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잔의 차, 공간과 그 사람 [공간]

어느 저녁, 나를 따스하게 감싸주었던 그곳
글 입력 2021.02.15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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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바쁘게 걸어다닌 날이 있었다. 오랜만에 사람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상대방의 표정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순간이 정말 반갑게만 느껴진 하루였다.

 

우연처럼 반갑게 느껴지는 하루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열차를 타야했다. 하지만 탑승시간까지 남은 시간은 3시간 남짓, 약속이 있었던 부평 근처에서 청량리역까지 1시간 거리임을 감안해도 나에겐 2시간의 여유가 생겼다. 선물처럼 느껴진 시간이었다.

 

누구의 눈치를 볼 것도 없이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온전한 나만의 시간이었다. 가슴 한켠에 자리를 잡은지 오래 된 코로나 블루 덕분인지, 이런 평범하고 일상적인 하루의 시간이 반갑게만 느껴졌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무엇을 하겠는가? 작은 카페에서 커피 한 잔을 테이크 아웃해서 근처 공원에서 마셔도 좋겠다. 합정 근처에 작은 서점에 들러 큐레이팅된 책을 고르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도좋다.

 

나는 동대문에 위치한 작은 찻집에 들렀다. 지난 봄에 들러 만남을 가졌던, 그때의 따스한 차의 향이 잊혀지지 않았던 그 공간을 다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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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 Cha TEA CLUB


 

매번 갈 때마다 다양한 종류가 써져 있는 메뉴판에서 추천을 부탁드렸다. 차에 대해 문외한이라, 그리고 공간의 분위기와 향이 너무나 마음에 들어서 부탁드렸다. 처음으로 이곳을 방문 했을 때는 마침 소나기가 내렸었다.

 

'비와 잘 어울리는 차가 있을까요?'

 

막연한 질문에 잠깐의 고민을 하시던 사장님은 곧 바로 차를 추천해주셨다. 사실 아직도 그 잎의 성분이나, 우린 방법을 기억하진 않는다. 하지만 아직도 그때의 기분 좋은 눅진함은 잊혀지질 않는다. 유리창 너머로 맺히는 빗방울이 정말 반갑게 느껴졌던 몇 안되는 순간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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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생각을 하기 정말 좋은 공간이다. 말려져 있는 꽃을 보면서, 갖고 온 책을 조금씩 읽으면서 나를 생각하고 글 속에 담긴 타인을 생각한다. 수많은 카페가 생기고 아름다운 공간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그럼에도 주말이 되면 이곳 '차차 티클럽' 생각나는 이유다. 조용하지만 즐겁고 따뜻하면서 그리운 공간이다.

 

 

 

TEA TIME


 

오늘은 두 번의 티타임이 있었다.

 

낮엔 아트인사이트 대표님과 티타임을 가졌다. 아트인사이트라는 플랫폼에 대한 이야기와 그리고 개인적으로 궁금했던 점들을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과의 대화는 언제나 인상 깊고 신선하다. 특히나 지난 몇 달간 타인과 제대로 된 대화를 나눈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정말 반갑고 감사한 시간이었다.

 

밤이 되면서 이곳에 들렀다. 오랜만에 뵌 사장님은 거진 1년 만의 만남이었음에도 나를 반갑게 맞아주셨고 오늘도 새로운 차를 추천해주셨다. 내 질문은 역시나 막연했지만 말이다.

 

'날씨가 아직 쌀쌀하더라구요. 따뜻하고 부드러운 차를 추천해주시겠어요?'

 

아마 난 차차 티클럽과 같은 공간의 분위기가 담긴 차를 마시고 싶었나 보다. 차에 대한 묘사는 내가 그때 느끼고 있었던 향과 온도, 그리고 분위기에 대한 묘사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공간과 어울리는 음료가 있다는 사실은 공간의 가치를 상상도 못할 만큼 높게 만들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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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비 오는 날 빗소리를 듣는 것.

 

이렇게나 당연한 말이 새롭게 다가올 때가 있다. 그리고 그런 생소한 기분에서 느껴지는 다정한 감정이 어울리는 공간이 있다. 어느 날 지치고, 빠듯한 일상에 녹초가 되어가고 있다면, 자신이 애정하는 공간에서 머리를 식히며 따뜻한 차로 온몸을 적셔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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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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