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불안한 당신을 위해 -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 [도서]

불안은 꼭 나쁜 일일까? 우리는 불안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글 입력 2021.01.01 1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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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을 안고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기 위해 몇 번이나 숨을 골라본 적이 있다. 소리 내서 나 불안해, 하고 말한 적은 없으나 돌이켜 생각해보면 세차게 뛰는 심장이나 긴장해 하얗게 굳어진 머리, 어디에 둘 줄 모르고 어쩔 줄 모르는 시선 전부가 심리적인 불안을 행동으로 표현한 거였다.


한 번도 불안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지 않아도 좋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아주 가끔이라도 불안을 경험해 본 사람에게는 추천하는 책이다. 전문 용어를 남발하며 어렵게 설명하거나 불안이 잘못된 것이라 우리를 꾸중하지 않는다. 작가는 불안해도 괜찮다며 우리를 부드럽게 감싸주고, 책은 쉽게 읽혀 페이지를 넘기기가 즐겁다. 집중하려고 마음먹은 것도 아닌데 시선을 잡아끄는 강의를 보는 것처럼, 이 책은 그렇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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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마음을 잠재우는 법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불안을 끌어안고 살아도 괜찮습니다.’로, 일상생활에서 평범하게 접할 수 있는 불안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왜 불안하고, 언제 불안을 느끼고, 이런 불안에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고, 이런 불안은 어디서부터 오는지 등, 불안에 대한 내용을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전달해 읽는 이로 하여금 내가 느꼈던 감정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인상 깊은 내용은 따로 표시해두며 읽는데, 그런 부분이 너무 많았다.


2부는 ‘남들보다 조금 더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로, 일종의 정신적 장애를 다룬다. 공황장애, 사회불안장애, 범불안장애, 강박 스펙트럼 장애, 트라우마 및 PTSD로 총 다섯 가지 장애에 대해 알아가는데, 이러한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더라도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 이제 우리 주위에서 너무 흔하게 볼 수 있는 것들이라 익숙해서 그런 걸지도 모른다. 이런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 이런 접근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구나, 하고 강 건너 불구경하듯 읽어볼 수 있다.


작가는 직접 자신이 예민하고 불안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도 될 수 있었고, 불안에 대해 책도 쓸 수 있었다고 말이다. 공부만 하더라도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보다는 못했다가 잘하게 된 사람이 잘 가르칠 확률이 높다. 처음부터 잘하는 사람은 왜 이 쉬운 걸 모르는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이다. 모든 일을 경험할 수는 없겠지만, 직접 겪어본 사람이 더 잘 안다. 이 책이 왜 이렇게 읽기 쉽고 명료하게 적혔는지 이해가 가는 순간이었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 과학적인 설명이 나오는데, 나 같이 과학을 잘 모르고 싫어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 설명해줘서 좋았다. 처음 과학 용어를 본 순간에는, 심리학 수업에서 뇌과학을 배우는 것만큼의 충격이었으나 곧 그래야만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사촌이 땅을 샀다는 소식을 들으면 질투심과 내가 더 못났다는 생각 등의 스트레스로 교감신경이 항진됩니다. 교감신경이 힘을 받으면 심장은 두근거리고 호흡은 빨라지는 등 신체가 전체적으로 더 활동을 많이 하게 되지만, 반대로 위와 장 등의 소화기관은 멈춰버립니다. (…) 원래 부드럽게 움직이던 위와 장이 멈추니 배가 아픕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은 자존감 때문이 아니라 자율신경 때문입니다. 실체가 뚜렷하지 않은 자존감보다는 훨씬 과학적입니다.” (p.24)


얼마나 명쾌하고 재밌는가.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이유를 심리학적으로, 과학적으로 풀어냈다. 단순히 내가 못된 사람이거나 자존감이 낮아서가 아니다. 사촌이 잘못되기를 바라는 나쁜 심보로 뿔이 난 것이 아니다. 전부 알고 있으나 한 번도 엮어서 생각해본 적 없는 스트레스, 교감신경, 소화 작용 등의 단어들로 인해 정말 물리적으로 배가 아픈 것이다.


15년간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많은 사람을 봐온 작가는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책을 쓴다. 어렵게 고민할 필요도 없고, 그저 작가가 설명하는 대로 따라가다 보면 순식간에 아, 그런 거였어, 하고 놀라게 되는 것이다.

 

*


사람은 누구나 자기중심적이다. 그러니 나도 예외일 수는 없다. 책을 읽으며 당연히 내 상황을 대입하고, 내 문제를 끼워서 생각했다. 나는 영어가 싫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는 늘 내 발목을 잡았으며, 그건 대학생인 지금도 예외는 아니다. 영어만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불안하다. 그런 나를 사로잡은 부분이 있었다.


“상황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귀한 것이므로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 하지만 둘러보면 원인을 바꿀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습니다. 발견하면, 잡아야 합니다. (…) 쉽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삶에서 내 의지대로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발견한다면 당장 그렇게 해야 합니다. 아쉽게도 바꿀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까요.” (p.31)


당연한 말이지만, 영어를 공부하면 된다. 영어를 공부하면 잘하게 되거나 적어도 내게 필요한 만큼은 갖출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된다면 불안하지 않을 것이다. 알면서도 하기 싫다는 이유와 게으름으로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그런 나를 알기라도 하는 듯, 작가는 ‘당장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의 의지로 없앨 수 있는’ 불안은 없애야 한다고 말이다.


‘나는 영어를 못 해. 스트레스받고 불안해. 난 영어 때문에 망할 거야,’라고 생각하는 것과 ‘나는 영어를 못 하지만, 영어는 내가 공부하면 되는 거니까 다행이야. 내가 행동하면 바뀌는 거잖아.’라고 생각하는 것은 전혀 다르다. 똑같이 영어를 못하더라도, 내가 영어를 못 한다는 사실 자체가 주는 스트레스의 양은 현저히 다를 것이다.


사실 내 삶과 조금 더 밀접한 것은 불안보다는 우울이 컸다. 나의 우울은 그 자체가 이유가 되어 나를 더 무겁게 가라앉혔다. ‘넌 뭐 이런 거 가지고 우울해, 아주 복에 겨웠구나, 너보다 힘든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넌 정말 나약하고, 네가 우울할 이유는 없으니까 징징대지 마.’ 남이 그렇다고 하면 위로해줬을 텐데, 내게는 더없이 매섭게 혼냈다. 그런데 이 말을 읽는 순간 거짓말처럼 내가 나를 구박하던 순간들이 떠오르며, 위로가 됐다.


“다들 불안할 만하니까 불안합니다. 불안 자체만으로 충분히 힘든데 굳이 죄책감까지 느낄 필요 없습니다.” (p.36)


그래, 그럴 만하니까 그랬다. 우울할 만하니까 우울했고, 불안할 만하니까 불안했다. 그 감정이 또 다른 원인이 되어 나를 더 힘들게 하는 것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 나는 한창 예민할 때, 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내게 더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이런 것도 못 버티고 스트레스를 받다니, 넌 구제 불능이야.’


“불안하다면 그 이유를 갖고 불안해하지 말라며 다그치기 보다는, ‘지금 불안하구나.’라는 이 한마디를 해주는 게 낫습니다. 남들이 이해하지 못해도 나는 나 자신을 이해해줘야 합니다.” (p.36)


나는 인간관계에 많이 스트레스받고 힘들어하는 편이다. 누군가와 싸우거나 다투면 꿈에서까지 나오고, 갈등이 일어나기 전에 피해버리기도 한다. 사소한 말을 한 후에 곱씹으며 후회하고, 사소한 말을 들은 후에 곱씹으며 상대방의 의도를 지레짐작하기도 한다.


상대방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끊임없이 계산해보며, 나는 상대방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끊임없이 계산한다. 그 이유는 남들이 날 떠나가는 게 싫어서, 혼자가 되는 것이 무서워서였다.


“우리는 결국 모든 것을 혼자 겪습니다. 혼자가 되더라도 두려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누구나 어느 정도 혼자였기 때문입니다. (...) 우리는 많은 일을 혼자서 잘해왔고, 외로워도 잘 살아왔습니다. (...) 결과적으로 내 곁에 있는 사람들이 내 인연 아닐까요? 그냥 주어진다고 생각한다면,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나한테 소중하다는 걸 받아들인다면 누가 떠날까 봐 두렵고 굳이 그럴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떠나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p.129)


작가의 말은 언뜻 보면 냉정하게 들린다. 결국 우리는 혼자라니, 혼자가 싫으니까 어떻게든 남과 함께 살려고 하고 사회생활을 하고 인간관계를 쌓는 거 아니야? 하지만 다시 읽어보면 다정하다. 결국 혼자니까, 혼자여도 괜찮은 거다. 어떻게든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아등바등 애쓸 필요가 없다는 거다.

 

*


물론 책을 읽고 깨달았다고 해서 내 삶이 드라마틱하게 한순간에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영어를 공부하고, 불안과 우울에 대해 통달하고, 인간관계에 달관해 모든 스트레스를 내려놓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모르는 것보다는 아는 것이 낫다. 나도 모르게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고 있을 때, 이거 아니잖아, 하고 다시 한번 상기할 수는 있을 것이다.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살아왔던 삶의 방식에서 물음표를 띄워주는 책. 이런 거였구나, 하고 다시 내 마음을 되돌아보게 만들어주는 책. 이 바쁜 세상에서 시간을 들여 읽을 가치가 있다고 감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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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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