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와 모델] 찰스

글 입력 2021.02.05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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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무한 긍정, 무한 체력, 무한 발전하는 아트 찰스입니다!”


역시 특이한 친구. 내가 감당할 수 없는 나보다 더 높은 레벨의 신기한 친구이다. 자기소개를 묻자마자 고정적인 멘트로 보이는 말이 나왔다. 뭔가 많이 사용을 많이 했구나?


“아트 찰스? 왜 아트, 예술이라는 단어를 썼어?”

“사람은 모두 예술이잖아.”

“오... ‘예술’은 뭐라고 생각해?”

“보고 좋은 것만 느끼는 것.”


말을 잘하고 언제나 의식의 흐름으로 살아가는 친구이다. 역시 재미있어. 재잘재잘 이야기를 들으면서 오일파스텔을 집었다. 짐작은 했지만, 예상대로 빨간색이었다. 이렇게 빨간색을 쓰게 하는 사람은 정말로 흔치 않을 거야.


“20대 까지는 나를 발산했어. 너를 포함해서 꿈 인터뷰(꿈에 관해서 사람들 인터뷰를 하고 기록을 했다)를 진행하고, 도박에 빠지기도 하고, 하루살이로 가득 채워 살았지. 지금 보면 지킬 게 없어서 여유롭게 지냈던 것 같아. 하지만 이번에 30대에 접어들면서 무게감이 느껴지더라고. 그래서 인맥을 늘리지 않는 대신에, 기존 내 사람들을 한 번 더 보는 걸로 목표를 바꿨어.”



찰스1.jpg


 

빨간색을 먼저 칠하고, 자주색도 칠하고, 얼굴 라인을 그렸다. 짧지만 다양한 색으로 머리카락도 칠했다. 왜 파란색도 강하게 느껴지는 걸까? 그래서 상의도 파랗게 칠했다. 역시, 여전히 다양한 색이 나왔다. 빨간색과 파란색, 그리고 보라색도 느껴져서 큰 선으로 체형을 그렸다. 저 어마무시한 덩치. 팔과 다리 등 선이 굵고 크게 나와서 좋았다.


“네 블로그도 제주도 와서 잘 보고 있어. 중요도 A+로 올라왔거든.”

“왜?”

“위로해줄 수 있잖아!”

 

내가 제주도로 놀러왔다고 관심도가 A+ 바로 상위 랭크로 올라오다니. 이유가 찰스스럽다. 항상 필터를 안거치고 내뱉는 것 같지만, 대사 하나하나가 생각이 많이 들게 한다. 그래서 그런지 잔선도 생각보다 많았다. 얼굴도 채우고 싶었다. 이목구비는 그리지 않되, 밀도를 가득 담고 싶었다. 찰스는 내 예상대로 거친 선과 색을 가졌다. 하지만 의도하지 않은 것은 전부 없었다.

 

“찰스, 사람을 좋아하는 이유가 뭐야?”

“싫어할 이유는 없잖아??”

“어, 그러게...”

“다 다를 수 있잖아. 그리고 잘 안맞는 부분은 처세술로 하면 되지.”

“하하하, 맞아. 너는 다 가능하겠다.”


예상대로, 그림도, 실제로도, 참 큰 친구다.


*


“20대는 행복했으니까, 30대, 40대도 행복할 거야. 이유? 난 사진만 15만장이거든. 행복한 순간들마다 항상 사진을 찍었어. 클라우드에 있는데, 매 순간 사진들만 틀어서 봐도 24시간은 넘을 거야. 게다가 동영상도 있고. 난 행복한 순간이 많은 걸 아니까, 난 계속 행복할 거야.”


볼 때마다 늘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찍는다. 대체 언제 찍었는지도 모를 순간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그래서 지난 4년간 실제로 본 날이 많지는 않아도 자료가 꽤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친한 건가. 기록을 사랑하는 것.


“내가 좋아하는 부위는 내 ‘배’야. 왜냐고? 아무나 쉽게 못가져, 이 배는. 난 자신있어.”


아무리 다르게 표현하려고 해도, 이 친구는 그냥 빨간색이었다. 이번에도 똑같이 빨간색을 칠했다. 어쩔 수가 없다. 찰스는 빨간색인걸. 배를 그리려고 했는데, 휴대폰에 사진을 보고 만족스러워하는 찰스 포즈를 그대로 그렸다. 나는 자연스러운 모습이 좋으니까.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할 수가 있지? 너도 나처럼 호불호가 갈리잖아. 나보다 더 많이.”

“나는 결론만 먼저 보여주거든. 내 마음대로 해. 나대로 있는 걸 좋아하면 친구하고, 싫어하면 말고. 그냥 난 이러니까 네가 이해해. 내가 뭘 하든지 간에 어차피 나중에는 그렇게 나뉘게 될 거야.”

“정말 시원한 판별법(?)이야.”



찰스2.jpg


 

진한 남색으로 옷 주름을 그렸다. 색을 단조롭게 쓰고 싶었지만 역시 알록달록은 빠질 수가 없었다. 배를 강조하고 싶은데, 색깔이 너무 화려해서, 어떻게 할지 고민하다가 잔선으로 면적을 채웠다.


사람이 뭔가를 볼 때 색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고 한다. 가시성이 좋은 빨간색을 덮으려면, 반대되는 색으로 자잘하게 채워서 선을 또하나의 면으로 만들면 비슷하게 시선이 갈 것이다. 그렇게 가득 채웠다. 이미지는 빨간색, 그리고 그다음으로 시선이 가는 부위는 배. 복작복작한 사고를 포함한건가 같기도 하고. 소매도 귀엽고, 배를 가득 채워서 좀 재미있게 그렸다.


갑자기 찰스가 물었다.


“내가 좋은 사람으로 기억될 수 있을까?”

“네가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어떤 의미인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사람.”


명백히 자기 중심적이면서도, 타인영역을 절대적으로 인정하는, 영역이 뚜렷한 사람이다. 후기는 블로그에 남긴다고 한다. 정체 불명의 시와 함께. 궁금해서 그려보고 싶었던 친구이다. 보이는 것과 같이 느껴지는 것도, 표현되는 것도 투명하게 드러나는 친구였다. 찰스. 평택에서, 서울에서, 제주도에서 만나고, 다음에는 또 어디서 볼까?



[최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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