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루브르 박물관 속에 살아 숨 쉬는 과거의 흔적 - 63일 침대맡 미술관

글 입력 2021.03.06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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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사전적 정의는 다음과 같다.

 

 

1. 인류 사회의 변천과 흥망의 과정. 또는 그 기록.

2. 어떠한 사물이나 사실이 존재해 온 연혁.

3. 자연 현상이 변하여 온 자취.

 

 

거창해 보이지만 한 인간의 역사를 쓴다고 가정하면 내가 이 글을 쓰는 순간까지도 역사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역사는 어렵다고 느낀다. 내가 역사를 어려워하는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양이 너무나도 많으며 과거에 있었던 일들을 제삼자의 시선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내가 살아보지 못한 시대의 일들을 후대의 인간으로서 온전히 이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미술 서적 리뷰에서 역사의 정의를 먼저 운운한 까닭은 위와 같은 맥락으로 서양미술사 또한 어려워하기 때문이다. 미술을 배우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도 서양미술사는 흥미롭지만 두려운 존재이다.


당연한 얘기를 한 가지 해보면 서양미술사 속에는 그저 '서양의 미술'만 담겨 있지 않다. 하나의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작품에 사용된 기법, 색, 구도 등만을 따질 것이 아니라 당시 시대 상황부터 종교, 신화 등까지 통틀어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서양미술사를 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단순히 미술 작품을 알게 되는 것이 아닌 유럽의 역사를 아는 일이며, 그 다양성을 접하는 일이고, 그리스도교가 서양 문명에 끼친 영향을 아는 일이며,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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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브르 박물관의 소장 작품은 기본적으로 13세기부터 19세기 중반까지의 회화인데, 그 당시 서양 회화는 주로 종교적인 가르침이나 신화의 에피소드, 정치적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러한 회화들에는 각 시대, 각 지역의 사회적 상황이 반영되어 있어, 이를 읽고 이해하는 지식은 글로벌 시대에 서구 사회에 대한 이해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실제로 이 책은 위의 설명에 충실한 모습을 보인다. 우선 크게 이탈리아, 프랑스, 스페인, 플랑드르, 네덜란드까지 당시 미술을 이끌었던 주요 다섯 국가로 분류해 작품을 소개한다. 각 장을 들어가기 전에는 독자들이 해당 시대를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때의 문화부터 당시 회화의 특징까지 간략히 설명해준다.

 

책에 소개된 63점의 회화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louvre-bouffon-luth.jpg

Frans Hals, , 1624~1626, 70x62cm, 캔버스에 유채, Musée du Louvre

ⓒ RMN-Grand Palais / Franck Raux / AMF / amanaimages

 

 

위 작품은 네덜란드 집단 초상화가로 유명한 프란스 할스(Frans Hals, 1582년경 - 1666)의 <류트를 연주하는 어릿광대>이다.

 

얼핏 보았을 때는 신나게 악기(류트)를 연주하며 해맑게 웃고 있는 어릿광대를 보고 '신이 난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광대가 연주하고 있는 악기 '류트'는 부질없는 쾌락을 의미한다고 한다. 부질없는 쾌락을 좇고 있는 광대를 통해 삶의 허무함을 간접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를 알고 나면 광대의 해맑은 미소도 영 순수하게 보이지 않는다. 이 미소 또한 긍정적 웃음이 아닌 스스로 절제할 수 없는 어리석은 인간임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마냥 즐겁게 악기를 연주하는 모습, 혹은 그렇지 않더라도 본인의 신세를 한탄하는 듯한 자조적 웃음 정도로 보였던 그림 속에 담긴 허무함 때문인지 유독 기억에 오래 남는 작품이었다.

 

*


'누워서 보는 루브르 1일 1작품'이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책답게 이 책 한 권으로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작품을 소개하는 모든 페이지가 왼쪽에는 그림, 오른쪽에는 글을 담은 형식이기 때문에 간결한 설명과 함께 해당 작품에 발만 살짝 담그는 식이다.

 

하지만 그렇기에 더 쉽고 가볍게 미술을 접할 수 있는 책이라고 느꼈다. 어떤 분야에 흥미가 생겨 알고자 할 때 꼭 두꺼운 기본서 혹은 개론서부터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와 같은 책들 말이다(사놓고 반도 읽지 못한 사람이 고백한다).

 

'한 권을 반복해서 읽기보다는 비슷한 주제로 쓰인 다양한 책을 읽을 것'. 어떤 작가님께서 책 내용을 오래 기억하는 방법이라며 해주신 말이다. 나 또한 이 말에 공감한다.

 

오늘 소개한 '63일 침대맡 미술관'과 같은 책으로 산책하듯 미술에 발을 들인 뒤 이 책에서 유독 자신의 눈길을 끌었던 사조, 화가, 국가의 작품을 위주로 쓰인 다른 책을 읽다 보면 점점 내 취향도 생길 것이고, 또 그러다 보면 특정 화가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자처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어있을 것이다.

 

그러니 평소 미술을 어렵게만 생각했던 사람이 있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63일 침대맡 미술관_표지입체_수정.jpg

 

 

63일 침대맡 미술관

 

지은이 | 기무라 다이지

 

출판사 | 한국경제신문

 

발행일 | 2021년 1월 28일

 

가격 | 16,000원

 

쪽수 | 204쪽

 

ISBN | 978-89-475-4686-7 (03600)

 

판형 | 140*200 (양장)

 

분야 | 예술 > 미술일반/교양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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