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아트인사이트 21기를 마치며, 글에 대하여 [사람]

나는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글 입력 2021.03.04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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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21기를 마무리하며, 어떤 글을 올려야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던 중 아트인사이트 지원서를 다시 읽어보며 마지막 '자유발언'에서 글을 주제로 쓴 것을 발견해 함께 공유하고 싶었다. 당신은, 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하나



글을 쓴다는 것은 어쩌면 아무것도 아닐 지도 모릅니다. 조금만 주변을 둘러봐도 잘 쓰는 사람과 잘 쓰인 글은 발에 채일 듯이 많습니다. 내 줄글이 겨우 종이나 데이터 낭비는 아닐까, 다른 사람이 원하기는커녕 겨우 자기만족도 못 시키는 단어들의 무의미한 나열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문화예술을 리뷰하기에는 내가 가진 어휘들이 너무 적고, 기억은 빠르게 휘발되며, 왜곡은 거침없이 의도를 곡해시키고, 함축된 의미를 설명하기에는 내 지식이 너무 보잘 것 없고 초라하다 느낄 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그런 순간에야 말로 글을 써야합니다. 지금 내가 쓰려는 글은 이 순간의 나만 쓸 수 있어, 조금은 뻔뻔하게 느껴질지도 모르는 자신감이 필요합니다. 일단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꺼내거나 공책을 열고, 한 문장이라도 써놓고 시작을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는 것이 많고 똑똑해지면, 시간이 많고 여유로워지면, 글을 잘 쓸 수 있게 되면, 그 때, 언젠가, 나중에, 미루다보면 글이 쌓이는 것이 아닌 녹슬게 됩니다. 정말 원하고 필요한 순간이 왔다 하더라도 손이 멈춰버려 아무것도 쓰지 못하게 됩니다. 망연자실한 후회는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글을 써야합니다.


어색한 친구와의 약속처럼 글을 미뤄서는 안 된다, 사실은 제게 하는 말입니다. 공부 때문에, 입시 때문에, 레포트 때문에, 약속 때문에, 글을 써야 할 이유는 없었지만 나중으로 넘겨야 할 이유는 많았습니다. 그렇게 몇 년, 마음 한 편에 글에 대한 부채감을 가진 채 애써 외면한 시간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비문학과 문학은 다른 걸 알면서도 과제도 글이니까, 하고 모른 척 했던 순간들을 잊지 않겠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기회가 닿는 대로, 기회를 만들어서 꾸준히 글을 쓰고 싶습니다.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나서 해설지의 정답을 찾듯 남의 해석을 검색하기 전에, 서툴고 어색하더라도 제 감정이나 느낌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사람들과 나누고 싶습니다. 저는 글을 계속 쓰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도 글을 계속 쓰기 바랍니다.

 

 

 


 

자유, 라는 말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같습니다. 홀릴 듯이 아름답지만, 동시에 무척이나 공허한 기분이 듭니다. 제가 선택하고, 제가 결과에 대해 오롯하게 책임을 져야하는 자유. 제게는 늘 매력적이면서도 어려운 단어입니다.


하다못해 놀이공원에서 자유이용권을 구매한다고 해도, 정말 제가 타고 싶은 모든 걸 타지는 못합니다. 같이 간 사람의 취향과, 길게 대기 줄을 선 사람들과, 집에 돌아 갈 때까지 남은 시간과, 모든 것을 종합해서 고려해 최선의 판단을 내려야합니다.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은 사실 불가능할 지도 모릅니다. 세상에는 한계가 있고, 정해진 선이 있고, 우리는 그것을 감안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하지만 글만은, 어디까지나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뜻이 정해진 단어들을 멋대로 조합해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내고, 그 문장들을 엮어내 하나의 문단이 되고, 그 문단들은 결국 하나의 글을 완성시킵니다. 알고 있는 어휘가 풍부할수록, 경험해 본 사건이나 느껴본 감정들이 다양할수록, 사람의 글은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생명을 갖게 되는 글을 써내려갈 때면 피조물을 창조해낸 프랑켄슈타인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입니다.


애증이라고 말하면 웃길지 모르지만, 제게 글은 늘 어떠한 대상이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도, 잘하는 것도, 괴롭게 만드는 것도, 자괴감을 느끼는 것도, 웃기는 것도, 울리는 것도, 결국은 글이었습니다. 나희덕 시인의 「푸른밤」처럼, 신경 쓰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들도 실은 글을 향한 것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읽는 것도 쓰는 것도, 언제나 크게 의미를 부여하던 글을, 저는 어떻게 바라봐야할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자유, 라는 단어에서 끝내 글을 선택해버린 이 일방적인 짝사랑은, 글을 쓰지 않아서 계속됩니다. 시간이 있을 때 진지하게 노트북을 키고 펜을 들고 글을 쓰는 것보다 스마트폰으로 낭비해버리기를 기꺼이 선택하며, 저는 매일 글을 버리고 또 섬겼습니다.


자유인지 글인지 나인지 뚜렷한 주제도 목적도 없는 글을 쓰게 됐으나, 질문이 자유발언이니만큼 괜찮기를 바랍니다.

 

*

 

나는 글을 좋아한다. 좋아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힘들고 귀찮을 때가 많을지라도 글이 내게 주는 자유를 거부하고 싶지 않다. 느리더라도 꾸준히 써가고 싶다. 누군지 모르지만 이 글을 읽고 있을 당신도 나와 함께 글을 사랑하길 바란다.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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