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노트 Sigak] 6. 코로나가 불러온 화면 너머 보이지 않는 관람객

2020년 팬데믹 속 나의 문화예술 향유를 돌아보며
글 입력 2020.12.3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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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빡하니 이제 다 끝났다고 선언하는 듯한 2020년이다. 코로나 이야기가 나오지 않은 날이 없던 2020년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제한을 마주해야 했던 해였다. 특히 한 공간에 모여 상호작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조건이었던 미술계에 가해진 제한은 순식간에 많은 것을 멈추게 했다. 줄지어 휴관하는 미술관, 취소되거나 연기된 아트 페어와 비엔날레, 그저 더 이상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일 수 없게 된 모든 상황들이 떠오른다.


한편 한 사람의 자그마한 삶도 무엇을 하든 “코로나 때문에”라는 말이 절로 나오던 나날들이었다. 나의 문화예술 생활도 마찬가지였다. 코로나 때문에 가려 했던 미술관이 휴관하고, 전시회에 가거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것 자체가 조심스러웠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2020년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진 서로 다른 사람들이 저마다의 질문을 가지고 고민하고 성찰해야 했던 1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여러 새로운 변화가 일어난 한 해이기도 했다. 익숙한 것이 반복되기 보다는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던 2020년이었던 만큼, 올해의 마지막 [관객 노트 Sigak]에서는 미술계의 뉴노멀을 경험한 한 관람객의 이야기를 기록처럼 남겨보려 한다. 누군가의 팬데믹 속 문화예술 향유에 대한 기록이자 하나의 소통으로서 이 글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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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온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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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있을까?”

 

 

코로나가 한국에 범상치 않은 기세로 창궐하던 3월 봄 즈음, 순식간에 학교를 포함한 어느 곳도 갈 수 없게 된 내게 가장 먼저 전해진 문화예술 소식은 바로 온라인 전시였다. 주로 전시회를 그대로 구현한 VR 전시와 큐레이터가 직접 출연하여 전시회와 작품에 대한 해설을 하는 동영상 형식의 콘텐츠가 온라인 전시라는 이름으로 하나하나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미술관 유튜브를 찾아가 보고, VR 전시를 마우스로 클릭해가며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몇 번 찾아본 후에는 이런 방식의 온라인 전시를 꾸준히 찾아보지는 않았었다. 오프라인 전시만큼 완전히 몰입하기 어려웠던 것이 이유였다. 눈앞에 있는 작품을 직접 보는 것과 매끈한 화면 너머로 작품을 보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었다. 그리고 전시 공간이 주는 몰입감과 노트북이 전해주는 몰입감 역시 다른 결의 것이었다.

 

너무도 당연해서 일일이 생각하지 못했을 뿐, 전시회를 보러 가는 ‘여정’은 그저 작품을 보는 행위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전시 공간까지 찾아가는 이동과 노력, 특정한 공간이 주는 색다른 몰입감,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 살펴볼 수 있는 디테일, 작품과 공존할 때 일어나는 감정과 사유로 이루어진 미적 경험, 작품 사이를 오고 가는 동선,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과 움직임으로 일어나는 다채로운 경험까지. 생생하고 선명하게 오프라인 전시를 구현했다 하더라도, 관람객이 직접 가지 못하는 화면 너머로 훌쩍 들어간 온라인 전시가 이런 경험들 중 얼마나 많은 것을 구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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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사랑> VR 전시 화면 캡처

 

: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코로나를 직접 다룬 전시’는 <코로나 시대의 사랑>(오프라인 전시 7월 4일~7월 30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섯 작가의 작품들이 모두 저마다의 관점으로 팬데믹이 삶에 불러온 변화를 다루고 있어 코로나에 대해 여러 사유를 할 수 있던 전시였다. 무엇보다 <코로나 시대의 사랑>은 오프라인 전시뿐만 아니라 인스타그램, 동영상, VR 3가지 형태의 온라인 전시로도 구현되어 가장 직접적으로 다양한 방식의 전시회를 경험하고 비교해볼 수 있던 전시이기도 했다. 주제도 실험도 코로나 시대에 어울리는 전시였던 것 같다.

 

 

“오프라인의 대체가 아닌

온라인이라는 새로운 영역으로”

 

 

앞서 말한 것처럼 오프라인 전시를 구현한 온라인 전시는 여러 의미로 아쉽게 느껴져서 처음에는 다소 단편적으로 온라인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만 생각했었다. 얼른 코로나가 종식되어 예전처럼 오프라인 전시가 활발하게 일어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막연하게 품고 있었다. 하지만 미술계는 새로운 시도를 시작하고 있었다. 오프라인을 대체하는 온라인이 아닌, 그 자체로 가능성을 가진 곳으로서 온라인 가상 공간을 구성하고 실험하기 시작한 것이다.


기억하기로는 늦여름 즈음부터 전시회 정보를 알리는 웹사이트에 주소가 아닌 링크를 게시하는 전시회가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동시에 SNS(특히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전시회와 프로젝트 소식이 내 피드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프라인의 대안이 아닌 ‘온라인 전시’가 그 자체로서 어떠한 형태를 갖추는 시도가 하나하나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런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전시’가 기존의 오프라인 전시와는 다르게 가질 수 있는 그것만의 새로운 가능성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지금 당장 무어라 대답할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앞으로도 꾸준히 언급되어야 할 주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다만 2020년 끝자락에서 내가 보았던 ‘온라인 전시’들이 내게 준 경험들을 토대로 무엇인가를 말할 수 있다면, 이런 새로운 ‘온라인 전시’들은 이전 오프라인 전시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던 소통과 참여의 장으로 나를 초대해 주었다.

 

 

 

  2. 소통  


작년까지만 해도 전시회를 다녀온다 하면 정말 전시회에 가서 작품을 보고 돌아오는 것이 전부였다. 주변에 미술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면 전시회가 다루는 주제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았고, 전시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으러면 연계 프로그램 등을 시간과 일정을 맞춰 신청해야 했었다. 전시에 대해 바로 무어라 말을 꺼내며 대화하거나, 그에 대한 깊은 이야기에 참여하는 것이 아주 익숙한 일은 아니었었다.


하지만 내가 보았던 새로운 ‘온라인 전시’들은 함께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얼마든지 참여하고 목소리를 남길 수 있는 새로운 방식과 함께 가상 공간에서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었다. 물리적인 한계가 없는 온라인인 만큼 서로 같은 것이 없이 구현된 전시들은 하나하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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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실 프로젝트 : 전혀 예술적인, 엉성한 미술관> 웹 리플릿 캡처

 

: 나의 첫 ‘온라인 전시’는 서울시립 남서울 미술관의 <대기실 프로젝트 : 전혀 예술적인, 엉성한 미술관>(8월 25일 ~ 10월 25일) 이었다. “누가 미술관의 구성자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풀어가는 <전혀 예술적인, 엉성한 미술관>은 기존 오프라인 전시회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았던 미술관 직원들과 작가, 교육담당자, 관람객의 생각과 이야기를 주인공으로 두고 있는 프로젝트였다. 언제 또 이들의 이야기를 가까이에서 볼 수 있을까 싶어 모바일로 터치해가며 하나하나 읽었던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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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ujanggo수장고 > 웹 페이지 캡처

 

: 3D 스캔 된 미술품 데이터를 일정 조건 하에서 관람객이 자유롭게 변형하고 공유할 수 있게 한 아카이브 웹 플랫폼 < Sujanggo 수장고 >(9월 17일 ~ 10월 17일) 도 기억에 남는다. "데이터가 된 미술품이 웹상에서 어떻게 보여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을 살펴본다"는 전시의 주제는 여전히 흥미로운 화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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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P를 말하다> 웹 페이지 캡처

 

: 가장 최근에는 ‘관악 아트위크’의 <우리의 P를 말하다>(12월 14일 ~ 12월 27일)를 보았다. ‘팬데믹(P)’과 ‘지역’을 주제로 한 작가들의 작품과 인터뷰, 프로젝트 이야기가 담긴 <우리의 P를 말하다>는 전시된 작품들의 이야기 못지않게 관람객들에게 전시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질문들을 건네고 있었다. 한 해 동안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겪게 한 팬데믹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 되기도 한 <우리의 P를 말하다>는 팬데믹 속에서 살아간 나를 돌아보며 2020년을 성찰하게 해준 전시였다.

 

 

이 외에도 정말 다양한 전시회가 온라인에서 진행되었고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온라인이라는 비대면 환경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전시에 부담 없이 참여하고 말할 수 있게 한 것 같다. 언제든지 입장해서 주어진 온라인 환경을 자유롭게 다뤄보며 작품과 상호작용하고, 내게 주어진 시간만큼 전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나만의 속도로 충분히 이해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나는 얼마든지 나의 속도와 리듬에 맞춰 전시를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오프라인 전시처럼 불가피한 신체적인 피로감을 느끼거나 주변 상황을 신경 쓰는 일 없이 오롯이 작품 이야기에 집중하며 더 많은 글과 이야기를 읽어낼 수 있었다. 충분히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여유는, 전시회에 마련된 참여 공간에 나의 생각과 의견을 남겨볼 수 있는 여유로 이어졌다.


한편 이러한 담론이 실시간으로 일어나기도 했는데, 바로 웨비나로 전환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통해서였다.



"예술을 찾아가는 사람이 아닌,

사람을 찾아가는 예술”

 

 

올해만큼 문화예술 강연이나 행사에 많이 참여한 적도 없는 것 같다. 여러 프로그램이 온라인으로 전환되면서 시간적인 부담이나 이동 거리에 대한 부담 없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듣고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웨비나로 진행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경험을 되돌아보자면 ‘댓글 담론’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진행되는 프로그램 옆에서 실시간으로 올라오는 참여자들의 질문과 의견들은 프로그램을 향유하는 또 다른 요소로 작동했다. 그저 듣기만 하던 것에서, 누군가는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동시에 목격하다 보니 프로그램이 다루는 주제에 대한 시선을 더 확장하는 기분이 들고 소통하고 있다는 기분이 보다 강하게 들기도 했다. 나 역시 온라인인 만큼 참여에 대한 부담감을 덜고 진행자에게 질문을 남기고 생각을 나누며 참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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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되자 예술이 직접 사람을 찾아가기도 했다. 특히 늦가을 즈음 나는 SNS를 통해 여러 형태의 예술 키트를 신청해서 내 집구석에서 향유할 수 있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에서 진행한 “찾아가는 예술처방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예술나무운동에서 진행한 “아트시그널”과 같이 집으로 배송된 키트를 통해 함께하는 프로그램은 집에서 무기력하게 시간을 보내야 했던 내게 활기를 불어 넣어주었다. 새삼스럽지만 무엇인가를 만들고 그려보고, 예술가와 연결되어 작품을 선물 받고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경험은 전에 할 수 없던 새롭고 즐거운 형식의 문화예술 향유였다. 동시에 예술을 통해 일어나는 연결과 소통이 주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직접 경험하고 느낄 수 있던 순간들이었다.

 

 

 

  3. 예술이 우리 삶에 필요한 이유  


문득 2021년은 어떨까 싶어 포털사이트에 괜히 ‘내년 전망’이라는 막연한 단어를 검색해봤었다. 아니나 다를까 ‘내년’과 ‘전망’이란 단어를 제목으로 단 검색 결과 중 긍정적인 것 하나 발견하지 못했다. 코로나가 종식될 수 있을까? 종식된다면 다시 기쁜 마음으로 바로 일상에 돌아올 수 있는 걸까? 종식될 수 없다면 내년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렇게 생각하자니 너무도 막연한 한 해를 앞두고 있다는 생각에 머릿속이 뿌예지는 것 같다.


본 글은 꽤나 밝고 즐거운 마음으로 흘러갔지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듯 팬데믹 이후 예술은 생존 자체를 논해야 했다. 그러는 한편 예술의 역할과 그것의 의미와 가치는 무엇인지 존재 자체에 대한 논의도 함께 수면 위로 떠올랐다. 호흡마저 자유롭게 할 수 없는 상황을 일상에 불러온 팬데믹은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낼 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불안감, 우울, 무기력증을 안겨주었다. 인간으로서 만끽할 수 있는 감정, 경험, 감각이 무뎌진 상황 속에서, 지금까지 늘 사람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선물해 주었던 예술은 더욱이나 우리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그런 만큼 2020년은 유독 찾아갔던 전시회나 프로그램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조심스럽게 찾아간 전시회에서 직접 마주한 작품들, 집에서 하는 여러 예술 활동들, 세상과 삶에 대해 고민하고 자신만의 언어로 표현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은 어느 하나 무의미한 것이 없었다. 오히려 무감각한 일상 속에서 너무도 소중한 것이었다. 무기력하게 머물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계속해서 세상에 귀 기울이고, 인간으로서 경험할 수 있는 감정과 감각을 일깨워준 것이 예술이었다. 그런 크고 작은 순간들은 내게 위로가 되기도 했고, 용기, 기쁨, 휴식이 되기도 했고 웃을 수 있는 순간이 되기도 했다. 여러 의미로 예술이 지닌 힘과 그것의 존재 의미를 비로소 실감한 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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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동안 예술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맴돌던 문장이 있다. “예술은 늘 주어진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길을 발견해나갔어”라는 말이었다. 내가 미술사를 공부하며 깨달은 문장이기도 하고, 이 글에 남겨진 기록들처럼 2020년 동안 다시금 증명된 문장이기 하다. 좋다고만 생각하기에는 여전히 아픔도 어려움도 많고, 여러 문제와 질문이 놓여 있지만 앞으로도 예술은 그렇게 나아갈 거라 믿는다.

 

그저 보고 느낀 것을 쓰는 사람에 불과하다고 나 자신을 정의하곤 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예술로 함께하고 소통하는 일이 즐겁고 기쁜 것임을 느끼게 한 올해의 경험을 품에 안고 2021년에도 문화예술계의 새로운 시도에 함께하며 꾸준히 글을 써 내려가고자 한다. 많은 예술이 내게 그러했듯, 거창할 필요 없이 그저 누군가에게 어떤 내용이 되고 때론 기쁨이 되고 응답이 되어주는 소통이자 글로서 문화예술과 함께하고 싶다.


비대면으로 언제 어디서든지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예술 향유도 좋지만, 마음 편히 직접 만나고 함께할 수 있던 순간들도 너무 그립다. 화면 너머가 아닌, 직접 만나 표정과 몸짓으로 함께 대화할 수 있는 날을 고대하는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하며 2021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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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예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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