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에게 일어나지 않을 일들을 상상하는 것은 마치 먼지가 뒤엉켜있는 곳에서 벗어나 신선한 공기의 내음을 힘껏 들이마시는 기분을 선물해준다.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는 나만의 제한 아래 제한 없는 상상들이 나의 머릿속을 뜬구름처럼 둥둥 떠다닌다.
특히 잠에 들기 전의 순간에 오로지 내가 만들어낸 이야기 속에서 일종의 작가가 될 수 있다. 아니, 주인공, PD, 히어로, 혹은 빌런도 될 수 있지. 그렇게 마음껏 상상하다 보면 마치 엄마가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듯 뜬구름처럼 폭신한 상상의 잔잔한 주파수들이 나를 잠재운다.
말이 된다는 것. 그것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법한 이야기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바로 이것에 집중한다. 현실화될 가능성에. 그래서 우리는 말이 돼? 라며 끊임없이 말이 됨을 검열하곤 한다.
하지만 말이 된다는 건 꽤 논리성을 띠고 당위성을 부여하지만 결국 텁텁하고 건조한 현실에서나 당연한 이야기다.

그래서 나는 말이 안 되는 것을 상상한다. 가능한 가장 말이 안 된다고 여겨지는 것들로. 그렇게 나만의 상상으로 머릿속을 꽉꽉 채울 때면 내가 가장 나다운 순간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를테면 내가 최고의 아이돌 혹은 배우가 되어 대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하는 장면이라든지 혹은 내가 어벤져스의 또 다른 여성 히어로로 등장해 아이언맨을 살려내는 캐릭터가 된다든지 그런 것들 말이다. 터무니없고 황당하거나 맥락 없는 막장에 불과하더라도 내가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나의 공간이자 시간 속이니까.
그렇다고 말이 안 되는 것에 대한 도전이 필수 일리는 없다. 가끔, 말이 안 되는 것을 실현화하는 아주 무시무시한 사람들이 나타나지만, 나는 결코 실현을 위해 상상하지 않는다. 상상의 결과를 상상하지 않는다. 상상하는 그 시간만을 사랑할 뿐이다.
결국 나만의 숨 쉴 수 있는 약간의 틈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통학길에 음악을 들으며 창 밖 풍경을 배경 삼아 나만의 상상을 더하거나 잠들기 전 잠시 휴대폰은 내려두고 까만색으로 덮인 공간에 익숙해질 때쯤 눈을 감고 나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아주 찰나의 순간들.
그 순간들이 나를 쉬게 하고, 또 일하게 하고, 끊임없이 사랑하게 한다.

뜬구름이면 어때. 내 마음인 것을.
말이 안 되는 것을 상상한다는 것. 꽤 멋진 일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