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영화보다 더 영화같은 삶 - 요요현상

글 입력 2021.01.20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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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요요 하나씩 있었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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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집에 요요 하나씩은 있어야 했던 시기. 2000년대 아직 학생이었던 나도 그 시기를 거쳤다.

 

형형색색의 동그란 물체를 가느다란 줄 하나에 의지해 손가락 사이를 아찔하게 오가던 수많은 묘기를 기억한다. 그 시기에 요요를 잘 한다는 것은 엄청난 위상을 가지는 일이었다. 성적이 좋아 전교권에서 논다는 아이들도 요요를 잘하는 아이들의 명성을 이길 수는 없었다. 아쉽게도 난 늘 구경하는 쪽이었지만. 밖에 티내지는 않아도 집에서 몰래 연습할 정도의 열정이었다.

 

대한민국을 휩쓸었던 요요 열풍을 기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실 자체로 영화 <요요현상>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다. 나 역시 영화를 보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가 단순했다.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그 시절이 문득 그리워졌기 때문이었다.

 

요요란 닿을 수 없는 과거의 추억이자 별 볼일 없었던 일상을 짜릿하게 만든 몇 안되는 취미였으며 다양한 사람과 교류할 수 있는 소통의 매개체였다. 이렇게 총체적인 의미를 함유한 요요는 시간을 거슬러 오늘날 순수한 그리움으로 남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 <요요현상>에는 그 시절에 요요로 대한민국을 재패했던 청년들의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담겨 있다.

 

영화를 통해 알게된 것이지만 요요를 주제로 한 전국 대상의 경기가 여러 번 열렸던 모양이다. 영화에 나오는 출연진 대부분은 국내에서 진행된 각종 경기를 휩쓸고 대상을 받았던 이들로, 요요가 취미이자 꿈, 미래였던 청년들의 이야기가 담긴다. 한번쯤 요요를 앓았던 사람이라면 소재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영화다.

 

 

 

완결된 이야기의 주인공은 어디로 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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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요요에 큰 뜻을 품었던 이들이 모여 만든 팀 이름이 바로 요요현상. 하지만 시간이 흘러 요요의 인기는 사그라들었다. 방송에 출연했다며 온 가족이 손뼉을 치던 것도 이젠 예전 일이 됐다. 요요를 하는 것이 자랑이 아니라 주변의 시선에 밝히기 어려운 사실로 변모했을 때 청년들은 결심한다. 졸업 전 마지막 공연을 하고 이제 요요를 끝내자고. 큰 결심을 품고 마지막 공연을 위해 영국 프린지 페스티벌로 떠난다.

 

공연은 성공적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영화 <요요현상>의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시작이다.

 

영화를 이끈 감독은 이들이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공연을 할 당시부터 함께 했던 동료이기도 했다. 그는 요요에 모든 열정을 쏟아내며 오직 요요만을 위해 살아온 이들의 뒷 이야기가, 이 무대 뒤의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늘 궁금했다고. 그래서 이들의 삶을 담는 긴 여정에 들어섰다.

 

영화는 무대 이후, 요요에 목숨을 걸었던 인물들이 어떻게 자신의 길을 찾아나서는지 천천히 함께 따라간다. 처음에는 인물들의 화려한 요요 실력에만 감탄했다면, 영화를 보는 도중부터는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이들을 취재하며 변화해가는 모습을 꾸준히 담아낸 감독에 경외심이 들 정도였다.

 

놀랍게도 5명의 등장인물 모두 각기 다른 길을 향해 나아간다. 요요현상이라는 이름 아래 같은 길을 걸어왔지만 각자가 처한 현실과 바라보고 있던 지향점은 모두 달라졌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누군가는 요요를 너무도 사랑하지만 취업 후 바쁘게 살아가야 했으며, 누군가는 요요를 업으로 삼아 공연을 하며 살아가고, 누군가는 요요를 한때의 취미로 완전히 접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선다.

 

요요를 그만두자고 결심한 마지막 공연, 요요현상의 엔딩 이후 이들이 삶을 개척해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면 영화보다 더 영화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가 해야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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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에서 요요가 돌아가는 짜릿한 감각과 팀을 지켜보며 박수치고 응원하던 수많은 관객들의 목소리가 생생했지만, 결국 그들이 마주하게 된 것은 그 이름도 진부한 현실이라는 벽이었다. 이 시점에서 이들의 행보가 갈린다. 좋아하는 일을 취미가 아닌 업으로 두고 살아갈 것인가, 혹은 취미는 취미로 두고 내가 더 잘하는 것 혹은 내가 해야할 일을 찾을 것인가.

 

많은 영화에서는 자신이 꿈꿨던 이상을 고수해나가는 주인공만을 긍정한다. 꿈을 꺾어버리는 현실의 역경을 이겨내고,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모든 것을 던지고 매진해, 결국 장인의 길을 구축하는 주인공.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현실을 택한 이들은 꿈을 이루지 못해 안타까운 패배자처럼 연출되기 십상이다. 하지만 <요요현상>에서는 그렇지 않았다. 실제 삶은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던 것이다.

 

좋아하는 일에 매진하든 다른 일을 찾든, 영화에 나오는 청년들은 굳건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며 타인의 기준이 아닌 오로지 자신의 기준으로 행복의 틀을 세운다. 취업하면서 요요를 멀리하게 되며 좋아하는 일을 업으로 삼지 못한다는 생각에 괴로워하기도 했지만, 오히려 요요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 그 실력이 더욱 발전하게 됐다는 내용이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청년들은 좋아하는 요요와 삶에 대해 각기 다른 균형을 맞춰가며 행복을 찾아간다. 삶에 정답은 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정한 길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하는 태도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서 마음이 힘든 모든 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영화였다. 무언가를 향한 애정으로 삶을 바쳐왔던 이들이 이후 어떻게 변해갔는지 실제 이야기를 듣는 것은 기이한 느낌이었다. 봐서는 안될 비밀의 장을 연 기분. 그들의 도전하는 삶을 보며 위안과 용기를 얻는다.

 


[신은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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