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3월부터는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

영화 <굿모닝 에브리원>과 <망원동 인공위성>
글 입력 2021.03.10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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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진짜 시작'인 3월이 돌아왔다. 한 해를 멋지게 보내겠다는 원대한 계획을 더 미룰 수 없는 시기이자, 벌써 새해의 두 달이 흘렀다는 생각에 무기력해지기도 쉬운 시기다. '3월부터는 진짜 열심히 살아야지'하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매년 그랬듯, 3월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은 몰랐다.

 

한층 풀어진 날씨에 몸은 늘어지고 뉴스에서 나오는 우울한 소식에 마음은 처진다. 원대한 계획 앞에서 망설이고 있거나, 계획을 세우지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 우리를 일으켜줄 영화 두 편을 소개한다.

 

 

 

일단 자리에서 일어나자, <굿모닝 에브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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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맥아담스와 해리슨 포드, 다이앤 키튼 주연의 <굿모닝 에브리원>은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는 직장인의 삶을 유쾌하게 담아낸 코미디 영화다. 지방 방송국의 아침 프로그램 PD인 베키 풀러(레이첼 맥아담스)는 친구, 애인, 가족을 만날 새도 없이 온몸을 방송국에 바쳐 바쁘게 일한다.

 

하지만 그 열정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 돌아온 건 갑작스러운 해고 통보다. PD라는 직업에 대한 꿈과 열정을 포기할 수 없던 베키는 운 좋게 대형 방송국 IBS의 아침 프로그램 <데이 브레이크> PD를 맡게 된다. 하지만 동시간대 최저 시청률을 기록하는 <데이 브레이크>는 폐지 위기에 놓여 있고, 또다시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어떻게든 <데이 브레이크>의 시청률을 끌어올려야 한다.

 

이를 위해 베키가 가장 먼저 내린 결정은 성희롱을 일삼는 메인 앵커를 해고하는 것. 개성 강한팀원들 사이에서 정신없이 진행되는 아침 회의를 깔끔하게 정리하고, 전설적인 앵커 마이크 포메로이(해리슨 포드)를 반강제적으로 영입하며 스튜디오에 새로운 바람이 부나 싶었지만, 주인공에게는 반드시 시련이 찾아오는 법이다.

 

방송국과의 계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스튜디오로 출근한 마이크는 <데이 브레이크>를 제대로 된 뉴스라고 생각하지 않으며 첫 생방송 전날 늦게까지 술을 마시는 만행을 저지르기까지 한다. 설상가상으로 마이크와의 팀워크를 보여줘야 할 파트너 앵커 콜린 팩(다이앤 키튼)은 마지막 멘트를 누가 할 것인지를 두고 마이크와 싸우기만 한다.

 

방송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하는 시청률을 위해 신선하고 자극적인 뉴스를 기획하는 베키와 권위 있는 뉴스를 추구하는 마이크, <데이 브레이크>를 위해서라면 이미지가 망가지는 것도 불사하고 한 몸 바쳐 방송에 임하는 콜린 각각의 캐릭터가 뿜어내는 에너지와 배우들의 개성은 영화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해리슨 포드와 다이앤 키튼에게서는 호락호락하지 않은(직장에서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상사의 느낌이 강하게 나고, 레이첼 맥아담스의 사랑스러운 에너지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한다.

 

뉴스 방송국의 긴박한 현장감이 그대로 살아있는 스튜디오에서 분주하게 뛰어다니는 베키를 보는 것만으로도 당장 자리에서 일어나 일을 시작하고 싶어진다.

 

 

 

누구나 마음속에 인공위성 하나쯤은 있잖아요, <망원동 인공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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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으며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가 나와는 너무 먼 이야기 같다면 다큐멘터리를 보자. <망원동 인공위성>은 세계 최초의 개인 인공위성을 제작하고 우주로 발사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던 송호준 작가의 프로젝트를 기록한 다큐멘터리다.

 

작가의 OSSI(Open Source Satellite Initiative) 오픈소스 인공위성 프로젝트의 계획은 이렇다. 인터넷에 ‘오픈소스’로 공개된 인공위성 제작법을 공부해서 작은 사이즈의 개인 인공위성을 제작하고, 발사 비용은 티셔츠 1만 장을 팔아서 얻은 수익 1억 원으로 충당한다. 개인이 인공위성을 보낸다니, 이 신선한 프로젝트에 많은 이들이 관심을 보이지만 티셔츠는 잘 팔리지 않는다.

 

업체에 인공위성을 넘겨야 하는 날짜는 다가오는데 인공위성이 완성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인공위성을 띄우려면 우주물체진흥법에 따라 우주물체를 등록해야 하고,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보험을 들어야 하는데 보험료도 어마어마하다. 이 모든 건 예상 못 한 어려움은 아니지만, 오직 ‘하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감수할 만한 어려움도 아니다. 과연 작가의 인공위성이 우주로 갈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영화에 집중하게 된다.

 

그런데 막상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나면 이 영화에서 인공위성이라는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위성이 발사된 직후, 작가는 “끝났다! 이제 다른 거 하고 놀아도 된다”고 후련하게 외친다. 그의 삶에, 세상에 드라마틱한 변화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영화는 과학 다큐멘터리나 스페이스 어드벤처가 아니다. 조금 담담하게 바라보면, 중요한 건 개인이 절대 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일을 사실은 누구나 (돈과 시간과 인내심만 있다면)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호준 작가는 이 프로젝트 이후에도 새로운 작업을 계획하고, 진행해 왔다. 최근에는 번개 장터를 통해 자신이 수집∙제작한 것들을 팔아서 요트를 사겠다는 ‘송호준 요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작가에게 OSSI 프로젝트는 ‘하고 싶은 것들’ 중 하나였던 거다. 작가에게는 그게 인공위성이었지만 우리에게는 또 다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무엇이든 무모하게 부딪혀 볼 기회가 생긴다면 내가 쏘아 올릴 인공위성은 어떤 모양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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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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