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위로받고 싶어서 -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

시여, 앞으로도 더 오래 살아남아 있거라
글 입력 2021.03.03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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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좋다. 길지 않은 문장 안에 담긴 위로와 공감이 좋다.

 

그래서 종종 마음이 힘들거나 긴 글을 읽기 힘들 때 시를 찾아서 읽는 편이다. 좋은 시를 만났을 때, 그 시를 곱씹으며 다짐하게 된다. 그리고 마음에 위안을 얻으며 나도 언젠간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시를 쓰고 싶다고 다짐한다.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듯 나태주 시인은 위로받고 싶은 자들에게 국내 외 명시를 엮어 사람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 시 외에도 나태주 시인이 개인적으로 이 시가 왜 기억에 남았고 좋았는지, 그리고 어떤 위로를 받았는지 감상도 같이 실려있다. 그래서 시를 읽고 먼저 읽고 나태주 시인의 감상까지 같이 읽다 보면 어느새 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나태주 시인 본인이 시인으로 살아가면서 그의 인생에 버팀목이 되어준 시들이다 보니 다양한 시인들이 쓴 시지만 나태주 시인의 색깔도 느낄 수 있었다. 나태주 시인은 이번 시집을 통해 사람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위로’이다.

 

그래서 시를 읽어내려갈수록 마음 한쪽에 따스한 온정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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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은 당신에게 이 시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목마른 당신, 외로운 당신에게 이 시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기도하고 싶은 당신에게 이 시들을 드리고 싶습니다. 이 시들이 당신에게 잃어버린 사랑을 데려다줄 것입니다. 당신 마음의 평안과 기쁨을 더불어 약속해 줄 것입니다. 당신을 대신하여 기도되어줄 것입니다. 시가 사람을 살리는 좋은 약이라는 믿음을 나는 한순간도 놓아 본 적이 없답니다.”

  

헤르만 헤세, 괴테, 프랑시스 잠, 윌리엄 셰익스피어 등 이름만 알고 그들의 시를 읽어본 적이 없었기에 이번 시집을 통해 처음 시를 읽어보았다. 시대를 뒤흔든 작가라 할지라도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불안과 고독 그리고 감상자에게 건네주는 희망찬 언사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었다. 왜 나태주 시인이 이들의 시를 읽고 시인으로서 버팀목이 될 수 있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유명한 시인들 외에도 생소한 이름을 가진 시인의 시를 읽을 수 있었는데, 러시아 시인, 프랑스 시인, 독일 시인 등 찾아서 읽지 않는다면 쉽게 접할 수 없는 시인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이번 시집의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아무리 시가 좋다고 하더라도 소설과는 다르게 좋은 시들을 만나기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호불호 기준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그렇기에 자신이 좋다고 생각한 것을 남에게 권유하는 건 쉽지 않은 용기이다. 나에게 좋았던 것이 남에게는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되려 본인이 상처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나의 취향을 의심하거나 숨기기도 한다. 그러나 <시가 사랑을 데리고 온다>는 나태주 시인의 용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호’가 가득한 시집이 당신에게도 ‘호’가 되길 바라는 마음과 시를 사랑하는 마음을 느꼈다.

 

 

마음속에서 풀리지 않는 고민들에 대해 인내함을 가져라

고민 그 자체를 사랑해라

지금 당장 답을 얻으려 말라

지금 당장 주어질 순 없으니까

중요한 건 모든 것 그대로 살아보는 일이다

지금 그 고민들과 더불어 살라

그러하면 언젠가 미래에

너 스스로도 알지 못하는 그 시간에

삶이 너에게 답을 가져다줄 것이다


젊은 시인에게 주는 충고 -라이너 마리아 릴케

 

 

계속 곱씹어 읽게 된다. 인생 자체의 안내자가 되어주었다는 시는 나에게도 인생의 해답을 알려주었다. ‘고민 그 자체를 사랑해라’라는 구절은 인생의 깨달음을 얻게 했다. 그 많은 것을 사랑할 줄 알면서 왜 단 한 번도 고민을 사랑해볼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고민한다고 하여도 그 답을 당장 얻을 수 없다.

 

이는 내가 아무리 고민하여도 바뀌지 않는다. 그러니 고민을 사랑하며 살아가다 보면 언젠간 고민의 해답을 깨우치게 될 것이라는 릴케의 따스한 위로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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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월 님이시군요, 어서 들어오세요!

오셔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요. 오랫동안 기다렸거든요.

모자를 벗으시지요-

아마도 걸어오셨나 봐요.

그렇게 숨이 차신 걸 보니. 그동안 삼월 님, 잘 지내셨나요?

다른 분들은요? ‘자연’은 잘 두고 오셨나요?

아, 삼월 님 우리 2층으로 가요.

밀린 얘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삼월 -에밀리 디킨슨

 


2021년의 3월이다. 푸릇푸릇한 새싹이 돋아나고 온화한 바람이 맞아주는 봄이 온다. 삼월이 오기까지 참 많은 이야기가 있었다. 그래서 삼월이 오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다. 이번 봄은 마스크를 더는 쓰지 않는 세상이 되기를, 그리고 세계를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시작의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인생이 고단하고 팍팍할수록 ‘시’를 더 찾게 된다. 필자의 학창시절 선생님이 말하길 시인의 시 한 구절, 한 단어, 한 음절은 시인의 고뇌와 기나긴 시간의 결과물이라고 했다. 시 한 구절 한 구절을 되뇌다 보면 하나의 시를 완성하기 위한 시인의 인생까지 느끼게 된다.

 

그들도 나와 같이 세상을 살아갔던, 살아가는 사람인지라 너무 큰 고통도 너무 큰 행복도 아마 내가 걸어온, 걸어갈 인생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그들이 건넨 위로와 사랑이 담긴 시를 읽으며 나의 인생을 담은 시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그러니 ‘시여, 앞으로도 더 오래 살아남아 있거라’

 

 

[나시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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