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예술을 전공했지만 예술가를 꿈꾸지 않는다.

청년예술인들을 둘러싼 현실의 장벽
글 입력 2021.01.29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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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술을 전공했다. 하지만 예술가의 길을 걷고 있거나 준비하는 주변 친구들은 손에 꼽는다.

 

처음 입학했을 당시를 떠올려보자면 친구들의 꿈은 확고했다. 디자인, 기초예술 등 자신들의 전공 분야를 살린 직업을 갖고 싶어 했다.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 믿었고 서로를 응원하고 토닥이며 4년을 보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 서있는 친구들 아니 우리는 꿈보다 현실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 당장의 수익이 없기에, 어딘가에 소속된 곳이 없기에, 작업할 공간이 마땅치 않기에 등 다양한 실질적인 위험들이 그 이유다.
 
혹 이 고비를 전부 넘었을지라도 ‘청년예술인’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욱 크나큰 용기를 필요로 한다.
 
어쩌면 청년예술인들이야 말로 예술계의 사각지대에 놓인 존재가 아닐까 싶다. 사회가 청년들에게 요하는 패기, 노력 등과 같은 태도 그리고 잘 정비되어 있지 않은 예술인 지원 체계 사이에서 부단히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이번 글에서는, 청년예술인을 둘러싼 이야기를 나누어 보고자 한다.
 
 
 
1. 청년예술인은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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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인이라 함은 누구를 뜻하는 것일까. 2030 예술인을 꿈꾸는 이들 모두? 아니면 경력이 전무한 이들?
 
청년예술인에 대한 공식 정의는 없을뿐더러 지원 사업을 행하는 기관마다 대상이 달라진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청년예술가지원사업’으로 만 39세 이하를 지원하고 있고, 서울문화재단은 ‘유망예술지원사업’이라는 이름으로 경력 10년 이하를 지원하고 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신진예술인 창작준비금 지원’이 올해 처음 신설되어 경력 2년 미만의 예술인을 지원하고 있다.
 
기관에 따라, 사업 형태에 따라 청년예술인의 범위는 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청년 예술인 지원을 일회성으로 시행하는 경우도 많았으며, 시행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명확하지 않은 정의는 청년예술인 지원사업의 필요성을 체감하지 못하게 하고, 청년예술인들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었다.
 
우리 사회가 청년예술인에 대한 관심이 미미했음을 보여주고 있다.
 
 
 
2. 미처 알지 못했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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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실시한 2018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예술인들의 연 수입은 평균 1,245만원이라고 한다. 월평균 약 100만원 내외의 금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밖에도 확고히 자리 잡지 못한 표준계약서, 비교적 적은 인지도로 인한 작은 수익, 작품 실현 기회 부족, 낮은 취업률로 인한 학과 축소 및 폐지 등 다양한 이유로 이들은 예술가의 길을 걷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을 해쳐나가도 뚜렷한 미래가 보장되어 있지 않는 것이 예술계이기에, 많은 청년예술인들은 현실의 벽 앞에서 깊은 고뇌를 한다. 꿈에 대한 열정 하나만으로 이 현실을 온몸으로 맞서기엔 위험이 큰 것이다.
 
우리는 조금 더 청년예술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이들의 활동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무수한 잠재력이 있는 친구들을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 조금씩 달라져야 한다.
 
 
 
3.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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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예술인 지원이 원활히 이루어지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우선적으로 청년예술인 지원에 대한 필요성을 느껴야 할 것이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2013년에 <예술인 복지사업에 대한 인식조사>를 시행했다. ‘복지사업이 가장 먼저 시행되어야 하는 대상은 누구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에 일반 국민은 장애예술인(50.0%), 예술인은 원로예술인(30.7%)라고 응답했다. 전문가는 ‘복지’는 가난한 사람 위주의 ‘선별적 복지’라는 일반적 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말했다.
 
청년예술인 지원은 줄곧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실제로 국내 문화기관들은 청년예술인 지원 사업을 비교적 근래에 시작했다. 청년예술인의 실태와 현황을 지속적으로 살펴 지원의 필요성을 체감해야할 것이다.
 
더 나아가 청년예술인이 가진 작품의 특성과 잠재력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잠재된 예술적 역량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경력 중심 지원에서 과정 중심의 지원으로 변모, 다년간 지원 채계 구축 등 이들의 특성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 예술을 업으로 삼을 수 있게끔 다방면으로 힘써야 할 것이다.
 
*
 
그래도 이전보다는 청년예술인 문제에 대해 조금씩 이야기가 오가는 추세다. 청년들이 직접 단체를 꾸려 목소리를 내기도 하고, 기관에서도 지원 사업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 많은 관심이 동원되어 청년예술인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이들의 성장을 지지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었으면 한다.
 
종종 사람들은 묻는다. “그 많던 예술대 졸업생들은 어디로 갔느냐”라고. 이들이 어쩔 수 없이 예술계를 떠나게 되는 상황이 더 이상 벌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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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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