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앨리스의 모험담을 통해 상상하는 힘을 얻다 - 도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내 멋대로 상상하기
글 입력 2021.01.1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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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의 모험기를 완성한 캐럴과 본드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집필한 작가는 필명 루이스 캐럴, 본명 찰스 럿위지 도지슨이다. 그녀는 풍부한 상상력으로 꾸며진 이야기들처럼 어릴 적부터 말장난, 인형극, 게임 등을 좋아했다고 한다. 이를 토대로 아이들의 즐거움을 위한 게임과 퍼즐을 고안하기도 했다. 수학에 재능을 보였던 캐럴은 옥스퍼드 대학에서 수학을 전공,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에서 수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1881년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생명을 불어넣는 그림을 그린 일러스트레이터는 애나 본드이다. 그녀는 세계적인 문구 및 선물 회사인 라이플 페이퍼의 공동 대표이자 메인 디자이너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한 그녀는 문구류 디자인의 새로운 라인을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그녀만의 재치있는 디자인, 직접 그린 일러스트레이션과 레터링 덕분이었다. 그녀의 작품은 『오프라 매거진』, 『보그』 등의 유명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그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외에도 <작은 아씨들>, <빨강머리 앤> 등이 실린 ‘걸 클래식 컬렉션’의 미술 작업을 도맡았다.

 

 

 

어렸을 적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아주 어렸을 적에 읽었기에 구체적인 내용은 가물가물했다. 실사 영화를 보고 앨리스 테마의 방탈출 게임을 하면서 그 기억을 다시 되살리긴 했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그저 앨리스가 토끼를 따라 들어간 굴에서 겪는 비현실적인 일들을 다룬 내용이라고만 여겼다.

 

앨리스가 잠에서 깨어나 현실로 돌아온 결말에서도 일말의 아쉬움이라곤 느끼지 못했다. 나에게는 그녀가 꾼 것이 꿈인지 실제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단순히 동화니까- 그 결말이 무엇이든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동화는 교훈만 남으면 된다고. (심지어 내가 봤던 건 어린이용 동화였다. ) 이후에 다시 접할 기회가 없던 탓에 많은 부분이 생략된 이야기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라는 고전을 다시 한번 읽고 싶었고, 어른이 되어 읽는 동화는 뭐가 다를지 느껴보고 싶었다. 그렇게 접하게 된 책은 내 예상과 조금 많이, 아니 정말 많이 달랐다. 뜻 모를 문장이 가득한 것은 물론, 급하게 흘러가는 전개를 이해하며 따라가기도 어려웠다. 분명 한국어로 번역되어 적혀있는데도, 분석하며 읽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추천글을 적은 이다혜 작가 역시 번역 검수를 맡았을 때, 소설 자체가 산문시 같아서 루이스 캐럴을 저주하기도 했다고 한다. 나 역시 그에 동감한다. 여러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와 문장들에 머릿속이 엉키기도 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재밌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간만에 여기저기로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었달까. 사람에 따라 다르게 읽히는 책의 매력을 오랜만에 깨닫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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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나는 여러 번 읽고 해석하고 상상하게 한 부분들을 가지고 왔다. 이에 동의하는지 아니면 반대하는지 생각하면서 읽으면 훨씬 흥미로운 시간이 되리라고 장담한다. 그렇다면 지금부터 나를 (좋은 의미로) 괴롭힌 부분들을 소개해보겠다.

 

 

 

방황하는 현대인과 그를 구해줄 길잡이의 만남


 

 

앨리스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말했다. "여기서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려줄래?"

 

"그건 네 목적지가 어디냐에 달렸어." 고양이가 말했다.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앨리스가 말했다.

 

"그러면 어디로 가든 상관없어." 고양이가 말했다.

 

-p.92

 

  

앨리스와 체셔 고양이의 대화 중 하나이다. 앨리스에겐 목적지가 중요하지 않았다. 이상하고 신비로운 공간에 갇혀 자신이 누구인지도 까먹게 되었으니- 그저 어디로 발을 내디뎌야 하는지가 더 중요했다. 반대로 체셔 고양이는 목적지를 중요하게 여긴다. 나의 의견을 덧붙이자면, 목적지만 있다면 그곳으로 갈 방법은 수두룩하다. 길이 하나일 경우라도 마찬가지다. 이를 지나가는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헤쳐나가느냐에 따라 갈리기 때문이다.

 

나에게는 체셔 고양이와 앨리스의 만남이 마치 방황하는 현대인과 그를 구해줄 길잡이의 만남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설명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앨리스는 가야 할 목적지를 몰랐고, 정체성마저 잃었다.

 

 

공장처럼 생산되는 ‘완벽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도구처럼 사용하는 자본주의 사회, 그 때문에 찾아온 괴리감과 의욕 상실이 정체성의 혼란을 불러일으켰다.

    

 

2. 앨리스는 마법 약을 이용해 키를 키웠다가 줄였다가를 반복한다.

결국에는 원래의 키로 돌아왔지만, 그 상태로는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주변의 시선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불합리한 상황에도 자신을 맞추기 위해 변하는 사람들. 그들은 진정한 자신의 모습으로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바꿀 수 없는 현실의 벽에 자꾸만 부딪힌다.

 

 

3. 체셔 고양이는 목적지를 잃은 앨리스에게 어디로 가든 상관없다고 조언한다.

 

  

그렇게 인생의 목적의식을,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잃어버린 그들에게도 빛은 존재한다. 그저 어디로든 나아가면 된다. 그렇게 한다면 더는 무언가에 억압받지 않고 새로운 삶을 향해 도전할 수 있다. 인간관계에서든, 취업에서든, 직장에서든 상관없이 말이다.

    

 

4. 만약 앨리스가 목적지가 정해졌다고 한다면,

체셔 고양이는 그저 그곳으로 전진하면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내가 생각한 바로는 이렇다. 체셔 고양이는 앨리스에게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그 길을 향해 쭉 가면 된다고 말했을 것이다. 어떻게든 도달할 수 있으리라는 조건 없는 믿음을 보이면서 말이다.

 

인생에는 여러 갈림길이 존재한다고 하니, 사람마다 택하는 길 역시 모두 다르지 않을까. 누구는 더럽고 끈적한 진흙밭, 누구는 말끔하게 포장된 도로, 누구는 곳곳에 꽃이 수 놓인 길을 건너갈 것이다.

 

그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길의 상태가 어떻다고 해서 그 사람을 좌우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길의 길이와 가파른 정도가 다를 테니 말이다. 어쩌면 진흙밭은 고작 한 걸음으로 돌파할 수도 있고, 어여쁜 꽃들이 피어있다지만 끝이 보이지 않는 가파른 길을 평생 걷게 될 수도 있다.

 

그러니 자신에게 목적이 있다면, 뒤돌아보지 않고 뛰어가라고. 길잡이는 우리에게 “어디로 가도 길은 있다.”를 알려주는 듯하다. 비록 방향도 지름길도 그 무엇도 제시해주지 않지만, 목적지로 향할 힘을 심어주었으니 그보다 더 좋은 길잡이는 없을 듯하다. 이처럼 작가는 체셔 고양이를 삶의 길잡이로 설정함으로써 이러한 메시지를 전달하려고 했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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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는 우리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익히고 적응해야 했던 어른의 세계 그 자체일 것이며, 이 세계는 혼란으로 가득 차 있고 뜻이 다른 것들을 같다고 믿는 사람들의 집합체라는 사실을 책을 읽는 어른들은 알아차리게 된다.

 

-p.10~11

 

  

앞부분으로 돌아와 책 소개를 살펴보면, 나의 해석이 어느 정도 들어맞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모두 그녀가 남긴 글자들을 토대로 한 상상이기에, 체셔의 말이 정확하게 무엇을 뜻하는지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동화에는 정해진 답이 없으니 이를 찾는 건 무의미하다. 그저 자신의 해석대로 이해하고 사고할 것, 그것이 어린이들(그리고 어른들)에게 필요한 해답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권리는 돼지가 하늘을 날 권리와 비슷하다


 

 

"생각하는 건 제 권리예요."

 앨리스는 조금씩 귀찮아지기 시작해서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건 돼지가 하늘을 날 권리하고 비슷하지." 공작이 말했다.

 

-p.132

 

 

처음에는 이게 무슨 얼토당토않은 소린가 했다. 두 권리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기 때문이다. 우선 돼지는 하늘을 날 수가 없다. 신체적으로 불가능하다. 물체의 힘을 빌린다면 가능하겠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날 수 없다. 날기 위한 날개도 없고, 짧은 팔다리와 무거운 몸 때문에 떠오른다 해도 곧바로 추락할 것이다.

 

그러니 ‘돼지가 하늘을 날 권리’는 불가능할 것도 가능할 것이라는 뜻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러할 권리를 준다는 뜻이겠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주는 권리’. 그런데 ‘생각하는 권리’는 인간이라면 당연히 가지고 있는 권리가 아니겠는가. 동물과 사람의 차이점이 생각의 여부인데 말이다. 그렇다면 두 권리 모두 당연하다는 뜻이지 않을까. 이는 우리에게 불가능한 일이란 없다고 말해주는 듯하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단지 공작이 앨리스를 비꼬려고 한 말일 수도 있다. 돼지가 하늘을 나는 건 불가능하니, 너는 불가능한 권리(생각하는 것)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 걸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나이 어린 사람을 향한 무시’라고 해석해도 무방하다. 일개 꼰대들이 그렇지 않은가. 경력이 많은 자신의 말이 모두 맞다 여기고, 신입이 새로운 의견을 제시하면 철저히 짓밟는 경우 말이다. 이처럼 하나의 대화에서도 두 갈래로 해석이 나뉘니, 동화는 해석에서만큼은 그 가능성이 정말 무궁무진하다고 느껴진다.

 

 

 

상상하기, 창조하기, 자신만의 세상 만들기


 

 

그래서 언니는 눈을 감고 자신이 이상한 나라에 있다고 상상해보았다. 물론 눈은 곧 다시 떠야 하고, 그러면 모든 것이 지루한 현실로 변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풀잎은 바람에만 바스락거리고, 물웅덩이는 흔들리는 갈대에 물결치고, 찻잔 달그락거리는 소리는 양의 목에 건 방울 소리가 되고, 여왕의 날카로운 고함은 목동의 목소리가 되고, 아기의 재채기와 그리핀의 비명과 다른 기이한 소리는 모두 (분명히) 바쁜 농장의 혼란스런 소음으로 바뀔 것이다···. 그리고 멀리서 들리는 소 울음소리가 모조 거북의 무거운 흐느낌을 대신할 것이다.

 

-p.182

 

 

내 기억 속에는 앨리스의 언니가 없었는데- 책을 다시 보면서 새로운 기억이 입혀졌다. 그저 하나의 인물로 등장한 언니의 상상을 통해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창조된다. 그녀는 주변에 들리는 소리들을 가지고 하나의 세계를 완성한다.

 

어쩌면 앨리스 역시 이러한 소리를 듣고 ‘이상한 나라’를 창조한 걸 수도 있지 않을까?

 

상상의 힘이란 게 얼마나 대단하고 또 가치 있는지를 다시금 알게 된다. 모든 것이 지루한 현실 속 눈을 감고 상상을 해보는 건 어떨까. 아이들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어른들에게 필요한 게 상상이다.

 

눈앞의 현실을 살아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로는 내가 만든 세계 속에서 여행을 다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것이다. 이를 토대로 그대만의 새로운 세상을 세워보길. 앨리스처럼 이상하고 신비로운 세계에서 좋은 꿈을 꾸고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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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Alice's Adventures in Wonderland
 

지은이
루이스 캐럴
 
그림
애나 본드
 
옮긴이 : 고정아

출판사 : 윌북

분야
영미소설

규격
188*245mm

쪽 수 : 192쪽

발행일
2020년 12월 24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5581-326-3 (03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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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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