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사라진 것들을 통해 새로 쓰는 미술사 -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글 입력 2021.01.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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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작품을 모아둔

미술관을 상상해보라.

 

거기에는 세계의 모든 미술관의

소장품을 합친 것보다도

더 많은 작품이 있을 것이다.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는 늘 그렇듯 백색의 공간 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정갈히 걸려있는 작품에 주목하는 책이 아니다.

 

대개 미술관 속 작품들은 항상 같은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본인의 가치를 알아봐 주는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 책은 늘 우리를 기다릴 것만 같았던 작품이 겪었던 위험들에 주목한다. 위험이라 함은 도난, 훼손, 사고와 같은 것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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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 당시 소실된 후 사진으로만 만날 수 있는 작품인 귀스타브 쿠르베, <돌 깨는 사람들>, 1849


 

이 책은 사라지거나 때로 다시 발견된 미술품이 겪은 사연과 불운을 살펴본다. 비잔틴 제국의 하기아 소피아를 꾸몄던 눈부신 모자이크는 400년 동안 덮여 있다가 1934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야, 피카소, 말레비치의 사라진 작품은 엑스선을 비롯한 최신 기술을 통해 다른 작품 밑에서 발견되었다. 미술관에서 도난당한 윌렘 드 쿠닝의 회화는 30년이 넘게 침실 벽에 걸려 있다가 2017년에 다시 발견되었다. (책 소개)

 

 

이 책을 읽고 새삼 미술품의 가치는 주관 그 자체로 판단되는 것임을 알았다. 아무리 유명한 미술품이라고 한들 그것을 보고, 느끼고, 소유하는 사람이 그 작품의 아름다움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혹은 작품의 사회적 위상을 알지 못한다면 그는 한낱 커다란 물감 덩어리(돌덩어리, 종잇조각 등)가 될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작품이 도난되고, 은닉된 만큼 우리가 애타게 찾는 작품 중 몇은 분명히 위와 같은 취급을 받고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읽기 전까지만 해도 단지 사라진 미술품들의 이야기만을 담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속에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단편적으로 '이 작품은 현재 어디에 숨어있을까', '누군가에 의해 훼손되어 버려졌을까'부터 시작해서 더 깊게는 '워낙 높은 명성을 가지고 있기에 훔쳐봐야 어디 팔지도 못하는 미술품을 훔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품이라는 명칭은 누가 붙이는 것일까', '작품의 위대함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그를 보게 되었을 때도 그를 작품이라고 칭할 수 있을까'까지 사라진 미술품을 통해 생각할 수 있는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예술가의 걸작을 잃어버렸는지를 떠올리면 가슴이 서늘해진다. (중략) 우리가 위대한 예술가들과 연관 짓는 작품들이 반드시 그들의 가장 위대하고 가장 영향력 있는 창작물만은 아니었다는 것을 잊기 쉽다. 종종 그것들은 역사의 우연 속에서 살아남은 것 뿐이다. (p. 19)
 

 

"역사의 우연 속에서 살아남았다."

 

살아남지 못하면 잊힌다. 그렇기에 우리는 살아남아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는 작품들에만 관심을 둔다. 하지만 역사는 산 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사라진 작품이라고 하더라도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을 뿐 그 작품이 무언가에 끼친 영향은 현재를 거쳐 미래까지 끊임없이 흘러간다.

 

이 때문에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텅 빈 미술관에도, 사람들이 그 미술관을 희미하게나마 볼 수 있도록 각기 다른 노력을 했던 사람들에게도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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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사라진 것들에 초점을 맞췄을 뿐만 아니라 방대한 미술사를 새로이 볼 수 있는 관점 또한 제공하였다. 우리가 한국사, 세계사 등을 배울 때 살아남아 승리한 인물들만 배우는 것이 아닌 희생되고 사라진 인물들 또한 배우는 것처럼 미술사도 그렇게 보아야 할 필요성 말이다.

 

결론적으로 『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는 늘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반기는 작품들과 당연한 것처럼 우리에게 주어진 이 세계가 실은 빙산의 일각이었음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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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오브 로스트 아트
- The Museum of Lost Art -


지은이
노아 차니
 
옮긴이 : 이연식

출판사 : 재승출판

분야
미술일반/교양

규격
152*224

쪽 수 : 352쪽

발행일
2020년 11월 30일

정가 : 22,000원

ISBN
979-11-88352-39-5 (03600)
 
 
[유소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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