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존엄성 수업

글 입력 2021.02.2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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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존엄성 수업>은 독자에게 줄곧 질문을 던진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가 하면 이내 또다시 질문한다. 그렇게 반복적으로, 질문은 끝없이 이어진다.

 

그 질문들 속에는 애써 외면해왔던 이슈들이 담겨있다. 필자는 이슈들을 마주하는 것에 거침이 없다.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찬성과 반대, 그 어느 쪽도 옳은 답이 될 수 없는 질문들에 대한 숙고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책 <존엄성 수업>은 필자의 고심을 오롯이 담아낸 책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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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1장은 '인간의 존엄성'을 다룬다. 모든 논의의 출발점을 가장 넓은 말로부터 시작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인간이 존엄한 이유를 묻는다. 인간은 왜 존엄한가? 필자는 그 이유를 인간이 살아가는 양상을 통해 밝혀내려 한다.

 

헌법 제2항: 국민의 권리와 의무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상당히 많이 인용되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위 조항은 국가의 의무를 개인의 인권을 보장하는 것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는 국가의 주체인 국민은 개개인 모두가 인권이라는 단어 안에서만큼은 절대적으로 평등하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사물은 본질이 실존에 앞서지만, 인간은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 인간의 본질에 해당하는 내용은 각자가 살아가면서 평생에 걸쳐 스스로 채워 넣어야 한다. 그것이 인간의 삶이다. (pp. 32)

 

하지만 그 어떤 인간도 자신이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것이 아니다. 모두가 우연의 산물이다. 아이를 낳겠다는 의지를 가진 자는 존재하나, 세상에 태어나겠다는 의지를 가진 자(여기서 생존을 향한 태아의 본능은 논외로 둔다)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러니를 품고 어쨌든 인간은 이 세상에 발을 붙인다.

 

따라서 필자는 인간의 본질을 타고나는 것이 아닌, 살아가면서 개인의 노력으로 발굴해나가야 하는 후속 개념으로 설명한다. 본질을 강구하는 과정 없이는 '맹목적 존재'에서 벗어날 수 없으며 인간의 가치는 자신의 실질을 채워가는 여정, 그 자체에 있다.

 

그렇기에 인간은 존엄하다 말한다. 인간은 자신의 본질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질문하고 고민하기 때문이다. 쉬이 해답을 얻을 수 없는 질문들을 늘어놓는 것이 인간 존엄성의 증거라는 것이다. 이것이 인간이 인간 이외의 동물 또는 식물들과 구분되는 지점이며, 이로 인해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만큼이나 타인의 존엄성을 존중해야 할 필요가 발생한다.

 

정리하자면, 인간의 존엄성은 자신을 존중하는 만큼 기꺼이 타인을 존중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러므로 인권은 나 자신만을 위한 단어가 아니다.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는 과정에서 타인의 삶을 지켜주기 위한 '도구'로서의 인권을 말하기에, 오히려 나는 나의 인권을 보호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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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회의 구성원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다 보면, 당연한 권리임에도 눈치를 보게 되고 당당히 주장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사회가 혼란하면 혼란할수록,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 개인의 권리는 약화되기 쉽다. 그러나 결코 잊어서는 안된다. 모든 권리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인권마저 타인의 존재를 인식한다는 점을 기억하며, 나 한 사람의 소홀함이 단지 나 한 사람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리는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다.

 

책 <존엄성 수업>은 인권으로부터 출발해 생명권, 평등권, 나아가 동물권까지 그 범위를 확장해가며 각 키워드에 대한 논의를 끊임없이 풀어낸다. 그중엔 친숙한 권리도 있고 다소 생소한 권리도 있다. 하지만 공통적으로 '존중'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결국 책은 우리에게 존중하라 요구한다. 제목에서부터 드러나듯, 책 <존엄성 수업>은 스스로의 존엄성을 이해하는 것에서 타자의 존엄성을 보호하는 것으로 나아가는 일련의 체계적인 수업이라 할 수 있다.

 

혹여 본 책을 읽게 된다면 '그동안 나는 나의 권리, 그리고 타자의 권리에 얼마나 관심을 가지고 있었나' 한 번 곰곰 생각해 보길 바란다. 생각보다 스스로에게 너무나도 무관심했던 과거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처 챙기지 못했던, 애써 관심을 두지 않았던 권리들은 무엇이었는지 질문해보라. 발견은 문제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

 

*

 

지은이 차병직

 

변호사.

법무법인 한결 구성원 변호사로, 고려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25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과 집행위원장을 지냈으며 현재는 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서울대·고려대·이화여대 법과대학에 출강하며 후학을 양성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저서로 《사람은 왜 서로 싸울까》 《사람답게 아름답게》 《사건으로 보는 시민운동사》 《단어의 발견》 등을 썼고, 공저로 《지금 다시, 헌법》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습니다》 등이 있다. 《위대한 개츠비》 《세계사 최대의 전투 : 모스크바 공방전》 등을 번역하기도 했다.

 

"고유의 무게를 확보하는 방식의 하나가 자기만의 생각인데, 이 책은 그 예시의 하나에 불과한 보잘것없는 흔적이다. 인간의 자유와 권리에 대한 생각은 보통 눈을 감고 해도 좋지만, 저잣거리를 기웃거리면서도 가능하다. 바깥을 뛰쳐나가기도 귀찮고 눈을 감기도 싫으면, 책을 펼쳐도 같은 효과를 얻는다. 모든 문학 작품은 구상이든 추상이든 삶의 풍경화다. 글로 묘파한 삽화를 곁들여 불분명한 몽상의 그림을 문자로 번역한 것이 《존엄성 수업》이라는 이름표를 단 두터운 메모장이다."

 

 

[김규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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