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고래별, 인어공주와 뭍의 사람들 [만화]

글 입력 2021.02.06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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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VER 만화, 고래별

 

 

동화는 어린이를 위하여 동심을 바탕으로 지어진 이야기이다. 그래서인지 동화 속에는 상상력을 자극하는 소재로 가득하다. ‘동화적’이라는 의미는 현실이 아닌 꿈, 환상과 같은 ‘몽환적’과 비슷한 느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이와 더불어 동화 속에는 현실 세계와 연결된, 즉 현실을 반영하는 이야기가 담겨있다.

 

동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하나의 존재, 또는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며 느끼는 생각과 감정을 보여준다. 따라서 동화를 우리가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하나의 길잡이 같은 ‘교훈적’인 작품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2020년 오늘의 우리 만화상을 수상한 ‘고래별’은 동화적 요소와 판타지(fantasy) 장르를 통해 ‘현실과 이상’이라는 큰 주제를 가지고 개인, 사회를 아우르는 작품이다.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안데르센의 동화 인어공주를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부제는 ‘경성의 인어공주’이다. <고래별>의 뜻은 고래 경(鯨), 별 성(星). 바로 ‘고래의 별’이다.

 

고래별은 제목과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바다, 고래, 물고기 공주 등을 통해 ‘인어공주’를 연상시키는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동화 속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인어공주 삽화를 찾아보는 재미가 더해진다. 독자로서는 매회가 진행될 때마다 복선을 의미하는 일명 ‘떡밥’을 발견하고 있다. 그리고 다시 떡밥이 회수되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이처럼 흔히 ‘인생작’이라고 불리는 작품의 특징 중 하나는 ‘얼마나 많은 궁금증을 유발하는가?’이다. 일방적인 창작자의 시선이 아닌 독자의 시선에서 얼마큼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지가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그렇다면 다양한 해석은 어떻게 나올까? 정답을 정말 오랫동안, 많이 보고 생각하는 것이다. 다음 내용을 상상하며 빠짐없이 한 주를 기다리는 것이 익숙해질 때쯤, 몇 번씩 정주행하는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동시에 이것저것 다른 방향으로 해석해 보는 재미를 느끼며 내가 상상한 내용과 또 다른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한다. 그것도 아니면 그냥 하루빨리 이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기를··· 이건 정말 마지막 방법으로 결말을 봐야만 한다.

 

 

 

# 바다와 뭍이라는 공간에서 시작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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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VER 만화, 고래별

 

 

감히 바란다면 당신이 들어줄까?

나는 물고기와 같아, 내 목소리는 뭍의 사람에게 닿지 않고 아가미 밖으로 토해낸 청만 거품처럼 사그라든다.

“내가 불어넣은 숨으로 다시 얻은 생이라면”

“그 삶으로 나를 사랑하기를.”

 

- 고래별 프롤로그 中

 

 

바다라는 매개체로 만나게 된 수아와 의현, 자신을 물고기라고 지칭했던 수아의 말을 의현은 ‘인어공주’ 같다는 표현을 했다. 수아가 바다를 고향, 자신의 세계라고 생각한다면 의현은 바닷속에 들어온 인물이다. 의현과 만난 이후 수아의 세계는 바다에서 뭍으로, 군산을 떠나 경성으로 넓혀졌다.

 

수아와 해수의 관계는 ‘겨울’이라는 계절로 대비된다. 작중에서 수아와 해수가 각자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던 시점 역시 겨울이다. 해수의 과거 이야기가 풀어지면서 해수 본인에게 ‘겨울’의 의미는 가족과 함께 있었던 연해주, 즉 그리운 그 시절을 떠올릴 수 있는 그 자체이다.

 

해수는 수아를 눈 아가씨(Снегурочка)로 비유하였는데 이는 바다와 인어공주, 눈과 눈 아가씨(Снегурочка)로 대조를 이루었다. 이는 각각 바다와 뭍이라는 공간에서 의현과 해수가 수아에게 스며드는 시점과 이를 연결하는 매개체를 의미한다.

 

수아는 자신의 바다를 떠나 뭍 위로 올라온다. 처음 뭍에 닿았을 때는 자신을 집어삼킬 것처럼 느꼈던 곳이 의현과 함께 지내며 또한 고래별에서 인연을 쌓아가며 점차 뭍이라는 공간에서 익숙함을 느낀다.

 

바다에서 죽은 고래를 보며 서글퍼했던 순간도, 바닷속에 빠진 의현을 구하며 고래를 떠올렸던 순간에도 어쩌면 뭍의 사람들과 지내게 되는 것을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 선과 악의 경계에서 바라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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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AVER 만화, 고래별

 

 

이제와 나는 점점 이 남자가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겨울이 지나면 허물을 벗을 거라고 생각했던 뱀 같은 남자는 상처를 입고, 피를 흘리며 따뜻한 살갗을 한 채 눈물을 흘리고, 사람을 사랑하고 또 사람을 동정한다. 사람이다.

내가 증오한 이 남자는 사람으로 난 탓에 제 손으로 목소리를 빼앗은 여자를 급기야 위로하고야 마는 것이다.

이런 우스운 일이 또 있을까. 아···. 이제 곧 봄이다.

 

- 고래별 83화 中

 

 

그간 많은 작품을 통해서 선과 악의 대립적인 구도를 많이 보았다. 보통 두 가지의 결말을 맞이한다. 하나는 악인은 끝까지 변하지 않고 ‘절대적인 악’의 존재로 남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악인의 생각과 행동에 대한 정당성과 같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모종의 이유를 보여준다.

 

이를 통해 극 밖에서의 독자 및 관객은 작중의 인물들과는 조금 다른 시선으로 ‘선과 악’ 모두를 바라볼 수 있다. 그래서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선’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따르지만 동시에 ‘악’의 정의를 다시 세우기도 한다.

 

고래별을 보면 흔히 생각하는 절대적인 ‘선’의 가치와 ‘악’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선과 악이라는 대립하는 이 두 단어는 어쩌면 양립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대표적으로 수아의 목소리를 빼앗은 해수와 연경이라는 인물은 씻을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지만, 극이 진행되면서 당시의 시대적 상황과 그들이 겪은 아픔을 모두 보여준다. 이를 통해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지만, 그 일이 일어나게 된 전체적인 과정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반면에 의현은 고래별에서 가장 마음이 따뜻한 인물 중 한 명이며 사람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인물이다. 끊임없이 사람을 의심하고 날이 설 수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도 순수하게 자신이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한다. 그러나, 끝내 고래별과 그곳의 사람들을 위험의 벼랑 끝에 내몰게 한 것도 의현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내가 믿고 싶은 사람도 의심해야만 하는 상황에서는 절대적인 ‘선과 악’도 그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 같다. 같은 상황에서도 누군가의 처지서는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념이라고 믿고 있는 그 가치가 훼손되거나, 눈에 보이는 진실과 거짓이 때로는 뒤집히는 순간이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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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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