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l me by your name: 첫사랑은 그저 지난 날의 노스탤지어여야만 하는 걸까

Is it a vedio?
글 입력 2021.02.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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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의 '인생 영화'이자, 필자에게도 '인생 영화' 중 하나로 자리 잡은 'Call me by your name.' (2017년 작, 루카 구아 다니노 감독 작품)

 

필자는 'n차 관람'을 하지 않는 편이다. 처음으로 그 작품을 봤을 때의 감동이 두 번째로 볼 때는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처음 볼 때와 두 번째로 볼 때 그 감동이 똑같이 느껴지는 작품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Call me by your name'은 달랐다. 첫 번째로 보았을 때의 그 감정이 두 번째로 영화를 보았을 때는 더 뜨거웠다. 마음이 너무 뜨거워서 감당하지 못할 것 같다고 느낀 것은 영화를 보면서 처음이었다. 서로를 자기의 이름으로 부르며, 서로에게 자신의 머리를 기대며 모든 것을 내어 주는 둘의 사랑은, 사랑에 대한 꿈을 다시금 꾸게 해 주었다.

 

배우들의 이름이 나오는 영화의 맨 첫 장면부터, 노란색 글자들이 위로 올라 가는 엔딩크레딧의 마지막 장면까지, 엘리오와 올리버의 감정에 그대로 젖은 채로 1980년대 이탈리아 에서의 그들의 첫사랑에 나는 완전히 스며들어 있었다.

 

영화에 이렇게 몰입할 수 있었던 것에는 배우들의 연기력뿐만 아니라 삽입곡도 매우 큰 몫을 하였다. 필자는  이 글에서 영화의 삽입곡인 Sufjan Stevens의 'Visions of Gideon'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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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sions of Gideon'의 1절 가사이다. '내 생애 마지막으로 당신을 사랑했어요. 이건 그저 비디오인가요? 이건 그저 비디오인가요?' 라는 가사로 노래는 시작한다.

 

영화에서,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은 정말 영화같다. 그들 주변에 나쁜 사람은 없고 모든 것은 평화로우며, 아름다운 엘리오의 별장에서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렇게 평안하고 아름다운 영화의 분위기가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을 더욱 뜨거운 이야기로 돋보이게 해 준다.

 

'Visions of Gideon'은 '기드온의 환상'이라고 번역 된다. 기드온은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성경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기드온은 하나님의 천사로부터 "이스라엘을 해방시켜라." 라는 메세지를 듣는다. 그러나 천성적인 회의론자인 기드온은 천사가 정말 하나님이 보내신 천사가 맞는지 의심하고, 천사가 음식을 손으로 만져 불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서야' 믿는다.

 

또한, 기드온은 하나님 또한 믿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하나님을 '양털 깔기'로 시험하고, 자신이 하나님께 기도 드린 대로 이루어진 것을 '보고서' 하나님을 진정으로 믿고 세 아들과 함께 전쟁에서 미디안인들을 물리친다.

 

이처럼 기드온은 하나님이라는 신도 시험을 해 보는 회의론자이다. 그래서 'Visions of Gideon', 기드온의 환상은 믿지 못할 환상, 꿈 같은 일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드온에게 있어서는 '보는 것'이 세상의 진리를 확인하고, 믿을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기드온은 하나님의 존재도, 천사도 '봄'을 통하여 믿을 수 있었다.

 

이제 엘리오와 올리버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필자는 이 노래의 화자가 엘리오라고 생각한다. 엘리오는 묻는다. '이건 그저 비디오인가요?' 라고. 비디오는 비디오로 찍힌 과거를 눈으로 보는 것이다. 과거를 지금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추억하는 것일 뿐이다. 즉, 여기에서 '비디오'란 엘리오와 올리버의 첫사랑을 의미할 것이다. 엘리오는 올리버에게 '그 사랑이 지금 계속 될 수는 없는 것인지, 비디오처럼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추억으로 남아야 하는 것인지' 묻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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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절의 가사는 'Is it a vedio' 부분이 'Visions of Gideon'이라고 바뀐다. 이 두 구절은 발음도 비슷하고, 의미하는 바도 비슷하다. 올리버와 나누었던 그 아름다운 사랑이 '기드온의 환상'으로 남아야 하는지, 훗날 자신의 어릴 때를 추억하면 기억 날 가슴 아픈 첫사랑으로 남아야 하는 것인지 묻는다. 계속해서 '묻는다'는 것은 곧 올리버도 그렇게 생각하는 지 묻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올리버는 엘리오에게 자신이 약혼을 했다고 전화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자신은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올리버의 말을 들은 엘리오는 모닥불 앞에 앉아 절망, 분노, 첫사랑에 대한 그리움, 슬픔 등 수많은 감정을 겪으며 눈물을 흘리고 영화는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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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선가 이 영화에 대한 이러한 감상평을 읽은 적이 있다. '소년과 소년의 사랑이었다면 둘은 무모한 사랑을 했을 것이고, 성인과 성인의 사랑이었다면 둘은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지 못했을 것이다.' 라고. 올리버는 동성애에 대한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자유로운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엘리오와의 사랑을 '여름의 이탈리아에서의 향수'로 남겨 두고 싶어할 수도 있다. 우리가 첫사랑을 떠올리면 가슴 아픈 과거의 향수, 동시에 그 어느 때보다 아름다웠던 것으로 기억하는 것처럼 말이다.

 

엘리오와 올리버, 올리버와 엘리오. 둘의 사랑은 기드온의 환상처럼 꿈 같은 한 때의 첫사랑으로 과거에 머물러 있어야 하는 것일까? 다시 그 사랑을 시작할 수는 없는 것일까?

 

이러한 물음은 단지 엘리오와 올리버의 사랑에 대한 물음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첫사랑에 대해서도 던지는 물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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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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