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나만의 공간, 나만의 서점 - 라스트 북스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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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요일,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 주말 근무를 하게 되었다.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이번 문화초대 현장인 K현대미술관에 도착하니 어느덧 시간은 입장 마감을 앞둔 시간이었다. 전시를 급하게 봐야할 것만 같은 압박감이 느껴졌지만, 그래도 전시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이 몰왔다.
마감 시간을 향하던 시간이라 그런지, 전시장은 나와 나의 일행뿐이었다. 전시가 펼쳐지는 5층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거대한 책으로 만든 문이 우리를 반겨주었다. 입구에서부터 '여기가 바로 라스트 북스토어입니다'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전시장의 첫인상은 '크리스마스 다락방'이었다.
해가 저물어 창밖은 어두워졌고, 전시장 내부는 초록과 빨강, 그리고 은은한 조명이 가득하여 마치 크리스마스 맞이 데코가 된 다락방에 들어간 기분이 들었다. 여기에 책과 연관된 작품들이 주는 신비한 느낌이 마치 동화 속의 한 장면을 걸어 다니는 듯한 기분을 함께 선사했다.
전시장을 채운 서점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서점과는 거리가 있지만, 한 번쯤 어린시절 상상해 본 서점과 닮아 있었다. 영화 해리포터 속에 서점처럼 책이 날아다니고, 나만의 책 표지를 상상해보고, 온통 책과 종이에 뒤덮여 왠지모를 아늑함을 느끼게 하는 그런 상상 속의 서점 말이다.
이번 전시는 이전 세대가 물려준 다양한 지식과 지혜가 담긴 책과 그 책을 파는 서점이 점차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현실을 마주하고,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자 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서점이 점차 사라져 가는 안타까운 현실보다는 상상 속의 서점을 만난 듯한 흥미로움을 더 느끼기는 했지만, 결국 이 상상도 종이책과 기존의 서점들이 있었기에 상상과 새로움을 느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속 세상을 걷는 것만 같던 이번 전시에서 조금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작품의 '마무리'였다.
작품을 연출하기 위해 필요한 장치들이 대부분 노출이 되어 있어 조금은 정리가 되지않은 느낌을 받았다. 작품의 일부분으로 의도된 것이었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러한 디테일한 부분들이 더 정리가 잘 되어 있었다면 조금 더 완성도가 높은 전시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전시는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전시장을 나가는 순간까지 오로지 '책'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은 내게 깊게 남았다. '책으로 이런 작품을 만들 수 있구나', '어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저기에 있네?', '이건 내가 좋아하는 책이야'와 같은 책을 통해 쌓은 추억과 기억을 생생히 불러온다.
처음부터 끝까지 책으로 되어 있는 전시는 장난스레 말하는 '하얀 건 종이요, 검은 건 글씨로다'처럼 그저 하얀 종이와 까만 잉크로 이루어진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와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책에 쌓인 추억과 기억을 되걸어보고, 책이라는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기를 바래본다.
[김태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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