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옮겨야 함을 주장한다. 자신이 하려는 일의 목표를 ‘나의 능력 안에서 일어나는 일’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책은 궁수를 통해 적절한 비유를 한다.

  

 

“외부의 것들, 즉 나머지 것들에 대해서는 궁수와 같은 태도로 임해야 합니다. 과녁을 명중하는 것을 목표로 삼되 일단 화살이 활의 시위를 떠나고 나면 갑자기 돌풍이 불거나 예기치 않게 과녁 자체가 움직여서 화살이 빗나갈 수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 54p 

 

 

목적이 과녁을 명중하는 것이 아닌 능력 내에서 최선의 화살 쏘기임을 말한다. 더 나아가 승진이 목적이 아니라 그 자리에 부합한 사람이 되는 것, 남에게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에게 최대한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 것. 이렇게 기준을 달리하면 행복과 평안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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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러한 방법을 에픽테토스의 스토아철학을 빌려 설명한다.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뒷내용의 이해를 위한 에픽테토스의 스토아철학에 대한 설명이 담겨있다. 2부에서는 에픽테토스의 세 가지 규율을 녹여 현대 사회에서의 실전 지침서이다. 마지막 3부에서는 저자가 새롭게 정의한 스토아 철학 2.0을 소개한다.

 

 

 

에픽테토스와 스토아철학


 

에픽테토스는 스토아학파의 철학자이자 저자가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이다. 사실 철학자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인물들을 나열해 보라 하면 아마 에픽테토스는 없을 것이다. 한때 잠시나마 얕게 철학에 빠졌었던 필자도 에픽테토스라는 이름은 매우 생소하다. 에픽테토스의 철학을 한 단어로 축약시킨다면 망설임 없이 ‘내면’이라 말할 것이다. 그 이유는 스토아철학의 핵심에서 알 수 있다.

 

먼저, ‘통제의 이분법’이다. 그는 <엥케이리디온>의 첫 구절에서 통제의 이분법에 대해 설명한다. 통제의 이분법이란 세상 만물을 대할 때 이분법적 사고로 보는 것을 말한다. 즉, 우리 뜻대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을 분별하는 방법을 말하는데, 이는 에픽테토스 철학의 핵심 기둥이기도 하다. 여기서 말하는 우리의 뜻대로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은 외부적인 요소와 내부적인 요소로 이해하면 쉽다. 이미 앞서 언급한 궁수의 얘기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세 가지 규율’이다. 이 세 가지 규율은 욕구, 행동, 승인으로 나뉘지만, 결국은 욕구가 가장 지대한 요소이면서 포괄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욕구는 통제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는 것을 뜻한다. 어찌 보면 가장 어려운 규율이 아닐까 싶다. 욕구는 인간의 본능에서 기인하는 성질인데 이것을 통제한다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니 말이다. 아마 더 나은 자신을 위해 훈련하는 일은 인생을 살아온 시간과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지는 고통의 시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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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연습


 

현대 사회에서 나를 지키는 연습을 위한 내용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에 관해 공감을 가지기도, 과거에 대해 반성을 하기도, 미래를 위한 다짐을 하기도 했다. 1부에서는 철학에 초점이 맞춰진 터라 책장을 넘기는 데 조금 힘이 들었다면, 2부에서는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공감할만한 내용이라 책장을 가볍게 넘길 수 있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구절 두 가지를 소개하고 싶다.

    

 

“이미 충분히 괴로운 일을 당한 상황에서 아파하면 스스로에게 상처를 더하는 것밖에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 71p

 

"슬퍼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절망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습니다." - 96p

 

 

다른 페이지에 있는 두 구절이지만 비슷한 뜻을 가졌기에 하나로 묶어서 보았다. 인간의 본성에 관해 공감을 가지기도 했다는 말이 이 부분에서 나온 것이다. 대부분의 인간은 이성보다 감정이 앞서기 때문에 슬픈 상황이 닥치면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슬픔을 거쳐 마지막의 절망에 이르기까지 자신을 학대한다. 혹여 자신이 이성적인 사람이라 생각할지라도 슬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면 같은 결과를 만들 것이다.

 

필자는 이성보다 감정이 다분히 앞서는 편이기도 하고, 지나치게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따라서 한 번 부정적인 감정이 들면 쉽게 떨쳐내지 못하고 한동안 잠식되고 만다. 절망하는 것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는 말, 마치 파랗게 잠식된 과거를 향해 정신 차리라며 뺨을 세게 한 대 때린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즐기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단호하게 저지할 필요도 있다.

   

 
“진지하게 임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서 생각에만 빠지지
마세요.” - 100p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이 구절을 보고 뜨끔하지 않았을까. 과거의 반성과 미래의 다짐이 동시에 이루어졌던 부분이다. 머릿속에 든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는 건 사소한 것이라도 매우 힘든 법이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서 이불을 정리하는 것은 1분도 걸리지 않는 행동임에도 불구하고 매일같이 실천하는 사람을 찾기는 힘들 듯이 말이다.

 

무언가에 진지하게 임하기 위한 준비가 절대 쉬울 리는 없다. 그러니 더욱 신중히 생각해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만 해도 갑자기 꽂혔다는 이유만으로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선 김칫국을 마시는 일에 그친 적이 다반사였다. 허술한 준비는 인정하지 않고 되려 외부적인 것들만 탓하며 못났게 행동했다. 올해가 들어서야 목표를 위해 하나씩 준비를 하는 상황에 이러한 글을 읽으니 반가운 감정과 함께 오랜만에 처음의 마음가짐을 상기시켰다.

   

이 두 가지 외에도 책 속에는 형광펜의 흔적이 가득하다. 사실 나를 지키는 연습은 우리가 알면서도 외면해 왔던 것들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하나씩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어떨까.

 

 


모든 선택과 기준은 ‘나’에게 있다.



 
“불안하면서 근사해 보이게 사느니 그냥 초라하더라도 마음 편하게 살아야지.” - 아이유
 

 

평소 좋아하는 연예인들의 인터뷰 내용을 유심히 보고는 한다. 동시대를 살아가지만, 교차점이 없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이 가진 생각을 보며 자극을 받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한다. 책의 중간지점부터 가수 아이유가 남긴 말이 떠올랐다. 언뜻 보기엔 ‘이게 무슨 상관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필자의 눈에는 꽤 비슷한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타인의 견해가 답이라도 되는 듯 거기에 맞춰 살아가기 위해 아등바등 몸부림치는 게, 마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인다고 생각한다. 위태롭지만 근사한 자태를 뽐내는 삶을 사는 거라고. 반대로 남들이 정한 기준에는 부합하지 않지만 자신의 목표에 도달했다면, 그걸로 만족감과 마음에 평안함이 찾아온다면, 조금은 초라할지라도 행복한 삶이 되지 아닐까.

   

우리는 행복한 삶을 얻기 위해 타인과 자신에게 동등한 단호함을 내세워야 한다. 타인에게는 자신의 주도권을 뺏지 말아라 경고하는 단호함, 자신에게는 내면의 통제를 위한 단호함.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훈련을 하다 보면 어느새 ‘가장 단호한 행복’을 얻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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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은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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