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

글 입력 2021.01.03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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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을 맞이해 신간 책을 구경 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던 책이었다. 책의 제목인 '날카롭게 살겠다.'라는 첫 문장에서부터 무언의 결연한 감정이 느껴졌다. 어떤 이야기가 담겼을지 궁금해지게도 했다.

 

그 궁금함이 오래가지 않도록, 책의 서문에서부터 책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이 책을 쓴 동기를 밝힌다.

 


내게 또 하나의 동기가 있었음을 여기서 자백해야겠다. 이 두 번째 동기로 인해 나는 이 여성들에게 대해 다양한 의문을 갖고 조사해보게 되었다. 특정한 포부를 지닌 젊은 여성 독자라면, 이 여성들의 이야기를 아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세상 구석구석에 성차별이 배어 있다 해도, 그것을 뚫고 나아가는 길이 있음을 아는 것도 가치 있는 일이다.

 

- 서문

 

  

위에서 쓰여진 바와 같이 책은 파커, 웨스트, 허스턴, 아렌트, 매카시, 손택, 케일, 디디언, 에프런, 애들러, 맬컴 총 12명의 여성 문학인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 미셸 딘은 그들의 공통점은 ‘날카로움’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들은 모두 각자의 성격, 가치관, 글의 특징 등은 모두 다를 수 있어도 기존 사회에 반하는 무언의 글을 썼다는 점에서 날카롭고 예리하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러니까 정확히는 남성위주의 기존 사회가 여성 문학인들에게 그들의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여러모로 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했다. 그러나 동시에 그 속에서 꿋꿋이 버티어 내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끔 여성 문학인들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저자 미셸 딘은 이러한 측면에서 12명의 여성 문학인들을 살펴 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들이 각자 살아온 인생과 시대, 환경은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그 속에서 각자만의 신념대로 버티고 이겨내어 이름을 남긴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책은 그 역사는 지금도 유효하다고 덧붙이는 듯 했다.

 

그러니까 여전히 성차별이 만연한 이 시대에서 각자의 방법으로 날카롭게 살아내기 위해서는 현재 이전의 역사를 읽어나가며 배우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생각하다 보면 책의 서문에서부터 저자가 왜 위와 같은 말을 언급했는지 와 닿는다.

 

물론,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저자도 강조했던 부분이지만- 여전히 백인 중산층 계층의 여성들의 이야기가 대부분이라는 점을 숙지해야 한다. 책을 읽으면서도 인종차별로 인해 여전히 백인 외 다른 인종의 여성 문학인들은 이 집단 내 가장자리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했다. 그러므로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 또한 완벽한 100%의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을 염두해야 한다.

 

다만 책 속의 인물들은 나름대로 각자가 처한 상황 속의 불합리적 요소를 자신만의 방식대로 헤쳐나간다. 이 점을 고려하며 읽어나가다보니 가끔 내 상황을 함께 돌이켜보는 순간들이 있었다.

 

*


- 맞지 않았던 직장에서도 돋보였던 도로시 파커, 그녀의 재치


 

‘보그’는 그때 막 싹을 틔우던 상업적인 의류업계의 요구에 좌우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의류업계는 주로 고객들의 욕구에 영합하면서 또한 그들을 하찮고 평범한 존재로 대했다. (중략) 파커는 짖궃으면서도 동시에 감탄이 나올 만한 선견지명으로 ‘보그’에서 매번 아름다운 옷이야말로 여성을 가장 세련되게 꾸며준다는 주장을 무너뜨리는 행동을 했다.'

 

- P.28

 

 

글을 쓰고, 특히 시와 에세이를 유려하게 써내는 작가였던 파커는 약 2년간의 기간 동안 잡지사 보그에서 재직했다. 당시 보그는 ‘훌륭한 숙녀’들을 위한 잡지로 여겨졌으며 치마길이, 섬유재질에 대한 세밀한 묘사, 찬양 등을 포함하는 글을 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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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커는 이런 주제에는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그녀의 이후 발언들을 보자면, 자신에게 이상적인 직장은 아니라고 생각했을 것이라 판단된다. 그리고 보그에 재직하지 않게 된 이후 가졌던 다음과 같은 인터뷰를 보면 확실히 부정적이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그의 여성동료들은) 품위 있고 훌륭한 여성들이었습니다. (중략) 하지만 그런 잡지와는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중략) 잡지기사에서는 모델들을 처녀처럼 다뤄서 강인한 아가씨들을 둘도 없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여성들로 바꿔버렸습니다.
 

 

그러나 현실이 어떻든 이러나 저러나 직장에 다니며 돈을 벌어야 한다. 사실 자신과 전혀 다른 결의 직장에 다니다보면 힘이 빠지기 마련이다. 많은 현대인들이 직장을 다니다보면 무언의 무력감을 느끼니까. 파커 또한 그런 심정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파커는 그 자리에서 우울해하거나 무언가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런 상황 속에서 한층 우아하게 자신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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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에 실릴 패션 삽화 하단에 들어갈 캡션을 쓰는 것이 파커의 일이었는데, 그녀는 재치있고 유려한 특유의 글 솜씨로 은근하게 부정적인 캡션을 삽입하곤 했다. 예를 들어 복잡하고 정교한 패션 속옷을 그린 삽화에 들어갈 캡션이 필요하다면, ‘간결함이 바로 란제리의 영혼’이라고 적는 식이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실제로 캡션을 싣기 전 편집부장의 눈에 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파커는 여러 번 읽어봐야 조롱에 가까운 글이라는 걸 알게끔 글을 작성했을 것이다. 당시 편집부장을 포함해 보그에 재직중인 동료들은 파커를 어떻게 생각했을지 몰라도, 나는 이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가며 그가 얼마나 우아한가에 대해 감탄하며 곱씹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겠지만 내가 원하는 일만 하며 평생을 살 순 없다. 사람들은 살아가다 보면 원치 않는 일들을 어쨌든 해야 할 경우를 종종 마주한다. 그런 순간들이 늘 우리를 괴롭히고 때론 그 잔상이 오래도록 남아 힘들게 하는 경우도 있다.

 

종종 그러한 순간들을 떠올리는 나로서는 파커의 대처방식이 참 우아하고도, 유쾌한 삶의 방식이구나 부러운 심정이었다. 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라고도 생각되었다. 그렇기에 더 본받고 싶어졌다.

 

파커는 자신이 살아가는 동안 가장 잘 해낼 수 있는 무언가를 활용해 예상치 못한 삶의 고비를 즐겼다. 본인은 어쩌면 즐기지 못했을 수도 있었겠으나, 나의 시선 속 파커는 마치 파도의 급류에 휩쓸리는 것이 아닌, 서핑보드를 타며 즐기는 사람처럼 행동했다.

 

*


이렇게 우아하고도 유쾌한 삶의 방식을 견지하는 파커뿐만 아니라 이 책에 존재하는 다른 문학인들의 삶의 방식 또한 나름대로의 개성을 날카롭게 빛내고 있었다. 날카롭고 튀어서, 오히려 유쾌하고 유연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태도는 나에게 묘한 반성과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이 책, ‘날카롭게 살겠다. 내 글이 곧 내 이름이 될 때까지를’ 읽으며 활력을 얻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이아영 press 명함.jpg

 

 

[이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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