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과 이미지의 의도성에 관하여

글 입력 2021.02.0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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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그리피스의 영화 ‘국가의 탄생’에는 감독이 드러내고자 했던 이데올로기가 직설적으로 드러나 있다. 극단적인 인종차별주의를 찬미 하는듯한 구조와 화면구성. 이 모든 것들이 집합되어 영화말미에는 심지어 극우적 성향의 인종차별주의 단체인 KKK(Ku Klux Klan)단이 영웅적으로 묘사된다. 이 미국영화사 최초의 장편영화를 평론하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불편한 감정을 내비친다. 현대사회에서 받아들이기에는 노골적인 인종차별주의가 녹아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미지에는 제작자의 의도성이 필연적으로 개입되며 수용자에게 그 의도성이 전달된다. 이는 ‘사진은 자연 속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나 눈송이와 같이 사람들로 하여금 자연을 그대로 느끼도록 한다.’ 며 필름 위에 있는 그대로 기계적인 전사과정에만 초점을 두었던 앙드레 바쟁(Andre Bazin) 의 주장과는 전면으로 배치되는 부분이다. 바쟁의 사진에 관한 생각은 현대로 오면서 더욱 의미가 희미해진다. 손택의 말처럼 사진을 찍는 다는 것은 구도를 잡는 것이고, 구도를 잡는 것은 필연적으로 무언가를 배재하거나 포함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미 구도를 잡은 순간 이미지를 재현하는 당사자의 의도성이 직접적으로 반영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즉, 사진과 같은 이미지들은 제작자의 주관에 의해 만들어진 일종의 구성물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사진 이미지는 제한적인 범위의 사실을 ‘재현’하는 하나의 창작물이 될 수 있다. 아래 첫 번째 사진을 보면 그러한 개입된 이데올로기의 특성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 사진은 베트남 전쟁 당시 종군기자였던 래리버로우즈가 찍은 사진이다. 이미지 속 미군병사는 시퍼런 날이 서 있는 군용대검으로 앳된 얼굴의 베트남 포로를 협박하고 있다. 래리버로우즈는 전쟁의 당사자 양 측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었던 종군기자로 평가된다고 한다. 그러한 평가를 반영하듯이, 그가 찍은 이 사진을 보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무엇이 진실이며 또 어디까지 거짓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우리의 어릴 적 어른들의 무용담 속 베트콩들은 짐승의 형태로 곧잘 묘사되곤 했다. 극단적으로 배타적 객체가 될 수밖에 없었던 우리의 인식 속 베트콩들의 모습은, 명시적 타자가 되어 이항대립 되기까지 하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이 사진을 접한 순간 우리의 의식은 이내 혼란을 겪는다. 민주화를 위해 싸웠다고 기억된 미군의 모습이 오히려 어린 시절 참전용사들의 무용담 속 ‘짐승’으로 드러난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선은 모호한 것이라는 일종의 반전주의적 메시지를 녹여낸 버로우즈의 의도성을 수용자들은 엿볼 수 있다.

 

이처럼 이미지 자체가 보여주는 장면 이면에는 그 이미지를 재현해 낸 사진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 아래의 흑백사진 또한 비슷한 맥락에서 해석해 볼 수 있다. 이 사진 같은 경우, 세계 2차 대전 시 추축국 측의 이탈리아가 패전한 후의 모습을 로버트 카파가 찍은 것이다. 사진 속 여인들은 전쟁으로 자신의 아들을 잃고 장례식장에서 오열하는 어머니들이다. 카파는 시칠리아의 어머니들의 모습을 필름에 담으면서, 연합국의 아름다운 승리와 정의의 수호로 포장되었던 많은 사실들에 대한 전면적인 의문을 던지게 한다.

 

발터 벤야민이 사진이미지의 복제성을 우려하며 “예술의 다른 실천적 기반은 ‘정치’이다.”라고 말한 것처럼, 사진의 프로파간다적 기능은 전쟁 상황에서 수도 없이 사용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런 수도 없이 많은 가슴 벅찬 프로파간다의 이미지들 뒤, 비탄에 잠긴 어머니들의 짤막한 하나의 이미지로 인해 우리는 비로소 전쟁의 실상을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사진가가 이미 셔터를 누른 순간 사진 이미지는 단순한 현장기록의 기능을 넘어서 특정한 의미들이 발생한다. ‘이 세계’가 기록되어 ‘저 세계’로 변환되는 순간 새로운 상징적인 상호작용을 거쳐 수용자에게 다가간다. 정리하자면 이미지들은 기존과는 다른 의미를 새롭게 ‘파생’시킬 수 있으며, 또 이 파생된 의미들은 기존의 지배적으로 공유된 의미들을 달리 해석할 가능성을 제시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정혜성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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