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책과 책 사이에 담긴 또 다른 관점, 전시 '라스트 북스토어'

글 입력 2021.02.05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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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책과 책 사이에 담긴 또 다른 관점

라스트 북스토어


"책과 책 사이, 그 안에 담겨 있는 또 다른 관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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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책 사이 안에 담긴 새로운 시선



책 안에는 어떠한 것들이 담겨 있을까. 책은 어떻게 구성되었을까.

 

이를 물체의 형태에서 기반하여 살펴본다면, 우선 100%를 차지하는 종이를 찾아볼 수 있고, 활자, 잉크, 표지, 인물들의 삶 중 한 장면을 묘사한 삽화 정도로 구성되었다. 이를 형태에서 벗어나 하나의 매개체로 생각해 본다면, 그 안엔 작가의 생각, 흥미로운 이야기, 이야기의 주제, 매력적인 주인공, 이야기의 중심이 되는 명문장 등으로 구성되었다. 그러니 책은 굉장히 복합적인 사물이다. 손에 만져지는 형태로 존재하지만, 그 안에 담긴 것들은 지극히 추상적인 개념들이다. 이러한 종이책을 아직도 사랑한다.


IT 시대에 종이책은 어쩌면 가장 비효율적인 매개체 방식이다. 종이로 인쇄된 것이니, 물에 약하며, 두꺼운 내용일수록 들고 다니기도 무겁고, 많은 양을 소유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소유가 아니라 공유가 당연해진 시대에 종이책은 어쩌면 잊힐 것이다. 그를 대체한 플랫폼들과, 다양한 형태의 기기들이 등장하기 시작했으니 말이다. 그러나 나처럼 책의 정의를 종이책으로 하는 사람들이 많이 남아있다면 종이책은 오래도록 기억되지 않을까.


본 전시는 디지털 시대 속에서 잊혀가는 책과 책하면 떠오르는 서점, 도서관 등 시대 속에서 점차 찾는 사람들이 줄어가는 공간을 두루 한 번에 다뤘다. 크게 '책'을 키워드로 또 다른 관점을 형상화한 전시라고 할 수 있다.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을 환영하는 것은 큰 책들로 이루어진 문이다. 그 문을 거치고 나면, 책을 구성하는 종이, 책 그 자체, 책 안에 있는 활자, 책을 쓴 작가, 책을 파는 서점, 책을 읽는 공간인 도서관, 책에 대한 환상들, 그리고 책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이 담겨 있는 다양한 현대 미술 작품들을 만나게 된다.

 

작품마다 작품 설명들이 작게 붙어있어 관람과 함께 작품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단순히 책 그 자체만을 두고 생각하지 않고, 책과 책 사이 묘한 틈의 새로운 관점들이 존재했다. 작품의 재료로 사용된 책, 그리고 등장한 작가를 보며 그 작가들의 작품을 떠올리는 시간을 통해 진짜 서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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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재구성하는 것의 의미



본 전시의 작품들에 대해 언급하자면, 작품들은 '책을 재구성하고 있었다.'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책을 펼쳐 캔버스로 사용하거나, 책을 소재로 모빌을 만들거나, 책의 창작자인 작가들의 이름을 새긴 작품, 책에 사용되는 종이로 만든 드레스, 새롭게 리뉴얼된 명작들의 표지, 그리고 공중에 떠 있는 활자들까지. 책의 구성요소들을 따로 각각 떼어내어 새로운 관점을 선사하고 있는 것이다. 책을 재구성하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우리에게 전달할까? 책은 앞서 말했듯이 굉장히 복합적인 사물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친숙하다.


초등학교 입학 시에 한 아름 들고 다녔던 교과서를 떠올려보자. 새 교과서 냄새는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함께했다. 우리는 일단 의무교육을 받을 때까지 교과서라는 책과 함께 하며, 각 학교마다 규모는 다르더라도 도서관이 있었고, 필수도서라는 명목하에 방학에 독후감을 써서 제출하기도 했다.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책이라는 형태와 그 자체는 친숙하다. 그 역사가 긴 탓이다.

 

그렇게 친숙한 책을, 동시에 복합적인 책을 재구성하여 다시 선보인다는 것은, 우리가 형태에 집중하여 보지 못하는 부분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는 것에 의미가 있다. 책으로 모빌을 만들거나, 책의 작가들의 이름을 하얀 벽에 적는다는 것이나, 활자들을 공중에 띄운다는 것이나 우리가 '책'이라는 형태에 집중하여 보지 못한 부분들을 제삼자의 시선으로 다시금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해석을 현대미술 작가들과의 협업으로 하나의 부스별로 다른 해석을 전시한다는 지점에서 본 전시의 의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재구성한 다양한 시각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시 돌아보며 '나는 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계속 고민을 할 수 있게 한다.


전시의 규모와 작품 자체에 아쉬움이 남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콘셉트의 전시들이 시리즈 형식으로 꾸준히 찾아와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들었다. 하나의 키워드를 가지고 여러 해석을 마주하는 경험은 또 다른 관점의 문을 두드리는 영감이 되기도 하니 말이다.

 

 

*
 
라스트 북스토어
- The Last Bookstore -


일자 : 2021.01.05 ~ 2021.06.06

시간
10:00 ~ 19:00
(입장마감 18:00)

*
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K현대미술관

티켓가격
성인 15,000원
청소년 12,000원
어린이 10,000원
 
주최/주관
K현대미술관
 
관람연령
36개월 이상 관람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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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혜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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