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디어 산업의 '공룡', 넷플릭스가 이야기하는 글로벌 성공 전략은? [문화 전반]

포스트 코로나, 미디어 혁명의 시대
글 입력 2021.01.15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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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로 지금, 여러분은 글로벌 텔레비전 네트워크의 탄생을 목도하고 있습니다. 여러분이 세계 그 어디에 계시든, 여러분은 이제 인터넷 텔레비전 혁명의 일부가 될 수 있습니다. 더 이상 기다릴 필요도, 여러분의 스케줄이 아닌 텔레비전의 스케줄에 맞출 필요도, 좌절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넷플릭스하세요. (Just Netflix.)” 

 


위는 매년 1월, IT기업 관계자, 전자제품 마니아 및 기자들을 포함한 수천 명의 사람들이 몰려드는 라스베이거스의 국제 가전 박람회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서 넷플릭스이 CEO이자 창업자인 리드 헤이스팅스의 기조연설이다.


넷플릭스는 구독경제 기반의 초국가적 텔레비전이라는 정체성 아래 세계 미디어 산업의 ‘공룡’으로 미디어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 세계적으로 영화 산업이 영화 역사 상 최대의 난항을 겪고 있다. 그 와중에도 우리는 서울 2호선 지하철을 기다리며 큼지막하게 지하철 유리면을 장식하고 있는 넷플릭스 광고판을 볼 수 있다. 언택트 시대, 영화관은 울고 넷플릭스는 웃었다. 인간은 모든 습관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그 전으로 돌아가기가 매우 힘들다고 한다. 코로나 11개월 차.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될 지 모를 이 광란의 사태 속 미디어 시장에서는 우리의 ‘퓨쳐시네마’, OTT에 대한 관심이 끊이지 않는다.



 

넷플릭스의 유료 구독경제화로 인한 비약적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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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란 ‘일정 금액을 내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받는 것’을 통칭하는 경제 용어이다. 구독은 기존의 신문, 우유, 요구르트 등의 전통적 개념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 게임, 의류, 식료품, 자동차에서 비행기까지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 19로 인한 비대면 경향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영화, 드라마, 다큐, 예능 등의 영상 콘텐츠를 인터넷 네트워크와 구독제를 통해 제공하는 OTT 서비스가 화두이다.


구독경제 및 OTT 서비스의 대표 회사로 언급되는 넷플릭스는 1997년 온라인 DVD대여 전문 벤처기업으로 시작해 약 20 여 년에 걸친 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거쳐 글로벌 1위 OTT(Over-the-Top) 기업으로 진화하였다. 넷플릭스는 빅데이터와 분석 알고리즘, 동영상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해 유료 구독(subscription)자 기반의 디지털 OTT 서비스 사업 모델을 개발하여 인류의 동영상 콘텐츠 이용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넷플릭스 구독자는 유무선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거의 모든 디바이스(device)를 통해 넷플릭스의 디지털 인터페이스에 접속하여 드라마, 영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고품질 디지털 동영상 콘텐츠를 시공간적 제약에 거의 구애받지 않고 이용할 수 있다.

 

2017년 2분기부터 넷플릭스의 미국 외 지역 구독자수가 미국 구독자 수를 넘어섰고 2019년 1분기 기준으로 미국 외 지역 구독자 수가 약 9천 3백 6십만 명(약 60%), 미국 구독자 수는 약 6천 백 8십만 명 (약 40%)으로 집계되었다. 2010년 OTT 서비스로 비즈니스 모델을 완전히 전환하면서 해외 시장에 진출한 점을 고려하면 넷플릭스는 사실상 약 10년 만에 미국 로컬 OTT 기업에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1위 OTT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현재 2020년 6월 기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약 190개 국에서 약 2억 명의 유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다.

 



협력적 필터링; 빅데이터 아카이빙



전 세계의 고유명사가 된 “Netflix and chill”. 그 핵심은 빅데이터에 있다. 넷플릭스가 약 20년에 걸쳐 축적한 고객의 동영상 콘텐츠 이용 패턴 빅데이터와 데이터 분석 및 활용 역량은 그 자체로도 가치 있고 희소하며 경쟁 기업이 쉽게 모방하기 어려운 넷플릭스의 경쟁우위 원천이다. 넷플릭스는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하기 전인 2000년부터 내부 빅데이터 분석에 기반한 ‘시네매치(cinematch)’라는 콘텐츠 큐레이션 시스템을 도입했다. 이는 창업자인 리드 해이스팅스가 유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시네매치는 수학, 컴퓨터공학, 통계학적 추론 등에 기반하여 고객의 과거  DVD대여 기록을 분석, 고객별로 맞춤형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시스템이다. 넷플릭스는 시네매치 알고리즘의 정확성을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시스템을 개선하고자 했으며, 이후 OTT 서비스로 발전할 때에도 이를 적극 활용했다. 넷플릭스는 온라인으로 스트리밍되는 모든 영상 콘텐츠의 제작진, 등장인물, 장르, 주제, 배경, 제작 지역, 내용의 특성 (폭력성, 선정성, 공포, 모방위험 등), 엔딩의 성격, 주인공 특성, 타겟 연령대 등의 정보를 코드화 하여 분류하였다.

 

고객 시청 패턴의 경우 기본적인 고객 특성 정보와 함께 고객이 어느 지역에서, 어떠한 디바이스를 사용해서, 어떠한 영화나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각각의 에피소드를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시청하고, 신작 콘텐츠를 얼마나 집중적으로 시청하는지 등이 데이터베이스로 축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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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의 콘텐츠 큐레이션 알고리즘은 ‘협력적 필터링(collaborative filtering)’ 방식을 적용하고 있다. 협력적 필터링은 다수 고객의 콘텐츠 이용 패턴 분석 결과를 기준으로 비슷한 성향, 취향을 가진 고객의 선호 콘텐츠를 자동으로 예측하는 분석 방법이다. 즉, 비슷한 성향을 가진 기존 고객들이 만족했던 콘텐츠 중 대상 고객이 아직 시청하지 않은 콘텐츠를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이다.

 

넷플릭스의 모든 고객은 최초 서비스 가입 시 넷플릭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여러 유형의 콘텐츠 중 선호하는 몇 개의 콘텐츠를 선택해야 한다. 넷플릭스는 이 선택 정보와 가장 유사한 성향, 취향을 가진 기존 다수 고객의 콘텐츠 이용 패턴을 기준으로 신규 가입 고객이 선호할 만한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해준다. 이후 가입 고객의 사용 기록 축적, 콘텐츠 평가 결과에 따라 성향, 취향이 유사한 고객 그룹 구성이 달라지면서 추천 콘텐츠 목록도 계속 최적화된다. 즉, 넷플릭스 구독자는 별도의 시간, 추가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자신의 취향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상 콘텐츠를 자동으로 추천 받게 되는 것이다.

 

이 시스템을 제 3 세계 국가의 현지 사용자에게 적용해 볼 수 있다. 사용자가 관심있어하는 콘텐츠가 본국의 것이라면 자동적으로 그와 취향이 비슷한 현지 콘텐츠들을 추천 받게 될 것이다. 이는 제 3 세계 사용자들이 미국의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지만 낯설지 않은 콘텐츠를 꾸준히 추천 받을 수 있는 이유이다. 넷플릭스는 현지 취향을 저격한다는 복잡한 작업을 하나의 알고리즘 시스템으로서 효율적으로 형성해내었다. 지속적이고 수동적인 관리 없이도 만족도 높은 현지화를 이루어낸 것이다.

 

 


현지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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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로컬 기업으로 출발한 넷플릭스는 해외 현지국 유료TV 사업자와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해외 시장에 순차적으로 진입함으로써 현지국 소비자 네트워크 규모를 빠르게 늘리고 투자비용을 절감했다. 유료 TV 사업자는 크게 케이블 TV 사업자와 IPTV 서비스를 제공하는 통신사업자로 나눌 수 있는데, 이들과의 제휴 방식은 셋탑박스에 넷플릭스 서비스를 통합시키거나(영국 Virgin Media, 스웨덴 ComHem, 덴마크 Waoo 등), 통신요금제에 넷플릭스 무료 프로모션을 포함시키거나(영국 Vodafone Red 요금제, 독일 Vodafone Red tariffs  요금제 등), 또는 통신업체와 가입 및 요금제를 통합시키는 방식(일본 소프트 뱅크,  한국 LG 유플러스 등) 등이 있다.

 

넷플릭스는 OTT 서비스 글로벌 선도기업의 지위를 기반으로 현지 유료 TV 사업자들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가져갈 수 있었고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현지 가입자를 넷플릭스 구독자로 유치할 수 있었다. 현지 유료TV 사업자들은 자신의 고객들에게 별도의 디바이스를 이용하여 넷플릭스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보다 자신들의 셋탑박스를 통해 넷플릭스에 접속하여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된다고 홍보하면서 구독자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펼치기도 했다.

 

 


넷플릭스 핵심 사업: 오리지널 콘텐츠


 

넷플릭스는 미국과 해외 지사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의 글로벌 이전(transfer)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기하급수적 속도로 로컬 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었다. 영화, 드라마 등의 영상 콘텐츠는 무형자산으로서 해외 시장 이전이 용이하며 자막, 더빙이 추가될 경우 다른 국가의 사람들이 인터넷 기반의 디바이스를 활용해 쉽게 소비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다. 넷플릭스는 해외 현지국(hostcountry) 콘텐츠 제작자와 제휴하여 현지 시장 맞춤형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전세계에 동시 개봉하거나 본국인 미국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해외 시장 맞춤형으로 리메이크하여 해외로 빠르게 이전하였다.


넷플릭스는 해외 시장 진출 시 현지국의 콘텐츠 제작자와 제휴하고 현지국 배우와 제작진을 섭외하여 현지 문화적 특색이 강하게 드러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였다. 이러한 제작 방식은 현지 특색이 강한 콘텐츠를 선호하는 남미, 프랑스 등의 국가에 진입할 때 특히 효과가 높았다. 예를 들어 ‘나르코스(Narcos)’는 넷플릭스가 남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콜롬비아를 극의 배경으로 설정하고 브라질 감독, 배우 등을 기용하여 자체 제작한 드라마로서 비평가와 시청자 모두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고 모든 제작과정이 브라질에서 이루어진 ‘3%’는 브라질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가 되었다.

 

멕시코에서 스페인어로 제작된 ‘클럽 디 쿠에르보스(Club de Cuervos)’, 프랑스에서 제작된 ‘마르세유(Marseille)’ 등도 넷플릭스의 현지 시장 진입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넷플릭스는 해외 현지국에서 제작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본국인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가입자 네트워크에 공급함으로써 글로벌 수준에서의 콘텐츠 규모와 다양성을 확장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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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스웨덴에서 제작한 ‘퀵샌드: 나의 다정한 마야(Quicksand)’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넷플릭스 콘텐츠 중 하나가 되었고(Netflix, 2019b),  한국에서 제작된 조선시대 배경의 좀비 사극 ‘킹덤(Kingdom)’은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최고의 호러물’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수백만 명의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가 시청하였다.


넷플릭스가 라이센싱을 통해 확보한 외부 콘텐츠의 경우 해외 시장 진출 시마다 콘텐츠 생산자의 글로벌 전략을 고려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와 라이센싱 계약을 별도로 체결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발생하는 거래비용 또한 높았다. 즉, 계약을 통해 외부에서 조달한 콘텐츠만으로는 공격적인 해외 시장 진출에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본국, 해외 현지국에서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이러한 제약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글로벌 콘텐츠의 규모와 다양성을 확장시킬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또한 고품질의 다양한 오리지널 콘텐츠는 외부에서 도입한 콘텐츠의 라이센싱이 끝나는 경우에도 넷플릭스 서비스의 사용 가치를 유지함으로써 전 세계 넷플릭스 구독자 유지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포스트 코로나, 포스트 넷플릭스


 

코로나 19 이슈로 인해 넷플릭스는 2020년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며 현재까지 그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디지털 기술의 계속된 발전으로 넷플릭스가 주도하던 OTT 시장에 뒤이어 새로운 강자들이 도전장을 던지면서 잔잔한 파문이 일고 있다. 아이폰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애플이 11월 1일 ‘애플TV+’를 선보인 데 이어 콘텐츠 왕국 디즈니의 ‘디즈니 플러스’가 11월 12일, 북미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 HBO맥스(워너미디어), 피콕(NBCU) 등도 이르면 내년 초부터 연이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OTT시장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탄탄한 모회사 파워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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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모습을 드러낸 디즈니플러스는 강력한 콘텐츠 왕국이다. 디즈니는 최근 21세기폭스까지 인수하면서 콘텐츠 경쟁력을 한층 업그레이드했다. 아이폰과 앱스토어를 중심으로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는 애플 역시 만만찮은 경쟁 상대다. 애플TV+를 통해 당장 수익을 내지 않아도 되는 애플은 월 4.99달러라는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Digital Transformation, 미디어 혁명의 시대이다. 십 수년만에 세상을 바꾼 혁명인 스마트폰, 이를 슬기롭게 사용하는 인류를 칭하는 ‘포노 사피엔스’는 그 혁신적인 성격과 맞물려 어느 시대보다도 빠른 변화들을 시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안방에서 전 세계의 다채로운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이 시대 가장 매력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0년 가장 화두였던 OTT 산업인만큼, 다수 출현하는 경쟁 기업들 사이에서 대중들의 이용 행태에 발맞추어 어떻게 OTT시장의 파이를 유지해갈 것인가에 대한 행보의 귀추가 주목된다.

 


[류현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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