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죽음의 순간까지 계속 되어야할 고통스러운 질문 - 인생에 대하여

두렵고 막막하지만 피해갈 수 없는 고통에 대한 고찰
글 입력 2020.12.12 0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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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는 인간의 인생은 모순으로 가득하고, 그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며 오히려 이를 부정하는 것은 자신의 인생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드는 일이라고 한다. 그의 말은 처음에는 너무나 비관적이고 절망적으로 들린 것은 사실이다. 사실 이 책의 덮개를 열기 전부터 느끼고 있던 바를 확인 사살 당한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맞다. 인생은 모순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누구나 한번쯤은 행복을 느끼고, 누군가의 인생은 늘 그러한 반짝이는 행복들로 가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 모두는 결국에는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죽음이고, 죽음은 단순히 육체적 활동의 끝이 아니라 지금껏 살아온 나라는 존재 자체의 상실이다. 그렇기에 죽음은 누구에게나 고통이고 파멸일 수밖에 없다.


현재의 삶이 고통으로 점철되어 있든, 행복으로 반짝이든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태어나 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은 모두 동일하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의 삶 뿐이고, 그것이 우리가 가진 전부 이기 때문에 그것이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생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정확히 아는 것은 너무나 어렵다는 사실이다. 당장 누군가 “당신은 무엇을 위해 사나요?”라고 물으면 자기 자신에게 까지 만족스러운 대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질문에 대해 할 수 있는 답은 “태어난 이상 살아야 했고, 죽음이 두렵기 때문” 뿐이다. 그렇다면 나의 삶은 처음부터 어딘가 모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분명 나의 삶은 소중하다. 물론 너무 힘들어서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은 순간은 있었지만 그 순간 마저도 나는 생을 끊을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내 삶이 가지는 의미에 대해서는 단 한글자도 제대로 내뱉을 수 없는 것이다.


 

“삶이란 아침에 일어나 침대에 누울 때까지 발생하는 일련의 행동들이다. 인간은 매일 수백가지의 가능한 행동 중에서 하고자 하는 행동을 끊임 없이 선택해야 한다. (중략) 인간은 행동의 지침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법이다. 그리하여 결국 인간은 인생에 대한 이성적 판단이 아니라 모든 사회에 언제나 존재해 왔던 외적 지침을 따를 수 밖에 없게 만든다.”

 

인생에 대하여 p.55 中

 


이 구절을 읽으며 나는 또 한번 내가 살아온 사고의 전철이 낱낱이 파헤쳐져 벌거벗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나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죽음에 대해 생각했다. 단순히 죽을 때의 고통을 염려했다기 보다는 삶이 끝나는, 그리하여 나라는 존재 자체가 사라지고 더 이상 생각하고 행동할 수 없게 되는 그 순간을 생각 했고, 그러한 끔찍한 순간을 언젠가는 나도 피해갈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한 후에는 겉잡을 수 없고, 또 이유를 알 수 없는 공포를 경험했다.

 

그러나, 그 공포를 내게 가져온 것이 무엇인지를 도저히 종잡을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그러한 생각들 끝에는 끝을 모르고 깊은 허무가 찾아온다. 결국 인생의 끝자락에서 숨을 헐떡이며 빛을 잃어갈 모든 것들, 지금의 내가 필사적으로 지키고 이어가고자 하는 것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럴 때, 나는 미약하게나마 발버둥치며 생각하는 것이다. “누구나 죽는다. 나 뿐만 아니라 나보다 빛나는 인생을 살고 있는 누군가도, 나보다 먼저 이 세상을 경험한 누군가도 다 죽는다.” 혹은 “아직은 생각할 필요가 없는 먼 일이니 우선은 눈앞에 주어진 생을 살자.”라는 생각.

 

결국 나는 깊은 생각을 덮어두고, 외적 지침인 사회적 관념을 따른다. 더 이상 깊이 들어가면 길을 잃고 통로가 불분명한 미로에 빠질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책을 읽은 후 생각해보면 나는 나의 이성이 외치는 소리를 애써 못들은 척 하고 살아온 것 같다. 당장의 행복에 안도하며, 미래의 일은 다른 어느 날의 나에게 맡겨 둔 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높이 평가하며 오랫동안 행하여 온 것을 보면 그런 관습은 인생의 참된 일이 아닐 수 없다고 자신을 안심시키며 그에 따른 것을 하나의 의무로, 신성한 의무로 여기는 것이다.”

 

인생에 대하여 p.57 中

 


톨스토이는 이러한 나의 안일한 태도를 보란듯이 꼬집었다. 어쩌면 나는 알고 있었음에도 애써 외면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주로 타인의 열정적인 모습에 자극받거나, 혹은 타인보다 못한 삶을 살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러니까 그럭저럭 ‘괜찮은’삶을 살고자하는 목표로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든다.

 

내 삶의 원동력은 ‘비교’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정적으로 사는 사람의 삶은 멋있고, 그가 이루어낸 것들은 탐이 났다. 내게 맞는 옷인지 살펴보기도 전에 그 옷을 살 돈을 모으고 그것을 가졌을 때는 허겁지겁 옷에 몸을 우겨 넣어 온 모양새이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외면해 왔지만 그것이 사실이다. 누구나 그렇게 산다는 것에 위안 받으며 나는 스스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삶을 살아왔다.


이것을 인정하는 것은 너무나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것 말고는 인생을 살아갈 마땅한 이유를 찾는 것은 너무나 어렵고 어쩌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톨스토이는 이성의 법칙에 따라 인생을 완성해야만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나의 이성이 가르키는 것은 아직까지 너무나 막막하고 끝도 없이 두려운 미로이기 때문이다. 그 속을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 그 어떤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할 까봐 겁이 나고, 다시 돌아오지 못할 까봐 겁이 난다.

 

본성이나 관습에 내맡긴체 사는 인생은 때로 허무하게 느껴지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는 없지만 가끔, 때로는 빈번하게 톨스토이가 말하는 ‘개체적 행복’을 가져다 준다. 그것은 허상이지만 달콤하고 그것에 의지하여 살아도 되지 않을까 하는 안일한 생각을 부추긴다.


 

“동물적 법칙을 이성에 복종시키는 것 속에 행복과 진실한 인생의 길이 있다. (중략) 자신에게 부여된 생명의 과제를 거부한다면, 우리는 진실한 우리의 행복과 진실한 우리의 인생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대신 우리는 우리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따라서 결코 우리의 인생일 수 없는 가시적인 동물적 생존 활동을 그 자리에 가져다 놓을 것이다.”

 

인생에 대하여 p.57 中

 


하지만 톨스토이가 지적하는 바처럼 결국 그런 삶은 기계의 돌아가는 톱니바퀴의 것과 다름이 없다. 우리 외부의 어찌 할 수 없는 것에 내맡긴 인생은 결국 우리가 결정할 수 없는 외부의 요인에 따라 인생을 흘러가게 만드는 것이다.

 

나의 인생이지만 내가 컨트롤할 수 없다. 그리하여 우리는 자주 스스로의 감정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 그 감정의 이유 조차 알지 못하는 것은 우리가 여태까지 우리 외부의 것, 그러니까 우리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가시적인 것들에 우리의 내부 모든 것을 맡겨버린 탓이다. 결국 꼭두각시와 같은 삶을 살다 진실한 인생을 살 기회를 놓쳐버리고 만다.

 

물론 쉽지 않은 일이다. 이 책을 덮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면 또 다시 나는 외부의 것에 내 인생의 방점을 두고 합리화하며 찰나의 달콤함을 찾아 갈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고 글을 쓰고있는 지금 순간 만이라도, 진실한 인생에 대한 이성적 고찰을 해야하만 한다. 고통스러운 일이지만, 그것만이 내 삶을 의미 있게, 나의 의지로 채울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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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다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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