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지나간 시간 속 향수를 떠올리다. 전시 '라스트 북스토어'

글 입력 2021.02.07 0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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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대학생 때는 서점을 꽤 자주 갔었던 것 같다. 어렸을 땐 문제집을 사려 갔고, 조금 더 컸을 때는 소설책, 에세이 책, 자격시험 책 등 필요한 책을 구매하기 위해 갔다.

 

어떨 때는 남는 약속 시간을 채우기 위해 가기도 했고, 혼자 돌아다니면서 책을 구경하며 특유의 서점 냄새와 분위기를 느끼곤 했다. 그렇다고 책을 많이 읽지는 않았다. 어떤 내용의 책들이 있을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책의 표지와 종이의 질감 등에 더욱 관심을 많이 두고 있던 편이었다.

 

몇 년 전, 책 한 권을 만들어야 했던 과제로 인해 틈만 나면 서점을 들락날락했던 기억도 문득 떠올랐다. 이것은 여담이지만 표지는 책의 첫인상이라 생각해 굉장히 중요시 여겼었다. 흥미와 동떨어져 있어 보이는 책일지라도 표지가 눈길을 끌면 괜히 한번 들추어 보며 관심을 두었다. 반대로 흥미로운 장르와 제목일지라도 표지가 썩 마음에 들지 않으면 선뜻 손이 가지 않았었다. 그렇게 책을 편식하는 사람이었다.

 

물론, 지금은 그마저도 잘 하고 있지 않았다. 직장인이 되어 일에 치이다 보니 서점에 갈 기회가 생각보다 마땅치 않았다. 간혹 의무적으로 업무에 관련된 책을 읽기는 했지만, 예전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다 얼마 전 친구가 너무 재미있다며 책을 빌려주면서 오랜만에 집중하여 책을 읽었을 때, 다시 종이책 특유의 향기가 가득한 서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좋은 타이밍에 ‘라스트 북스토어’라는 책을 주제로 한 전시회를 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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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라스트 북스토어’는 책을 활용하여 책과 관련된 다양한 관점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책의 근간이 되는 알파벳 모빌, 문학이 빛날 수 있게 기여한 인물들부터 책으로 구현한 작가의 서재, 독자의 방 그리고 변화된 책의 형태를 시사하는 오브젝트까지 다양한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예전에는 흔히 찾아볼 수 있었던 동네 서점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익숙한 종이가 아닌 전자책으로 바뀌어 가는 요즘. 지식과 지혜가 담긴 책과 그 책을 파는 서점이 점차 사라져 가는 현실 속,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되돌아보길 원하는 전시의 목적처럼 잊혀 지고 있던 기억들이 떠오르기도 했다.

 

 

 

#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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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의미를 담은 공간들이 여럿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마음이 가고, 눈에 들어왔던 것들은 누군가의 지난 향수가 담겨 있는 듯한 공간들이었다.

 

특히, 책을 겹겹이 쌓아 올려 마치 나만의 책방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 둔 작업물이 눈에 띄었다. 손때 묻은 취향의 책들이 나를 둘러싸고 노란 백열등이 편안하고 아늑한 공간을 선사한다. 공간을 마주하는 순간은 어린 시절의 내가 한 번쯤 꿈꿨던 모습을 상상하게 만들었다.

 

순간 떠올린 상상 속의 모습은 이러한 모습을 꿈꾸던 어릴 때의 나에 대한 향수를 일게 해 괜스레 설레게 만들었다.

 

잠깐 떠올렸던 모습을 말해보자면, ‘어린 시절 자주 읽었던 세계 명작 전집 중에 하나를 가져와 엎드린 상태로 책을 펼친다. 옆에서는 틀어 놓은 카세트테이프에서 뜻을 알 수 없는 가사의 팝송이 흘러나오고, 리듬에 맞춰 발을 까딱이며 책을 읽다 어느새 까무룩 잠이 든다.’

 

이런 적은 없었지만, 이런 모습을 꿈꿨던 어린 날의 나에 대한 향수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 어느 글쓴이의 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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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서재라는 제목 아래 표현된 작품. 글을 쓰는 작가의 서재는 책과 순간 떠오른 영감을 기록해둔 것들이 즐비해 있는 것과 동시에 줄어드는 메모를 통해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문학에 대한 관심이 사라져간다는 것을 표현한다고 설명되어 있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을 보기 전 처음 느꼈던 생각은 ‘어느 글쓴이의 머릿속’이었다. 하나의 글을 완성하는 과정은 끝없는 상상과 아이디어가 정리가 되지 않은 채 마구잡이로 흩어져 있는 것을 끄집어내 다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이 모습은, 담고 싶은 많은 생각들이 정돈되지 않은 아주 복잡하고 엉망진창인 작가의 상상을 표현했던 것 같았다. (작가의 의도와 조금 다르게 해석되긴 했지만) 점점 벽면을 채우는 종이가 줄어들며 책 선반으로 이어지는 것은 그 상상이 비로소 정리되어 책으로 완성된다는 것을 표현하고 있다 생각했다.

 

내가 보고 느꼈던 관점이든, 작가의 의도가 담긴 관점이든 간에 어느 글쓴이는 이를 보며 글 쓰던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을까 싶었다. 한창 글을 쓰는 이에게는 현재의 모습을 보고, 한동안 글을 쓰지 않았던 이에게는 그 시절 자신의 모습을 떠올릴 작품이라고 느꼈다.

 

어느 글쓴이의 추억과 기억이 짙게 베인 순간을 표현함으로써 누군가의 향수를 담아내는 작품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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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트 북스토어’라는 전시회 이름을 듣고서는 사라져가는 책방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보다 생각을 했는데, 실제로 보았던 것은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우리가 봐왔던 것들, 그것을 적어낸 이들, 사라져가는 종이 책들, 그리고 변화되어 가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종이책은 어느새 많이 줄어들었고 전자책, E-Book 등으로 변화되어 가는 세상을 살아가는 요즘. 한 번쯤 책에 대한 의미를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책이란 것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고, 재밌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누군가의 생각이 담겨있고, 누군가의 시간이 묻어 있으며, 누군가의 향수가 스며들어 있다. 책을 보며 잊고 있던 이를 떠올릴 수 있으며, 옛날에 봤던 책을 다시 읽게 되면 변화된 나의 생각과 마주하는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전시가 담고 있는 의도와 같이 더 나은 세상이 되기 위해 변화되어 가는 과정 속에서 종이책과 그를 판매하는 서점이 사라진다는 것. 그것에 대해 당연한 것이 아닌, 이러한 현상이 우리의 감성을 잃어버리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경계하는 생각도 한 번쯤은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

 

라스트 북스토어
- The Last Bookstore -


일자 : 2021.01.05 ~ 2021.06.06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주관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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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미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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