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영화 속에서 발견한 모더니즘 [영화]

지금 주어진 시간의 소중함
글 입력 2021.03.13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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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고 나면 기억에서 사라져가는 영화가 있는 반면, 봐도 봐도 새롭게 느껴지는 영화가 있다. 매번 새롭게 느껴지는 영화의 특징은 아마도 다양한 방면으로 생각해 볼 주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 역시 그러한 영화 중 하나이다. 판타지 요소만 생각하고 봐도 재미있게 볼 수 있고, 로맨스적 요소를 생각해서 보는 것 역시 가능하다. 표면적으로만 봐도 굉장히 신박한 테마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명한 영화인 만큼 많은 사람들은 시간이 오래 지난 지금도 이 영화를 많이들 기억하고 있다. 간단히 줄거리를 요약해보자면 이러하다. 1차 세계 대전의 말미 즈음에 노인의 모습을 한 아이가 태어난다. 이 아이가 바로 벤자민 버튼이다. 아이의 친모는 아이를 낳다 사망하고 아이의 친부는 아이의 모습을 보고 어느 양로원 앞에 아이를 버린다.

 

이 아이는 양로원에서 자라게 되며 많은 이들을 만난다. 양로원에서 함께 지내던 노인의 죽음을 보기도 하고 노인의 손녀인 데이지에게 미묘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는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이 젊어진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벤자민1.PNG


 

그리고 그는 그가 오랜 시간을 보내던 양로원을 떠나 선원으로 일을 하기도 하고 전쟁에 참전하기도 하며 많은 일들을 경험한다. 돌고 돌아 결국 그는 데이지와 다시 만나 가정을 꾸린다. 하지만 자신의 아이와 함께 늙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그는 데이지에게 아이와 함께 늙어갈 수 있는 아빠를 찾으라고 하며 조용히 집을 떠난다.

 

그렇게 또 많은 시간이 흐르며 벤자민은 계속해서 젊어졌고, 데이지 역시 다른 남자와 새로운 삶을 살아갔다. 그러던 어느 날, 데이지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오는데 이는 벤자민에 대한 소식이었다. 벤자민은 몸은 어려졌지만 의식은 노인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에 치매 증상을 앓고 있었다.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결국 벤자민은 또 데이지의 품으로 돌아오게 된다. 그는 데이지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가다 그녀의 품에서 갓난 아기의 모습으로 숨을 거두며 영화는 막을 내린다.

 

 

벤자민 2.PNG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는 어려서였는지 우리 현실에서 벌어질 수 없는 판타지적 주제에 초점을 두고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다시 보았을 때는 최근에 들은 문예사조에 대한 수업의 영향인지 판타지의 느낌보다는 모더니즘적인 특징이 많이 느껴졌다.

 

문예사조로써 모더니즘은 절대적 시공간의 개념을 부정하고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고,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것에 특징이 있다. 또한 급진적인 단절과, 극단적인 개인주의적 성향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모더니즘은 우리가 조금 난해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것처럼 느끼는 경우가 많다.


영화의 시대적 배경은 제1차 세계 대전의 말미이다. 이는 신기하게도 모더니즘의 탄생 시기와 굉장히 비슷하다. 모더니즘 역시 1차 세계대전의 결과로 인간의 참혹함이 겉으로 드러나면서 전쟁에 영향을 많이 받은 문예사조로써 등장하게 된다. 비슷한 시대적 배경에서 다른 이들과 다른 모습을 하고 태어난 벤자민의 모습은 모더니즘의 탄생을 떠오르게 하기에 충분한 것 같다.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테마는 삶을 노인에서부터 시작한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서부터 전통적 시간의 개념을 부정하는 것이 느껴졌다. 또한 영화의 중간마다 벤자민과 가깝게 지내던 인물들이 갑작스레 떠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장면은 어떠한 개인주의, 단절과 같은 모더니즘의 특징이 표현된 것 같았다.

 

단절이라는 것은 결국 고독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벤자민의 삶을 보면, 그는 평범하게 누군가와 정착하며 살아가는 삶을 살 수 없는 인물이다. 끊임없이 누군가를 떠나보내거나 떠나야 하는 삶을 사는 그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고독 역시 이러한 특징 중 하나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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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태어나 순수함을 가지고 살아가다가 인생의 수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순수함을 잃고 죽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시 무의식적으로 우리에게 자리 잡은 하나의 이데올로기일 수 있다. 노인과 아이는 정신적으로 비슷한 점이 많아진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그들의 손자들이 서로의 친구처럼 지내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는 결국, 모습이 다를 뿐 백지로 와서 백지로 돌아가는 것이다.


노인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모습은 어쩌면 인간이 본래부터 어느 정도의 악함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의미를 나타낼 수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노인과 아이를 대조적이고, 반대적으로 보는 우리의 고정관념적인 시선을 깨고자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통된 테두리는 인간의 삶에서 죽음까지이다. 이 안에서 일상적, 시간적 파편을 다르게 배치함으로써 우리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이다. 최근에 영화를 다시 보고 개인적으로 영화 속의 작은 요소들에서 느꼈던 모더니즘적인 성향을 정리해보았는데,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큰 메세지는 인생의 주어진 매 순간을 소중하게 여기라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서로 다른 모습으로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결국 도착지는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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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남은 진실은 시간이란 순리대로 살든 거꾸로 살든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단지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이시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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