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2021 딜라이트 서울

글 입력 2021.03.0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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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비니즘(Chauvinism) : 맹목적·광신적·호전적 애국주의를 뜻하는 말. 은어/신조어로 ‘국뽕’이라고 한다. 애국심이 과도하여 다른 문화를 배척하고 우리 문화를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의미한다.


한창 외국인 예능이 범람했을 때, ‘국뽕’이 문제시됐을 때가 있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한국 최고다!’라고 말할 수 없으니 ‘제 3자’의 입을 빌려서 소리치는 것이다.

 

‘한국은 배달도 빠르네. 한국 식당은 서비스가 최고야. 한국인 정말 친절해’


필자 또한 넘쳐나는 ‘국뽕’ 콘텐츠에 지친 적이 있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현지에서 먹힐까’, ‘국경 없는 포차’ 등 외국인이 대한민국의 문화, 역사, 생활양식에 대해 말하는 콘텐츠는 자연스레 피했다.

 

 


취할란다



‘한국’에 취할 수밖에 없었다.

 


corridor of light2.jpg

 

 

‘서울 권태기’에 빠져있던 필자를 입구에서부터 반겨준 <2021 딜라이트 서울>.

 

‘시작’이라는 이름을 붙인 둥글고 시린 달. 그리고 달빛이 내려주는 전시의 시작. 그 길을 따라가면 나오는 한국의 샤머니즘. 자축인묘진사오미신유술해. 12가지의 동물이 관람객을 수호하듯 웅장하게 서있고 필자는 그 대담함에 압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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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생년월일이 기록된 바코드를 찍으면 머리 위로 본인의 ‘띠’가 쏟아진다. 서울 그리고 광활한 세상 속에서 앞으로 나아가는데 용기와 힘을 주는 존재들. 필자가 온갖 크고작은 고난에도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건 우리를 지켜주는 십이지신때문이 아니었을까, 무교론자로서 의미를 더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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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공간을 지나니 또한번 펼쳐지는 ‘전통힙’. ‘서울이야기’라는 전시공간에는 경복궁, 남산타워, 해치들이 빠르게 인파속으로 사라졌다. 내가 사랑했던 모든 ‘한국’들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고 익숙한 존재가 되어 필자의 일상 속에 ‘뒷배경’이 되었던 서울이 눈으로 한번, 귀로 한번 들어왔다. 반가웠다.

 

 


들어는 봤니, '힙한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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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영’의 공간. 천장에 매달린 청사초롱이 시간의 간격을 두고 다채로운 색을 발한다. 보자마자 탄성이 나오는 곳. “예쁘다.”

 

지역축제, 불교 관련 축제에서만 보던 청사초롱이 형형색색의 빛을 만나 설렘을 선사했다. 허공에 떠있는 청사초롱은 서울에서의 ‘행복’을 뜻하는 것 같기도, 서울의 ‘허영’을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슬픔과 기쁨이 공존하는 공간.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색을 모두 보고 난 후에야 빠져나올 수 있던 ‘환영’의 공간은 눈과 마음에 녹아들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청사초롱을 올려다보는 필자와 그 색들이 아른거린다.

 

 

 

‘뉴트로’의 구현


 

도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 등장한 ‘뉴트로(New-tro)’.

 

과거의 트렌드를 현재로 가지고와 1020에게는 낯설게, 그 이상의 세대들에게는 익숙하게 전달하는 흐름이었다. 그리고 뉴트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선 아이돌’이라 불리는 이날치의 등장과 파급력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2021 딜라이트 서울>에도 옛 것과 새 것의 공존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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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D 기둥에 서울이 빠르게 지나갔다. ‘뉴서울피자’, ‘다방’ 그리고 서울을 설명하는 우리말 들. 기둥의 중간에 서서 시간이 흐르듯 옛것의 그림자를 보내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서울의 과거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얼굴을 비추는 네온사인 그리고 서울의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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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은유’ 전시장에 들어서면 서울 속에 놓인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의 모습을 찍어 이모지와 문구로 화면을 꾸미면 서울의 어느 한 골목을 재현해 놓은 듯한 ‘거리’에 나의 얼굴이 떠오른다. 서울에 내가 있고, 내가 서울에 있는 듯한 느낌. 참여형 전시의 묘미, 소속감이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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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한글’에는 서울에 공존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얼굴을 나란히 할 수 있다.

 

본인의 얼굴을 찍어 2021년 올해 본인에게 하고 싶은 말을 남기면 한 쪽 벽면에 다른 관람객의 얼굴이 함께 뜬다. 나의 얼굴을 찾는 재미 그리고 마스크에 가려져 정확한 얼굴은 알 수 없지만 서울이라는 공간에서 한번쯤은 마주쳤을 법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함께 올린 용기의 메시지가 필자에게도 울림을 준다.

 

“잘했고 잘하고있고 잘할거야”

 

 

 

과거·현재·미래



외신에서 ‘서울’을 수식하는 표현으로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하는’을 자주 볼 수 있다. 서울살이 N년 차인 필자는 골목마다 분위기가 다른 서울에 빠진 적이 있다. 면적이 작은 나라인지라 그럴수도 있지만 과거의 것을 온전히 보존하되 ‘오늘’이 될 미래도 놓치지 않는 도시다. 참 질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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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딜라이트 서울>도 과거현재미래를 담았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십이지신부터, 서울의 현재 그리고 현재를 보여주는 감각적인 기술들. 서울을 사랑하는 이들, 서울을 알고 싶은 이들 그리고 서울을 잘 아는 이들 모두에게 자극을 주는 전시라고 확신한다.

 

 


끝으로



‘국뽕’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역동적이지만 역사적 순간에 머물러 있는, 하지만 현재에 충실 하는 도시 서울. 한국, 그 중에서도 서울을 사랑하는 필자에게 적합한 전시였다. 일상을 살아가다 보니 어느새 서울은 오래된 연인처럼 그 가치와 소중함이 흐려져 갔다. 서울의 반짝이는 마천루를 보고 상경을 결심했던 ‘나’는 없었다.

 

서울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서울의 가치를 일깨워준 전시 <2021 딜라이트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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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2021 딜라이트 서울>에서 내가 사랑한 모든 ‘한국’을 모두 보았다.



[신재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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