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꿈과 현실 사이, 중간 세계 이야기 - 달러구트 꿈 백화점 [도서]

현실 세계에서, 꿈으로 나아갈 때에 우리는 어디를 지나칠까.
글 입력 2021.01.11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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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글은 도서를 읽으며 들은 개인적인 생각과 감정을 피력할 뿐, 평가하려 하는 것이 아님을 인지해 주신다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필자는 ‘꿈’에 관하여 관심이 아주 많은 편이다. 개인적으로 꿈을 많이 꾸기도 하고, 그 꿈이 일상과 밀접하게 연결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고자 하여도 쉽게 그렇게 하지 못한다. 그런 필자에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제목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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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백화점’이라니. 필자의 기억이 옳다면, 본 책은 몇 주째 ‘밀리의 서재’ 메인 페이지에 플로팅되어 있었다. 한창 감정 없는 비문학 텍스트만 읽고 있었던 터라, ‘사람은 소설을 읽어야 한다.’라는 신념을 지니고 있는 필자는 ‘소설 읽을 때도 됐다’하며 밀리의 서재에서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꺼내 들었다. 알고 보니 현재 교보문고/영푼문고/알라딘 등의 1위 베스트셀러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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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인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그 제목에서부터 추론해볼 수 있듯, ‘사람들에게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하나의 커다란 환상적인 설정 속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일을 다룬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있는 공간은 현실 속 세계도 아니고, 꿈속의 세상도 아니다. 현실 속 사람들이 꿈속의 세계로 가기 위해 거치는, 일종의 중간지대이다.


‘환상적인’ 설정이라고 하였지만, 혹시 또 아는가? 사실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을지. 우리는 아직 우리가 왜 꿈을 꾸는지, 꿈으로 향하는 길에는 무엇을 마주하게 되는지, ‘꿈’이라는 것이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엇인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한다.

 

지금부터 필자와 함께 ‘꿈으로 가는 길’에 무엇이 일어나는지에 관한 저자의 통찰력을 엿보아보도록 하자. 필자의 맛보기 해설에 호기심을 느낀다면 주저하지 말고 책을 뽑아들어 볼 것을 권유해보고 싶다. 감동이 넘쳐 흐르는 소설이니 말이다.

 

 


꿈은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까?


 

본격적인 이야기에 들어가기에 앞서 ‘작가의 말’에서 저자는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힌다.


 

어젯밤 꿈속에서 그토록 생생했던 일들이 정말 내 무의식이 만들어낸 환상에 불과할까? (중략) 나는 궁리해봐야 도무지 알 수 없는 어제와 오늘 사이의 그 신비로운 틈새를, 기분 좋은 상상으로 채워 넣는 작업을 반복했다.

 

- ‘작가의 말’ 중



작가의 말마따나 인생의 1/3을 보내는 ‘잠자는 시간’, 또 그보다는 작을 테지만 절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꿈’의 의미에 관한 고민을 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고민을 넘어서서, 그것이 사실이든 아니든, 하나의 꼼꼼한 가설을 세우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 부분이 필자가 작가가 정말 뛰어난 창작가라고 생각하게 한 이유였다.

 

저자는 이전까지는 아무도 내놓지 않았던 새로운 세계의 모습을 처음부터 끝까지 꾸렸다. 그 설계가 얼마나 섬세했는지는, 읽으면 읽을수록 더욱 절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너무나 현실적인, 현대적인 판타지



이 책은 꿈과 현실 사이의 중간지대에 살아가는 ‘페니’라는 주인공이, 최고의 명성을 가진 꿈 판매업소라고 볼 수 있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취직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막 잠에 들어 정신없이 이곳에 오는 사람들을 챙겨주는 ‘녹틸루카’라는 존재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주인인 ‘달러구트’, 꿈 제작자 ‘아가냅 코코’, ‘와와 슬립랜드’, ‘킥 슬럼버’ 등의 인물들이 등장한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책 제목부터 주인공들의 이름까지, 얼핏 보면 당연하게도 외국 소설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책은 한국인 저자가 집필한 한국 소설이다.

 

물론 이 또한 하나의 편견이라고 볼 수 있긴 하지만, 한국 소설을 읽을 때에는 외국 소설을 읽을 때와는 색다른 기대가 무의식중에 슬며시 깔리는 듯하다. 자신도 모르게 한국 소설 특유의 분위기나 한국적인 이름의 주인공이 등장할 것을 기대하게 된다.


따라서 처음에 필자는 이국적인 설정에 조금은 실망하였다.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헷갈리기도 했고, 굳이 이렇게 이국적인 것으로 주인공들의 이름을 설정해야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내 필자의 생각이 짧았음을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이야기가 풀리는 배경은 현실 세계가 아니다. 심지어는 꿈속 세계도 아니다. 현실과 꿈 사이의 새로운 세계이다. 저자는 독자들로 하여금 그 ‘새로운 세계’의 느낌을 더욱 강렬하게 주고 싶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공들의 이름을 이국적으로 설정하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독자일 한국인 독자들에게 더 와닿게 해주는 장치가 되었을 것이다. 이는 작중 처음으로 등장하는 현실 속의 인물인 ‘나림’이 등장할 때 가장 강렬히 다가왔다.


이후 거의 모든 에피소드마다 한국적인 이름의 현실 속 인물이 등장하였다. 이는 현실과 꿈 사이의 환상적인 세계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고 있을 즈음에, 현실감을 한 뭉치를 던져주는 것이었다. 현실적인 이름과 함께 어마어마한 현실감이 차오르면서, 이국적인 이름 설정이 탁월한 선택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이 책은 ‘현대적’인 판타지 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환상적인 것만 같은 글귀를 보다가도, 아주 현대적인 표현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예로, ‘웨더’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의 ‘꿈 값’ 지불 프로그램인 ‘드림 페이 시스템즈’를 훌륭한, 일종의 IoT 기술이라고 칭한 것을 들어 볼 수 있다.

 

 

 

아쉬웠던 점



조금은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물론 개인적인 아쉬움이지, 저자를 비난하거나 고칠 것을 요구할 생각은 없음을 밝힌다.


조금은 섬세하지 못한 표현이 가끔 등장하는 듯하였다. 예컨대 작중 ‘달러구트’가 정기 회의를 하러 갈 때 매번 함께 가던 ‘웨더’가 가기 싫어하는 티를 확 드러내자, 달러구트는 함께 가기 싫으면 오지 않아도 괜찮다며, "제작자들 사이에서 혼자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앉아서 밥이나 꾸역꾸역 먹다 오면 돼."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저자가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 한 것인지는 알겠으나, ‘벙어리’는 음성 언어 구현을 원활하게 하지 못하는 신체적 불편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며, ‘꿀 먹은 벙어리’라는 관용 표현의 어원 역시 차별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말이다. 조금은 더 섬세한 다른 표현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또, 기본적인 설정이 독자의 머릿속에 자리잡히는 데에 조금은 오래 소요되는 듯하였다. 분명, 끝까지 읽으면 감동이 차오를 것임을 확신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 전에 포기해버리는 사람도 꽤나 있을 듯하다. 개인적인 경험을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여섯 번 정도 끊어 읽은 듯한데, 그중 두 번째까지는 ‘그냥 그만 읽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인 데에다가, 저자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패러다임을 설정하는 것이었기에, 기초를 다지는 데에 소요되는 분량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후에 밀물처럼 쓸려 들어올 감동을 위하여, 꾹 참아내고 끝까지 읽어보자. 끊어 읽었던 여섯 번 중 세 번째부터는 책을 놓고 싶지 않았으니 말이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때 즈음에는 눈시울을 붉히거나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눈물을 쏟아내렸다.

 

*


감정이 메말라 쩍쩍 갈라지고 있는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드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가장 추천해주고 싶다. 목이 타오르며, 어쩌면 묶여있던 눈물샘이 터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작가의 따스한 문체는 얼어있는 당신의 마음을 살살 녹여주기도 할 것이다.

 

나아가 꿈의 의미에 관해 고민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추천해주고 싶다. 필자에게는 꿈꾸는 시간의 의미를, 저자가 선물해 준 새로운 시각과 함께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최호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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