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스토리텔링이 가미된 옛 물건의 이야기 - 고궁의 옛 물건 [도서]

북경 고궁박물원에서 가려 뽑은 옛 물건
글 입력 2021.02.13 17: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책의 설명을 읽을 때까지만 해도 고궁을 뜻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옛 궁궐을 의미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랬기에 처음 책의 서문을 읽었을 때 얼마나 놀랐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고궁의 유물에 대한 이야기를 한껏 기대하고 있었는데 온통 ‘made in china’였다.

 

다시 책을 살펴보니 어떻게 헷갈릴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책은 중국 북경 고궁박물원의 옛 물건을 말하고 있었다. 책 소개를 빠르게 대강 훑어 벌어진 일이었지만, 고궁뿐만 아니라 ‘옛 물건’이라는 단어에 눈길이 갔었기 때문에 흥미를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표지 평면_고궁의 옛물건.jpg

북경 자금성 안에 위치한 고궁박물원은 소장품만 186만 점이 넘는다고 한다. 이는 한 연구자가 하루에 5점씩 본다고 가정했을 때 유물 전부를 보는 데 1,000년이 걸리는 양이며, 매년 전시를 새로 바꾼다 해도 전체 소장품의 0.6%밖에 보지 못하는 숫자이기도 하다. 숫자로 듣기만 해도 엄청난 양에 기가 질리는데 명확한 예시까지 들어주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어마어마한 소장품을 보고 있노라면 그 수에 뿌듯하기도 암담하기도 할 것 같다. 수장고에서 밖으로 끄집어내어 소개해주고 싶고 설명해주고 싶지만, 평생을 걸쳐도 쉬이 이룰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고궁박물원에 근무하는 저자가 수많은 고궁의 소장품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옛 물건을 고르고 골라 18개의 주제로 요약했다. 우리는 저자가 엄선한 작품을 하나의 간편한 이야기로 들을 수 있다.

 

 

죽림칠현.PNG

가장 왼쪽에 자리한 이가 ‘혜강’이다

ⓒ미술대사전(용어편)

 

 

책의 다양한 ‘옛 물건’ 중에서 제8장의 <죽림칠현과 영계기 벽돌 그림 탁본>이 기억에 남았다. 중국 회화사를 배울 때 세 번째로 공부했던 작품이 바로 죽림칠현과 영계기 벽돌 그림을 탁본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위진 남북조 시대 남조의 벽돌 회화로 당대 권력의 암투에서 벗어나 산으로 은둔했던 죽림칠현과 승려 영계기를 그린 작품이다. 힘이 세상을 다스리던 혼란스러운 시기에 흥행했던 도교는 ‘자연완상’을 말했고, 이를 따랐던 이들 중 유명한 죽림칠현을 이전 시대보다 자연스러운 비례로 그려내었다.


작품에는 위에서 언급한 죽림칠현과 영계기, 총 8명의 사람이 나무 사이에 각각 위치했다. 이는 독립적인 화면을 구성한 것으로, 볼 수 있는 화면이 정해진 ‘단락’과 같은 공간 구획법이 나타난 것이다. 이러한 화면 구성은 마치 두루마리를 보는 것과 같다. 선묘 또한 부드러운 곡선의 형태로 그려져 있으며 의습선이 자연스럽게 펼쳐져 있어 리듬감이 느껴진다.


미술사적으로 바라본 작품의 설명은 고개지 등장 이전의 간략한 설명에 지나지 않아 인물 한 명 한 명을 자세히 들여다볼 수 없었다. 무엇보다 중국 회화의 역사를 공부하고 있었기에 그 방대한 양을 한 학기 안에 배우기 위해서는 빠르게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작품을 보는 관점은 작품의 이야기보다 요소에 집중하는 것이었다. 작품을 어떻게 그려내었으며 이전보다 발전된 형식과 양식을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았다.


중국 회화사를 배운지 시간이 흘러서 기억이 흐릿하지만, 작품을 보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위에 설명한 것처럼 조금이지만 배운 내용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면서 책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수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책에서는 작품에 나온 인물을 위주로 다루고 있었다. 그의 이름은 ‘혜강(嵇康)’으로 무려 10줄에 걸쳐 얼마나 빼어난 미모를 가진 인물인지 서술해놨다.


설명만 놓고 보면 오늘날의 주접 못지않게 상세하고 온갖 미사여구로 꾸며놨다. <진서>의 묘사에서는 “키는 7척 8촌, 말이 우아하고 풍채가 좋으나 형체를 흙이나 나무처럼 하며 스스로 꾸미지 않았다.”라며 “용의 재능과 봉황의 자태를 가졌고 타고난 기질이 자연스럽다고 했다.”라고 전한다. 사람을 서술하는데 용과 봉황이 튀어나올 정도의 아름다움을 지녔다는 말이다.


이외에도 저자는 여러 가지 꽤 재미있는 말들로 작품을 설명하고 시대를 알려주고 인물을 서술했다. 읽다 보면 피식 웃게 되는 문장들에 왜 유물이 아닌 ‘옛 물건’이라 일컬었는지 알게 되었다. 저자는 유물이 품은 시간에 주목했고 이를 스토리텔링으로 흥미롭게 풀어내었기 때문이다.

 

 

[문지애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