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트롯문화 이대로 괜찮은가 [문화 전반]

대중음악의 중심에 선 트로트, 잘 나갈 때 바꿔라
글 입력 2021.03.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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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롯, 대중음악을 대표하다



작년 2020년은 트롯의 해라 불릴 만큼 대부분의 방송에서 다양한 형태의 트롯 프로그램들이 방영되었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의 창궐로 집안에 갇혀 살게 된 대중들에게 특히 “미스터트롯”이란 오디션 프로그램과 트롯 스타들은 단절되고 우울한 대중을 위로하고 연결하며 소통하게 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로 인해 기성세대의 전유물이었던 옛날 음악 트롯은 단숨에 국민음악이란 지위를 얻게 된다. 또한 연이어 올해 방송된 미스트롯2 또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트롯 음악은 이제 가장 사랑받는 대표적 대중음악으로 자리잡았다.

 

이러한 트롯 신드롬 속에 트롯이란 장르를 처음 접하게 된 필자 또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고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트롯에 대한 호감을 갖게 되었다. 그러나 며칠 전 우연히 미스트롯의 주제가를 듣다가 의문을 느끼기 시작했고 불편한 감정으로 발전되게 되었는데 그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보려 한다.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다 내가 해 줄게



‘주제가’는 작품의 이미지 강조와 방송의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사용된다. 미스터트롯과 미스트롯2의 주제가는 ‘둥지’와 ‘옆집누나’이다.

 

  

너 빈자리 채워 주고 싶어

내 인생을 전부 주고 싶어

이제는 너를 내 곁에다 앉히고

언제까지나 사랑 할까봐

. . .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다 내가 해 줄게

현실일까 꿈일까 사실일까 아닐까

헷갈리고 서 있지마 우

사랑이 뭔지 그동안 몰랐지

내 품에 둥지를 틀어봐

 

 

미스터트롯의 주제가인 남진의 “둥지” 가사이다. 후렴구에서 ‘너는 그냥 가만히 있어 다 내가 해 줄게’ 가사와 함께 노래는 클라이막스로 달려간다. 이는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뭐든 해주고 싶은 평범한 사랑노래로 들린다. 그러나 이 가사에는 남성과 여성의 역할을 규정짓는 전제가 깔려있다. 남성의 전통적 성역할인 능동성과 능력을, 여성의 전통적 성역할인 수동성과 순응적 모습을 강조한다.

 

 

옆집 누나랍니다

얼굴도 마음씨도 착한

알고 보면 정도 많고

귀여운 여자랍니다

 

울적하다면 와요

집에 놀러 와요

라면 끓여줄게요

고민 있다면 와요

소주 한잔하며

뭐든지 다 들어줄게

. . . 

어디 아프면 와요

누나 손은 약손

내가 호 해줄게요

외로울 때면 와요

아무 때나 좋아

내가 곁에 있어줄게

 

 

미스트롯2의 주제가 장윤정의 ‘옆집 누나’가사이다. 이도 마찬가지로 성별고정관념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곡에는 모성애를 자극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얼굴도 마음씨도 착한 여성이 남성을 보살펴주고 힘들 때 위로해주는 모습이 매력적인 여성상으로 그려져 있다. 비슷한 사례로 꽃이 되겠다는 김연자의 ‘십분내로’에서는 전형적인 전통적 여성상을 찾아볼 수 있다.


트롯은 주로 60~90년대의 시대가치를 반영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시대의 보편적 가치인 전통적 성역할이 굳어져 표현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타장르의 곡에서도 그러한 표현을 가끔 찾아볼 수 있지만 오랜 기간 우리 사회의 정서를 대변해 온 트롯음악은 정도가 지나친 면이 있다.

 

세계는 지금 양성평등의 가치가 중요시되고 있다. 학교와 공공기관에서도 성인지교육이 필수가 되고 있다. 음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 사람의 마음을 정화하는 기능을 갖고 있다. 또한 그 시대를 대변하고 시대가치를 이끄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예술이다. 최근 미디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트롯의 가치관이 시대가치를 역행하고 있다. 과거 세대의 가치를 담고 있는 트롯이 왜곡되고 정제되지 못한 채 다양한 세대에 노출되고 있다.

 

특히 우리 어른들은 아직 가치체계가 완성되지 못한 미래세대에게 올바른 가치관 형성을 도와야 할 의무가 있다. 따라서 트롯을 부르는 어린 트롯가수와 쉽게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는 아이들을 걱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나갈 때 바꿔라


 

물론 트롯 중에는 철학적 사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에 대한 올바른 가치지향과 희로애락을 쉽고 편안하게 전달하는 트롯음악들이 많다. 성별고정관념을 강화시키고 외모로 타인을 평가하고 폭력을 폭력으로 인식하게 못하게 하는 음악 말고 양질의 트롯음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불리워져서 선한 영향력을 뿌리고 확장시키는 문화로 자리잡았으면 한다. 트롯이 싸구려 상품이 되어 소비되고 잊혀지는 B급 장르가 아닌 100년 뒤 교과서에서 만날 수 있는 A급 대중예술로 승화되기를 기대한다.

 

트롯의 글로벌화와 예술로의 발전을 위해 트롯을 사랑하는 우리모두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가장 잘 나가는 지금 과감한 방향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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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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