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수업, 옳은 자는 누구인가 [드라마]

모두가 악인이다.
글 입력 2021.01.30 14:57
댓글 1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뒷북을 치는 경향이 없지 않아 있다. 매번 유행한 드라마를 본방송으로 챙겨본 적이 별로 없다. 어렸을 적, 사극 드라마는 매일 같이 챙겨봤지만, 요즘엔 유독 호흡이 긴 드라마를 챙겨볼 시간도, 여력도 없는 편이었다. 그래도 종종 밀린 드라마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풀곤 한다. 작품의 세계에 빠지면서 매번 주인공의 삶이나 생각에 나를 대입하곤 했다. 장르는 상관없었다. 스토리의 구성만 탄탄하다면 드라마의 비현실성은 개의치 않았다. 그래서인지 '멜로가 체질'을 보면서 그 진지한 대사들을 한없이 좋아했고 '왕좌의 게임'을 보면서는 울고 웃다가, 결국 마지막 시즌엔 상당한 허무함을 느끼기도 했다.

 

나를 드라마 '애호가'라고 하긴 힘들다. 영화나 인디음악에 대해선 자신 있게 애호가라 말하지만, 드라마라는 장르는 왜인지 모르게 어렵고 자극적인 매력이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시청자들이 지루함을 느끼지 않게 지속적으로 조미료를 첨가한 것이겠지만, 오히려 시청자의 입장으로서 나의 마음을 울린 작품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인간수업'을 보게 되었다. 넷플릭스에 공개 된 지 1년이 조금 안 되니 충분히 뒷북을 치고 있는 것 같다. 넷플릭스에 공개되었을 땐, 사실 주연 배우인 '김동희'님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 챙겨 보지 않았었다. 웹 드라마 '에이틴'이나 '스카이캐슬', '이태원클라스'와 같은 드라마를 보며 특유의 말투나 발성이 어색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점점 발전하는 연기를 보여주었고, 매번 매력적인 캐릭터를 맡으며 어린 나이임에도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였지만, 글쎄 배우의 이름 세글자로 작품을 고르게 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우연히 인간수업을 봐야 할(?) 이유가 생겨서 보게 되었다. 우선 10편을 무사히 다 봤다. 최근에 도전해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뤼팽'이나 '퀸스 갬빗'을 끝까지 보길 실패한 것을 생각하면 정말 몰입도가 높은 작품이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김동희 배우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아, 이 배우는 어울리는 배역의 성격이 분명히 존재하면서, 또 다양한 연기의 스펙트럼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구나.

 

 

[크기변환]사본 -KakaoTalk_20201229_000039112.jpg

 

 

*

스포일러가 포함된 글입니다.

 

 

김동희 배우를 제외하면 인지도가 높지 않은 배우들로 구성되어 있다. K-넷플릭스, 킹덤으로 시작해 최근엔 스위트 홈까지, 본격적으로 제작을 하기 시작한 넷플릭스에선 꽤 도전적인 캐스팅을 했다. 물론 작품을 보다 보면 기존의 작품들로 이미지가 어느 정도 쌓여있는 배우들을 왜 선택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납득이 가긴 했다.

 

2020년 화제의 드라마 중 하나가 된 '인간수업', 과연 이 드라마의 매력은 무엇일까?

 

 

 

모두가 기피하는 소재를 전면으로 내세웠다.


 

'불법 성매매' 그뿐만이 아니라 '청소년 성매매'가 드라마의 주요 소재다. 성폭행과 같은 범죄행위는 드라마에서 쉽게 다루기 힘들다. 워낙 예민하고, 사회적으로 파장이 크며 시청자들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수업'엔 주인공 '지수'가 성매매를 알선하는 '포주'로 등장한다. 학업에 충실하고 모범생이지만 그 누구도 모르는 비밀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그 행위를 정당화시키려는 설정이 있다. 엄마는 집을 나갔고, 아빠도 자신을 버렸다. 생활비를 벌고 대학을 가기 위한 이유라고 변명하지만, 글쎄 평범한 삶을 위해 선택한 방법치곤 지나치게 비이성적이다.

 

학교에서 모범생이자 인싸인 '규리'가 지수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되면서 서사가 전개된다. 지수의 사업에 규리가 합류하며 깡패들과 문제를 겪기도, 정체가 탄로 나기도 한다. 전반적인 서사에서 성매매라는 소재는 계속해서 활용되지만, 서사를 이끄는 주요한 역할을 맡진 않았다. 사람들이 드라마에 몰입하게 되는 행동이나 사건의 발달은 보통 인물의 감정선으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한다. 시청자가 납득이 가는, 혹은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설득력을 갖춘 인물로 구성해야 한다. '인간수업'의 주인공들은 그런 면에서 굉장히 입체적인 특징을 갖고 있다.

 

 

[크기변환]AKR20200501059400005_04_i_P4.jpg

 

 

지수는 말한 대로 불우한 가정환경이다. 규리는 강압적이고, 가학적인 수준의 부담감을 부모님으로부터 느껴왔다. 지수와 규리의 부모들은 자식을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했고, 물론 이런 이유로정당화할 수는 없겠지만, 어쨌든 그로 인해 자식들은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되었다.

 

'민희'는 지수의 존재를 알지 못한 채 지수의 밑에서 성매매를 해온 인물이다. 남자친구인 '기태'에게 버림받고 싶지 않은 외로움을 느끼고, 자신을 유일하게 보호해주는 존재인 '왕철'에 대한 애착을 느낀다.(왕철은 정체를 숨기는 지수의 밑에서 성매매 여성들을 보호해주는 역할) 드라마에서 '장수풍뎅이'로 민희라는 인물이 비유되는데, 겉으론  학교에서 일진 행세를 하며 단단해 보이는 인물이지만, 사실은 내구성이 좋지 않은, 상당히 나약한 인물임을 표현하고 있다.

 

인간수업이 '청소년 성매매'라는 소재를 주요 소재로 다루고 있음에도 대중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바로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적인 문제들로 서사를 시작하고 이끌고 가기 때문이다. 성매매는 지수의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성매매의 과정이나, 사업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되는 내용은 없다. 대중들은 작품의 소재와 줄거리로 호기심을 느끼며 첫 화를 재생하게 된다. 사람 간의 관계에서도 첫인상이 중요한 것처럼, 대중들이 작품을 선택하게 만드는 소개에서도 치밀한 작전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인간수업'의 소재나 줄거리는 대중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대중들을 작품을 보게 만든 후엔, 입체적인 인물 구성과 개연성 있는 전개로 작품에 몰입시키면 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자극적이고, 불쾌한 소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음에도 시청자들이 인간수업이라는 작품을 계속해서 보게 된 이유다. 계속해서 보다 보면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인물의 생각과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일수록 흥행한다는 고정관념을 깬 작품이다.

 

 

 

넷플릭스 특유의 트렌디함


 

인간수업의 초반부엔 리드미컬한 음악과 깔끔한 촬영, 몽환적인 미장센의 첨가로 상당히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이유 모를 불쾌함을 비롯한 다양한 감정을 시청자들은 느끼지만, 짜임새 있는 구성 덕분에 중간에 끊기 힘들다. 후반부에 들어서는 꿈과 장수풍뎅이, 소라게 등을 활용한 비유로 몽환적인 느낌을 부각시키는데, 단순히 킬링타임 용의 작품은 아니라는 것을 점점 느끼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수업, 그리고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트렌디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크기변환]IE002636054_PHT.jpg

 

 

이유는 역시나 제작비라고 생각한다. tv드라마와는 어쩔 수 없이 느껴지는 차이가 존재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는 tv 드라마에 비해 몇 배의 제작비가 들어가니 대중들도 넷플릭스의 높은 수준을 실감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창작물에 있어서 단순히 제작비만으로 작품의 수준을 평가할 수는 없다. 지금껏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했지만 망한 작품들을 종종 봐오곤 하지 않았나.

 

개인적인 견해론 넷플릭스의 작품은 기존 tv드라마와 유튜브 콘텐츠의 장점을 결합했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tv드라마의 연출력과 경험, 유튜브 콘텐츠의 자유로움, 신선함이 넷플릭스의 작품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대중들에게 넷플릭스라는 플랫폼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 특히나 넷플릭스는 사회적인 흐름이나 이슈, 성향을 따라가는 느낌이 있는데 이는 종종 작품의 몰입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지속적인 관심을 받는 이유가 된다.

 

연출, 촬영, 그리고 음향까지 굉장히 세련된 모습을 보여주는 넷플릭스는 ott 플랫폼의 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대중들이 드라마와 영화의 경계를 모호하게 느끼게끔 하는 영향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최근엔 k-넷플릭스 드라마들로 국내에서도 높은 수준을 증명했다.

 

 

 

훌륭한 고증


 

인간수업의 장르를 말하자면 스릴러, 범죄, 그리고 10대, 다시 말해 학교와 학생이라는 특징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성매매라는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고 있지만 스토리 저변에 깔린 배경은 다름 아닌 학교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가 봐왔던 수많은 학교 드라마를 생각해보자, 장르는 각양각색이지만 학교라는 특징은 잘 살렸어도, 학생의 특징을 현실적으로 반영한 작품은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다. 매주 챙겨보는 드라마에는 대중들의 판타지적인 요소를 첨가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조금 과해지거나 오글거리는 느낌이 들곤 했다.

 

'인간수업'은 기본적으로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에서 상당히 현실적인 고증을 했다. 특히 기존의 작품들은 언어적인 표현에서 과하게 학생들을 따라 하고자 했는데, 청소년들의 유행은 빠르게 변화하는 만큼, 따라하지 못해 적절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인간수업 등장인물들은 정말 학생의 모습 같았다. 작 중 그들의 행동에 대한 선과 악에 대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행동에서 학생다움이 느껴졌다.

 

 

[크기변환]2020_05_넷플릭스_오리지널_시리즈_인간수업_스틸컷_남윤수_(10).jpg

 

 

또한 10편의 드라마에서 다양한 청소년 관련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도 인상 깊다. '청소년 성매매', '학교 폭력', '가정학대', '입시 위주의 지도', 뿐만이 아닌, '교사들의 무너진 교권', '무능력한 공권력'까지 은연중에 드러난 사회의 문제들을 여럿 발견할 수 있었다. 안타까운 점은 드라마의 전개에서 개연성이 괜찮았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는 곧, 작품에 존재한 사회적 문제가 현실적으로 와닿았던 것이고 막연한 상상으로만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간수업'은 학생들과 학교의 민낯을 보여주었고, 드라마의 소재로 활용했음 뿐만 아니라, 작품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멍한 충격과 함께, 많은 이들이 외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들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하는 역할을 해주었다.

 

 

[크기변환]IE002638435_PHT.jpg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이 결함을 가진 존재들이다. 담임 선생님도 인성은 착했지만, 실질적으로 무능력한 모습을 보였고, 경찰들도 표현 방식에서 서툴렀으며 대부분의 이들은 상황을 외면하고자 했다. 오피니언을 작성하면서 현실적이다라는 표현을 자주 사용했는데, 이는 작품에 공감을 많이 했다는 것의 증거인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왜 이 작품에,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이 악한 존재인 것을 알고 있음에도 왜 공감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보았다.

 

'인간수업'은 모든 사람의 내면에 존재하는 '악'을 자극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악하다는 성질을 모두가 보여주고 있다는 것은 아니다. 또한 '성악설'이라든가 그런 철학적인 이야기를 하려 하는 것도 아니다. 나는 선과 악의 경계는 개인의 역량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내면엔 선과 악, 모두가 존재하고 있고. 우리 모두가 어딘가에 서서, 내면에 존재하는 선과 악, 모두를 바라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선과 악, 둘 중 어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닌, 1인칭 주인공 시점이든, 3인칭 관찰자 시점이든 바라볼 수 있고, 우리에게 악이란 존재는 낯설지 않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크기변환]20200511114716_1458512_1200_799.jpg

 

 

우리는 사회적인 동물인 덕분에 다양한 악의 종류를 알고 있다. 일상적인 영역에서부터 범죄의 영역까지. 그리고 우리는 악을 멀리하도록 학습되어왔다.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 그리고 건강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린 항상 호기심을 갖고 반대편을 바라본다. 인간은 자신이 가보지 못한 곳, 발이 닿지 않은 영역에 대해 감출 수 없는 호기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수업'에서는 바로 그 '악'이 주인공이다. 모든 인물이 악함을 실천하고 있고, 어느 정도 정당화도 된다. 그리고 그들은 정신적이든, 육체적으로든 고통을 받고 수레바퀴처럼 고통 속에서 삶을 살아간다. 그런 인물들의 모습과 상황이 대중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오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 화까지 보고 나면 삶이라는 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게 된다. 그렇게 철학적이지도, 취향에 맞는 작품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대중들의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 능력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킬링타임으로 이 작품을 즐길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굉장히 심각하게, 그리고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작품을 받아드릴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시작과 끝에 나왔던 담임선생님의 나레이션을 끝으로 글을 마무리하겠다.

 

 

"성실한 학생입니다. 품행이 단정하고 학업성취도가 높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한 행실이 타의 귀감이 되며 웬만해선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모범적인 학생입니다."

 

 

 

정용환.jpg

 

 

[정용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댓글1
  •  
    • 김동휘가 아니라 김동희임 ;;
    • 0 0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