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만화 Vol. 7 - 젠더 이슈 [도서]

글 입력 2021.01.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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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화> 7호를 기다리며 이전 발간된 5호를 읽었다. <지금 만화> 5호에서는 콘텐츠 IP 시대의 ‘웹툰 생태계’를 주목했다. 웹툰 플랫폼의 현재를 조명하면서 앞으로 웹툰 플랫폼이 가져야 할 방향성을 고찰했다. 그리고 젠더 문제에 대한 언급도 짚고 넘어갔다.

 

‘탈코르셋’이라는 이슈를 녹인 <화장 지워주는 남자>의 이연 작가 인터뷰와 과거 인기가 있었던 웹툰이 지금의 시각에서 본다면 분명 불편한 지점이 있다는 짧은 에세이가 실렸다. <지금 만화>는 현재 만화 산업에서 중요한 이슈를 다루는 잡지이기 때문에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되어왔던 젠더 이슈를 다룬다.

 

5호에서는 웹툰 생태계가 메인 주제이기 때문에 젠더 문제는 작가 인터뷰와 에세이로 짧게 훑는 수준에만 머물었다. 그리고 다음 주제를 ‘젠더’로 예언하듯, 마지막 만화계 소식을 전달하는 부분에서는 이 말을 남긴 채 끝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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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만화 5호 中

 

 

“한국 만화계가 풀어 가야 하는 문제점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채 2020년 맞아야 한다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아마 어떤 문제가 없었다면 6호에서 젠더에 관한 주제를 다루었을 텐데, 예상치 못한 바이러스로 인해서 6호에서는 ‘재난’을 다루었다. 그리고, 10월에 발행된 7호에서는 본격적인 젠더 이슈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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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이전부터 남성중심적인 시각에서 여러 콘텐츠가 만들어졌다. 드라마, 영화, 소설 등 관습처럼 여성 캐릭터를 묘사하는 방식이 답습되어 왔다. 희생되어 주로 남성의 경우에는 용맹하고 용기있는 남성을 선으로 여겼지만, 여성은 아름다움이 부각되어 이를 미덕으로 여기는 경우가 많았다.

 

게다가 콘텐츠 서사에서도 여성은 남성의 각성을 위해서 희생되거나 여자의 적은 여자(여적여) 구도를 세우면서 여성간의 싸움을 질투에 눈이 먼 싸움으로 전락시켜버리거나, 여성의 권력을 여성성을 이용해 얻은 것이라며 지위를 낮춘 경우도 있었다. 미디어에서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을 만화에서도 그대로 답습하여 여성을 대상화하는 서사가 주를 이뤘다.

 

2015, 16년 페미니즘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여성들은 미디어, 콘텐츠에서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에 반기를 들게 된다. 이후로 이에 대한 반발로 기존 미디어가 여성을 소비하는 방식과는 다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왔고, 독자들은 꾸준히 여성을 대상화하지 않는 서사를 요구해왔다.

 

<지금 만화>에서는 이러한 시대 흐름에 만화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주목했다. 먼저, 여성 캐릭터가 대상화되는 것에 거부하며, 이를 고발한다. 매미, 희새 작가의 <마스크걸>(2015), 기맹기 작가의 <내ID는 강남미인>(2016)은 특히 외모지상주의 속에서 여성의 외모를 대상화하는 현재 사회의 모습을 모미, 미래를 통해 고발한다.

 

이 캐릭터들은 대상화의 피해자이지만, 다른 사람의 모습을 쉽게 대상화하고 평가한다.  여성의 아름다움이라는 사회가 만들어낸 이미지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해도 결국 자신은 그 아름다움을 내면화하고 자신을 그 기준으로 평가한다. <마스크 걸>의 ‘모미’, <내ID는 강남미인>의 ‘미래’, 두 캐릭터는 전혀 다른 결말을 맞이했지만, 두 작품이 시사하는 바는 사회가 주입한 아름다움, 미모에 대한 압박은 자기 대상화와 자기혐오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사회 고발적인 부분은 외적인 아름다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다. 성폭력, 부조리한 관습 등 ‘그때는 맞았으나 지금은 틀린’ 부분에 여성들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결혼 생활의 가부장적 질서와 전통적인 가족관계를 이방인인 며느리의 시선에서 그린 수신지 작가의 인스타툰 <며느라기>, 낙태죄 합헌으로 낙태 경험이 있는 여성을 처벌하는 법이 생긴 가상의 공간 속 ,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성폭력 문제를 고발한 안정혜 작가의 <비혼주의자 마리아>등이 있다.

 

여기서 나는 <비혼주의자 마리아>를 인상깊게 봤다. 보면 볼수록 과거 교회에서 느꼈던 부당함을 상기하게 되었다. 강단에 서서 보이는 남성들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조용히 일하는 여성들을 보면서 교회를 다녔고, 성경 구절을 근거로 ‘여성은 공부할 필요가 없으며, 남편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말을 대학생때 듣고 난 뒤에 나는 교회를 떠났던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비혼주의자 마리아>에서는 보수적인 기독교에서 성별에 따른 차별, 권위와 직위로 인해 벌어지는 성범죄 등을 고발한다. 성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하고, 구조 속의 개인으로 살아가기 보다는 ‘나’라는 개인으로 살아가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 여성 서사


 

<지금 만화>에서는 페미니즘 리부트로 인해 여성들의 욕망을 이동, 선회, 변형시켰다고 평가하면서, 이러한 여성들이 주체가 되는 장르인 ‘여성 서사’가 창작되고 있음을 언급했다. 여성 서사는 ‘여성이 만든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 이는 남성 작가라 하더라도 여성 캐릭터가 기존 관습과 같이 묘사되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인물이라면 여성 서사로 볼 수 있다고 한다.


 

“윤리의 축이 이동하면 쾌락의 축도 이동한다. “연애와 섹스를 낭만적 사랑보다는 폭력으로 경험하게 된 최근의 여성독자들의 감각”속에서 ‘나쁜 남자’캐릭터는 왕년의 기능을 상실했다. (… 중략 …) 결국 즐거움을 실어 나르는 코드는 우리의 윤리감각이 용납하는 것과 거부하는 것들의 목록을 참조하면서 구성되는 셈이다. 윤리의 한계선이 정비될 때 기존의 판타지는 협상되고, 조정되고, 폐기된다.”

 

(P.26)

 

 

앞에서 언급했던 ‘부조리한 관습을 고발’하거나, 새로운 여성상의 등장, 가장 나다운 나로 연대하는 서사를 풀어내는 등 여성 서사는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되고 있다. 결국, 사회에서 욕망과 쾌락이 변했고, 웹툰은 사회의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냈다.

 

진취적이고, 도전적인 다양한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다만, 규격에 미달하는 여성 캐릭터는 (성)폭력의 피해자로 묘사될 때만 인정된다는 역설을 낳았다는 부분을 지적하면서 이 지점이 여성 서사의 웹툰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언급했다. “여성독자의 감수성을 배반하지 않으면서, 너무 뻔하게 읽히는 수도 피해가면서, 상업적 재미도 주는 여성 캐릭터를 제안하는 것”이라는 쉽지 않은 길을 <지금 만화>에서 제안하고 있다.

 

 **

 

현재 현실에서 맞닿고 있는 문제를 <지금, 만화>에서 다루고 있다. 6호에서는 재난을, 7호에서는 젠더를 주제로 사회 흐름에 맞게 만화 내지는 시각 콘텐츠, 서사가 변화해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7호에서는 현재 한국 사회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젠더 이슈를 다룬다. 특히, 콘텐츠 서사에서 드러난 여성 혐오적인 요소를 짚어내면서 여성 서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비평한다.


 

[오지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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