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의 공동체는 안녕한가요? - 빌리지 [영화]

우리 공동체에 관한 거대한 은유
글 입력 2021.03.13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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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 <빌리지>의

스포일러를 포함한 결말을 담고 있습니다.

 

 

가족, 또래집단 등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공동체와는 떨어질 수 없는 삶을 살아간다. 우리는 공동체 안에서, 혹은 다른 공동체와 상호작용하기도 부딪히기도 하며 공동체의 테두리를 흐리게, 혹은 견고하게 만들며 살아간다. 이렇듯 공동체는 익숙함과 편안함을 주는 동시에, 혼란을 선사하기도 한다. 공동체에 관한 단순하지 않은 문제는 우리 삶과 아주 밀접하기에 시공간을 넘어 모든 인간이 깊이 고민해 보아야 하는 문제로 남는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을 맞닥트리고 있는 현재, 우리는 타인의 진입을 철저히 막는 공동체의 일원이자, 다른 공동체로의 진입이 어려운 상황을 겪는 이방인 등 여러 개의 자아를 경험하고 있는다. 공동체에 관한 사상 초유의 이슈와 맞서고 있는 지금이 미스터리 영화 <빌리지> 안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문제를 살펴보기 딱 좋은 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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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빌리지>는 반전 영화의 대표작인 <식스센스>의 감독으로 잘 알려진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작품으로, 우리도 잘 알고 있는 호아킨 피닉스, 에드리언 브로디 등 할리우드 거물급 배우들이 등장하는 미스터리, 스릴러 영화이다.

 

작품은 바깥세상에서 떨어져, 자신들만의 마을을 만들어내고 그 안에서 은둔한 채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어떠한 계기를 통해 모여 비밀스러운 마을을 만들어내고 평화롭게 살아가지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마을의 비밀이 깨질 위험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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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 속 주민들은 숲속에 작은 마을을 이루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마을을 둘러싼 숲속에 인간을 해치는 괴물이 살고 있다는 이유로 아무도 마을 바깥에 나가지 못한다. 평화로워 보이던 어느 날, 항상 마을 바깥에 궁금증을 품고 있던 ‘루시우스’는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자신의 친구 ‘노아’를 위한 약을 구하려 숲으로 나가지만, 두려움에 못 이겨 다시 돌아오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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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신성한 숲을 침해당한 괴물들은 마을로 찾아가 각각 집의 문에 빨간색으로 표식을 남기고, 마을 주민들은 공포감에 떨게 된다. 루시우스는 마을 위원회에 사죄를 하고, 자신을 걱정해 주는 ‘아이비’에게 청혼을 하며 둘의 결혼 소식 발표로 주민들의 공포감은 잦아든다.

 

하지만, 아이비를 몰래 사랑해 온 노아가 질투심에 눈이 멀어 루시우스를 칼로 찌르게 된다. 그는 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부상을 입지만, 마을에는 중상을 치료할 만한 의약품이 없는 상황이다. 혼돈 속에서, 눈이 보이지 않는 아이비는 자신의 약혼자를 구하기 위해 마을 바깥으로 나가려 한다. 모든 채비를 마치고 마을을 떠나려는 순간, 아이비는 아버지로부터 마을의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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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마을을 둘러싼 숲에는 어떤 괴물도 살지 않고, 모두 마을 위원회들이 꾸며낸 거짓이라는 것. 마을 공동체는 크게는 부모 세대와, 자식 세대로 이루어져 있는데, 부모 세대들은 모두 사회적 참사, 범죄 등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도록, 스스로 사회와 격리되어 마을을 만들고 괴물 이야기를 꾸며 자식들을 속여 왔다. 이들은 온갖 ‘나쁜’ 일들이 벌어지는 사회 안에서 살아가기를 거부하며, 선함과 순수성을 유지할 수 있는 곳인 그들만의 빌리지를 만들어냈다. 이들 공동체는 위험에 대한 방어기제로 형성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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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마을은 ‘괴물’이라는 허상의 존재로 인해 공동체가 유지되어 왔다. 마을 내의 어른들은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숲에 괴물들이 살며, 그들은 빨간색을 싫어하고, 자신들의 공간에 침범하는 생명체는 모조리 살육하는 무자비한 생물들이라는 이야기를 꾸며내 자식들이 마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 괴물은 마을 밖의 폭력과 위험이라는 진짜 괴물로부터 마을을 지켜내기 위해 만들어진 환상의 ‘가공물’인 것이다.


이들은 역설적이게도 마을 내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상상의 존재로 기능한다. 마을 내에 질서가 흐트러지거나, 갈등이 발생할 때면 마을 장로들은 괴담을 강화하거나 괴물 행세를 하고 마을을 돌아다니며 사람들이 내부의 갈등으로 분열하는 것을 중단시키고,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생기는 갈등을 통해 결속하고 유대 하게끔 만든다.


상상의 존재와 모순으로 이뤄진 이러한 공동체는 일상 밖의 사건에 흔들릴 수밖에 없다. 마을 안 사람들은 스스로 안전하고 평안한 공동체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들 역시 회피를 목적으로, 허구를 이용해 공동체를 만들어낸 것에 불과하다. 인간이 타인과 더불어 살아간다면 피할 수 없는 갈등도 그들은 외부의 타자, 괴물의 존재를 통해 강제로 덮어버리고 지워버리려 한다.

 

인간의 선함만 남고, 악함은 아주 사라진 공동체는 존재할 수 있는가? 결국엔 허구를 바탕으로 세워지고 유지되는 공동체는, 그것에서 비롯하는 취약성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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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이비는 루시우스를 살리기 위해 마을 밖으로 나갔다 약을 구해 다시 돌아오지만, 비밀을 알고 돌아온 자는 이전과 전혀 다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바깥과는 다른 순수한 공간으로 마을을 만들려는 어른들의 시도는 결국 자유에의 억압으로 작용하고, 마을은 그들로 인해 위계적 공간이 되어버린다. <빌리지> 속 공동체는, 그 허구성과 폭력성으로 인해 결국에는 그들을 언제든 흔들어버릴 수 있는 취약함을 안고 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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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리지>는 위험한 사회로부터의 탈피를 이유로 마을 공동체를 만들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로, 그들은 공포감과 적대감을 주지만 그 실체는 분명하지 않은 괴물이라는 타자를 계기로 한 데 뭉쳐 살아간다.

 

하지만, 타자와 그것을 꾸며낸 거짓 속임수로 인해 막상 해결되어야 할 내부의 갈등은 완전히 해결, 봉합되지 못하고 하나씩 쌓여간다. 결국 타자라는 존재, 그것도 허구의 타자를 통해 만들어진 공동체는 영화가 진행될수록 점점 무너져 간다.


영화는 서로에 대한 유대로 이어져 마음의 안식을 주는 공동체의 모습과 대비되는 색다른 공동체의 모습을 제시하며,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혹은 우리가 속해있을지도 모르는 공동체의 이면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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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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