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무수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 곳, 광주광역시 '예술의 거리' [문화 공간]

글 입력 2021.01.08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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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문화와 예술의 중심지


꽤 많은 눈이 내려 그것들이 소복하게 쌓인 날, 광주 예술의 거리에 다녀왔다. 소위 말하는 한파라 그랬는지 길거리를 오고 가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그런 '텅 빈 모습'이 또 다른 운치를 만들어낸 것도 같았다. 표지판에 있는 화살표 표시를 따라 한발 한발을 내디디며 겨울이 만들어낸 운치에 빠져들었다.

 

광주광역시 동구 예술길 24에 있는 이곳은 지역을 대표하는 특색 있는 거리다. 각기 다른 성격을 지닌 건물들이 여러 스트릿에 늘어져 광주의 발전에 가장 중심이 되었던 자치구인 '동구'를 이루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예술의 거리는 강한 개성과 그에 필적할만한 감성으로 중무장한 장소성을 띄고 있다.

 

그렇게 호남문화와 예술의 중심지인 예향 광주의 전통을 계승 및 발전시키기 위해 조성된 거리는 서화, 도자기, 공예품 등 지방 예술의 상징적인 작품을 집산하여 전시,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화, 서예, 남도창을 중심으로 한 남도 예술의 진수를 누구나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명소이다.

 

더하여 본래 매주 토요일에는 14시부터 19시까지 거리예술축제인 '어여쁘다 궁동'이 진행되어 예술체험 프로그램과 공예품 및 미술 작품을 만나볼 수 있지만, 코로나19의 상황으로 인해 현재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옛 정취가 묻은 간판들 _그리고 문화예술 유통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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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예술' 하면 떠오르는 문화 공간, 즉 화랑과 공방, 개인 작업실, 그리고 공공기관 등이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그런 건물의 수에 맞게 시각 및 공연예술을 행하는 예술가들이 여러 입주해있기도 하다. 다양한 명칭을 내건 간판과 그 간판이 걸린 건물 안에서 다채로운 문화의 향연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니 괜스레 신기하기도 했다.

 

그렇게 찬찬히 길을 거닐다 '한국 고미술 ‧ 수석 거래소'라는 명칭의 간판에 집중해보기도 했다. 정확히 무얼 하는 곳이지? 라는 궁금증과 함께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기에 글을 기고하는 시점에 다시금 찾아보았다. 단 하나의 뉴스 기사로만 정보가 나와 있었고, 문을 연 지 6개월도 채 되지 않은 문화예술 유통 공간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문화예술 복합 유통 플랫폼형 서비스 공간'으로 불리는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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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미술 ‧ 수석 거래소는 전시장과 자료실, 아트숍까지 갖추고 있는, 지상 2층 규모의 공간이다. 지난 2018년 세계고미술품감정평가조합의 설립에 힘쓴 국내 최고 도자기 감정 전문가와 미술 유통분야 한국 신지식인으로 선정된 인물 등 고미술과 수석의 대중화를 집단 지성 그룹이 다양한 예술 분야를 포괄하는 콜라보 문화를 목표로 만든 터전이다.

 

전문 전시관이 아닌, 문화예술의 유통 영역을 모색함으로써 예술적 자산들을 폭넓게 흡수하고 고미술과 수석의 경제적 가치와 이미지를 높일 방안을 연구하고 실행해가는 기관인 것이다. 특히 문화예술 애호가에 더하여 문화예술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일반인들이 찾게끔 하는 교육 프로그램과 작품 거래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새로웠다. 흔히 생각하는 미술관, 박물관이 아닌 예술 감정과 거래, 유통이라는 비교적 익숙하지 않은 영역을 주요한 사안으로 다룬다는 게 놀라웠다.

 

또한 '한국의 고미술'에 초점을 맞추어 그것의 가치를 논리적으로 발굴해내고 교류 활동을 다각도로 펼쳐나가는 데 계획이 있다는 것에 또 한 번 놀랐다. 미술 이론을 전공으로 하는 나조차도 도자기, 민속품, 골동품, 수석 등 대한민국의 문화에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는 고미술에 관한 지식이 백지 수준이나 마찬가진데, 이 공간이 설립 취지에 부합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고 시스템은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해서도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예술의 거리에서 새로운 예술의 방법론을 담은 장소를 마주했을 때의 기분이란, 반가우면서도 낯선 이중의 감정이 들기에 마련이었다.

 

 

 

지역예술인의 문화발전소 _문화복합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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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196번길 15-12(궁동)에 위치한 '미로센터'는 아름다울美와 길路를 조합하여 '예술의 거리' 본연의 의미를 표현하면서, 동시에 아름다운 예술 활동을 통해 사회적 가치를 찾아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문화x도시x재생의 실현 공간이다.

 

2019년 11월에 개관한 미로센터는 광주 문화예술의 원류인 예술의 거리에 '새로운 세대 ‧ 새로운 시대'를 위한 문화예술 서비스를 지원하는 앵커 시설이며 갤러리와 카페, 극장, 라이브러리, 공방, 다목적 공간, 야외행사장 등 거리 활성화를 위한 거점시설을 모두 갖춘 4층의 공공기관이다. 총 3개의 동으로 이루어져 있어 각각의 동마다 색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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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외행사장

 

 

개인적으로는 이 공간을 개관이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알게 되었는데, 예비 예술가에게 문화예술과 관련한 글쓰기와 포트폴리오 제작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을 5주간 이수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동구청에서 주관한 진로 콘텐츠 발굴 프로젝트의 직업종사자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적도 있는 곳이다.

 

당시 운영기획을 맡고 있던 직업종사자의 인터뷰에서, 아트플랫폼인 미로센터에 관해 다양한 이야기를 전해 받았었는데 인터뷰를 추진하면서 공간이 지닌 특별함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일단 미로센터가 예술 서비스 플랫폼으로서 지닌 특별한 점은 전시, 회의, 창작방, 극장 등의 모든 공간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미로센터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지만 마땅한 공간이 없어 사업 진행이 어려운 단체들에 항상 열려있어 거점으로 활동하기에 탁월한 상생의 보금자리이다. 더불어 예술가 직거래 장터를 개최함으로써 작가들의 작품판로 지원에도 힘쓰는 기관이다. 이렇듯 광주의 예향 정신이 깃들어져 있는 거점에 위치해있는 만큼 기존 세대가 자리해있는 곳에 청년 작가전을 통한 젊은 세대의 유입을 이루어냄으로써 아티스트 간의 세대융합에까지 영향을 줄 전도유망한 기관으로 생각된다.

 

한편으로는 '광주'와 관련한 지역 프로젝트를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 미로센터의 존재를 보다 의미 있게 만들어준 듯했다. 이는 광주를 상징하는 다양한 이미지와 키워드들을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이고 5.18, 민주, 무등산 등 역사성을 띤 주제를 향으로 개발한 '광주의 향'이라는 작업을 통해 '미로'의 의미와 맞닿은 기획을 일궈낸 것이다.

 

이 밖에도 예술의 거리의 지역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제작한 웹툰 개발사업과 워킹그룹의 발굴 및 네트워크의 구축을 위해 자체적인 플리마켓을 개최하기도 하면서 지역, 더 나아가 문화예술계의 가치생산에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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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로센터 라이브러리

 

 

이곳의 매력은 접근성이 용이할뿐더러 포근함을 건네주는 따스한 감각에서 느껴볼 수 있는 듯하다. 층마다 있는 형형색색의 시설 중 미로 책방, 즉 Miro Library는 문화x도시x재생을 주제로 한 관련 서적의 수집뿐만 아니라 저자 초청 및 북 큐레이션을 통해 도시재생의 이론과 사례, 방법들을 탐구하는 공간이다.

 

현재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불가하지만, 평소에는 공간 설립의 주목적이 아니더라도 공부, 독서 등을 위한 외부인의 출입이 가능해 관심이 갔던 라이브러리였다. 우드톤의 독특한 인테리어로 낯선 공기보다는 편안함을 주기에 새로운 영감의 원천을 부여해주는 효율적인 시설로 거듭날 여지가 분명해 보이는 곳이다.

 

 

 

난생처음 보는 박물관이? _세계 조각 ‧ 장식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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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광역시 동구 중앙로196번길 14에 위치한 세계 조각 ‧ 장식 박물관은 전 세계 70여 개국의 역사와 전통을 엿볼 수 있는 조각과 장식품을 소장하고 있다. 이는 한때 무역회사를 운영했던 박물관장이 25년간 세계 각국을 방문하며 모은 70여 개국의 무려 6,000여 점의 공예품과 조각작품으로 예술의 장을 형성한 것이다.

 

세계 각국의 종, 인형, 가면, 불탑과 접시, 그리고 화폐까지. 전 세계의 문화를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예술품들과 조각에 큰 재능을 지녀 전 세계 예술가들로부터 호평을 받아온 아프리카의 쇼나 부족이 조각한 '쇼나(shona) 조각품' 450여 점도 만나볼 수 있으니 진귀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소유품을 '소유'에 그치지 않고 '공유'함으로써 예향의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과 타지역에서 온 관람객들에게까지 예술의 가치를 전해주려는 박물관장의 선한 영향력이 발휘된 기관이었기에 상황이 하루빨리 나아지면 꼭 방문해보고 싶은 곳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2016년 1월에 개관했지만, 건물의 규모와 가치에 비해 광주 시민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보았을 때도 본 공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재발견한 문화적 명소로 자리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 또한 더하게 되었다.


*

 

이처럼 광주광역시 동구 예술의 거리에는 무수한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지역 문화예술계의 발전양상에 더하여 어디에서나 만나볼 수 없는 개성 있는 공간까지, 그리 크지 않은 거리의 전반에 발 닿는 곳마다 예술의 향기가 머물러 있음을 느꼈다. 다채로이 머물러 있는 예술의 향기를 널리 확산시켜줄 여러 사람의 발걸음도 필요함을 체감하기도 했다.

 

예술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서나 나름의 특별함을 지닌 채로 본래의 향기를 지속해간다. 예술의 거리 역시 그러하다. 코로나 시국이 끝나면 이 거리를 거닐며 이때까지 마주해보지 못했던 예술의 또 다른 매력을 느껴보는 건 어떨까? 천천히 오래 보아야 많은 것을 볼 수 있는 곳. 그곳이 바로 예술의 거리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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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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