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코로나와 한 해를 버틴 공연계를 돌아보며 [공연]

지금 여기, 지금 우리, 그리고 공연
글 입력 2021.02.12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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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는 그동안 당연하게만 여겼던 모든 것들이 쉽게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예술계도 마찬가지다. 특히 공연예술계는 더욱 큰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공연은 관객이 극장으로 방문해야만 이루어지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코로나로 인한 공연계의 실질적 피해는 끊임없이 속출하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2020년 초부터 2021년 초에 이르기까지 코로나와 한 해를 버틴 우리나라 공연계의 모습을 돌아보며, 지금 공연예술을 사랑하는 우리가 생각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제시하고자 한다.

 

2020년, 코로나바이러스라는 유례없는 질병의 등장으로 연극, 뮤지컬을 포함한 공연계의 여러 기대작의 개막은 잠정 연기되었으며 수많은 공연이 중단되고 취소되었다. 그중에서도 이머시브 공연(배우들이 객석으로 내려오는 등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무는 공연)인 <그레이트 코멧>의 개막 소식은 수많은 뮤지컬 팬들의 기대를 모았는데, 마스크를 쓰지 않은 배우가 관객과 가까이하는 공연이기에 코로나가 종식될 때까지는 상연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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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그레이트 코멧>


 

특히 지난해 11월 중순부터 시작된 '3차 대유행' 이후로는 거의 모든 공연이 중단되었는데, 연말연시에 공연을 보는 관객이 많다는 것을 생각하면 공연계의 피해가 막심하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나마 요즘에는 코로나 확진자의 수가 조금 줄어들고 정부의 정책이 완화되어 하나둘씩 공연이 재개되고 있지만, 아직도 관객의 입장에서 공연장을 마음 편히 찾기는 어렵다.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관객의 경우에는 수도권에 있는 공연 시설을 방문하기 위해 장시간 교통을 이용해야 하므로 더 큰 부담을 감당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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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창궐한 이후, 한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고자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정책을 폈다. 공연장 또한 다중이용시설에 속하므로 공연예술계에는 ‘좌석 띄어 앉기’라는 규칙을 적용했다. 관람객의 밀집도를 낮추기 위해 두 자리 혹은 한 자리씩 좌석을 띄어 앉는 것이다. 공연장 입장 시에는 체온을 측정하고 문진표와 전자출입명부를 작성하도록 했으며, 마스크를 착용한 관객의 환호와 함성은 일절 금지되었다. 체계적인 규칙을 적용했지만,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많은 공연이 조기 폐막 및 잠정 연기라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거리 두기 좌석제로 인해 공연 수익보다는 손실이 더 생기기 때문이었다.

 

공연예술의 근본적 특성은 배우와 관객이 현장에서 서로의 피드백을 주고받는 것에 기인한다.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넘어 무형의 에너지를 전달하는 것이 공연만의 매력이었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맞이한 상황에서 ‘현장성’과 ‘순간성’이라는 공연의 본질은 무너져내렸다. 눈앞에서 펼쳐지는 허구의 세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그동안 관객의 역할이었지만, 이제 관객은 수동적인 자세로 변해야만 했다.


그래도,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은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최근 현장 공연이 줄어들자 무관중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수단이 등장했다. 인터넷에 접속하여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물론 무료 공연도 있다) 시간에 맞춰 컴퓨터나 TV, 스마트폰을 통해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것이다. 온라인 공연에서는 제작사가 미리 여러 대의 카메라로 촬영해두었던 녹화 영상을 송출하거나, 실시간으로 극장에서 공연이 진행되는 모습을 관람할 수 있도록 라이브 공연을 송출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현재 상연되고 있는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의 제작사 '쇼노트'는, 극장에서 배우들이 연기하고 노래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관람할 수 있게끔 깔끔한 화질의 영상과 음향을 통해 라이브 공연을 제공했다. 비록 현장에서 볼 수는 없어도, 뮤지컬이 진행되는 동시에 이를 화면으로 관람할 수 있다는 것은 공연의 '순간성'을 잃지 않았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할 수 있다. 가격은 3만 5천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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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젠틀맨스가이드 : 사랑과 살인편>

 

 

온라인 공연은 안전하게 문화예술을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공연의 열기를 직접 느끼지 못한다는 근본적인 단점도 있다. 또한, 공연을 상영하는 플랫폼이 네이버 TV, 유튜브 채널 등으로 매우 다양하고, 상영이 산발적으로 이루어지기에 관객이 관심을 가지고 알아보지 않으면 공연 시간을 놓치기 일쑤다. 온라인 공연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관객 친화적인 시스템의 확립과 플랫폼의 단일화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무관중 온라인 공연의 활성화와 함께 논의되어야 할 점은 '체계적인 아카이브'의 필요성이다. 공연은 일회성을 가지는 무형(無形)의 예술이기에 다른 장르에 비해 보존하고 기록하기 어렵다. 그러나 영상을 이용한다면 공연이 상연되는 순간의 모습과 소리를 한 곳에 담아 보존할 수 있다. 실제로 영국 국립극장, 미국 링컨센터에서는 역사적인 공연의 영상을 조직적으로 모아왔고, 이를 예술 교육에 활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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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컨 센터

 

 

우리나라에서도 후세대를 위한 예술의 전승이 이루어지려면 온라인 아카이브의 활성화가 절실하다. 현재 온라인 공연이라는 획기적인 산업의 발전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은, 체계적인 아카이브의 개발이다.

 

*

 

공연예술은 다른 이와 나의 경계를 허물고 서로를 이해하며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한다. 이는 공연이라는 아날로그적인 예술이 지금과 같은 기술 복제 시대에도 많은 관객을 모으는 이유일 것이다. 현재는 바이러스로 인해 타인과의 소통이 요원해졌으니 이 사회에서 공연은 더욱 필수적인 존재가치를 지닌다. 그러므로 공연예술만이 가지는 특성과 가치를 보존하면서, 동시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현명하게 대처할 방안을 지속해서 고민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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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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