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절이 또다시 돌아왔다. 며느라기를 보자. [드라마/예능]

글 입력 2021.02.1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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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명절이 또다시 돌아왔다. 우리나라 부부의 이혼율이 가장 높아진다는 그 시기 말이다. 올해 명절은 코로나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이 모이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시가의 일로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많다.

 

이 시기, 가족과 함께 보면 좋은 드라마를 하나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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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1일, 카카오티비에서 드라마 <며느라기>를 방송하기 시작했다. 드라마 <며느라기>는 인기 웹툰 <며느라기>를 드라마화한 것으로, 12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 저번 주 완결이 났다.


이미 웹툰으로 <며느라기>를 본 적이 있는 나는 드라마화가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작품이 드라마화된다는 것이 기쁘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원작에서 느꼈던 매력적인 면이 사라져 버리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었다.

 

원작 웹툰에는 수신지 작가 특유의 담담하면서도 핵심을 찌르며 충격을 주는, 피식하고 씁쓸하게 헛웃음을 짓게 만드는 매력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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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 며느라기 (출처: 카카오페이지 웹툰 며느라기)

 

 

드라마화된 <며느라기>는 담담하게 충격을 주는 원작의 매력 포인트는 살리지 못하였지만, 대신 실제 사람이 연기한다는 점을 살려서 원작보다 더욱 현실감 있게 구현해내어 많은 공감을 끌어냈다.

 

웹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등장인물의 목소리나 말투 그리고 미세하게 바뀌는 표정 연기에서 드러나는 감정선이 등장인물을 더욱 입체적으로 만들어 주었다.


원작 웹툰에서는 주인공인 민사린의 입장에서만 생각하였지만, 드라마에서는 다른 등장인물의 입장도 이해가 가며, 때론 세상의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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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는 이제 막 결혼하여 ‘며느리’가 된 민사린이 며느리에게 주어지는 암묵적인 사회의 역할을 직접 겪게 되며 일어나는 일들을 다루고 있다.

 

‘며느라기’란 단어는 시댁에서 애칭처럼 불리는 ‘며늘아기’라는 단어와 비슷한 발음에서 착안한 단어로, ‘사회에서 요구하는 며느리의 역할을 강박적으로 하는 시기’를 뜻한다. 여기서 ‘며느라기’의 ‘기’는 권태기, 후기에서의 ‘기’자와 같은 ‘기期’이다.


지금까지 사회에서 며느리가 당연히 해야 한다고 여겨지던 일들은, 사실 이성적으로 생각해 보면 부조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명절이나 제사 때 남편 집의 일을 도맡아 하는 일, 시부모의 이벤트를 챙기며 남편의 효도를 대신해 주는 일, 손님으로 초대받아 간 시댁에서 설거지나 요리 등을 하는 일. 이 일을 하는 주체가 며느리가 아닌 사위라고 생각해 보면 상당히 어색하다.


주인공 민사린은 ‘며느라기’를 겪으며 이러한 일들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너무나도 당연하다 여겨지고, 너무나도 사소하다 여겨지는 일투성이라 이것을 입 밖에 꺼내기도 쉽지 않다. 부조리한 것을 부조리하다 당당히 말하면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의 시선, 불편해지는 가족 분위기를 견디고 싶지 않은 사린이는 입을 다물고 참는 것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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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민사린



민사린에게 부조리한 며느리의 역할을 강요하는 시댁 식구들에겐 사실, 악의가 없다.

 

그들은 그것이 그동안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갓난아기를 어른이 돌봐주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 것처럼 며느리인 민사린이 그런 일을 하는 것은 당연하다 여기고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그들 시대엔 그랬으니까.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사회는 발전하였고, 사람들의 인식은 바뀌었다. 사람들은 부조리한 일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였고 지금까지 당연한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니게 되어버렸다. 악의 없이 부조리한 악습을 학습하고 행해 왔던 사람들은 얼떨결에 가해자가 되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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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느라기 드라마 속 시어머니


 

사회의 부조리함에 관해 목소리를 내는 젊은 세대로서, 악의 없는 가해자가 되어 버린 이러한 사람들이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이들도 한 땐 그 부조리함의 피해자였을 것이고, 너무나도 오랜 시간 당연하다 여겨 왔던 것이 부조리하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한순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을 테니 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며느라기>같은 드라마가 나오는 것이 참으로 반갑다. 드라마라는 장르는 사람들에게 접근성이 좋은 대중문화의 한 종류이다. 그 때문에 새로운 관념을 받아들이는 데 부담이 적다.

 

앞으로 계속 <며느라기>와 같은 드라마가 방영되어, 옛날의 부조리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그것이 부조리하다는 사실을 스며들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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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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