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우울함을 달래주는 노래 [음악]

Liability와 어리광
글 입력 2020.12.03 0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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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함



사람의 기분은 시시각각 변한다. 아침에 알람을 못 듣고 늦게 일어나서 짜증이 나다가도 아침으로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고, 간발의 차로 스크린도어가 닫히면 화가 나다가도 다음 지하철에서 자리에 앉으면 신난다.


상황에 따라서만 변하는 것도 아니다. 자기 전 가만 침대에 누워서도 사람의 기분은 시시각각 변한다. 좋아하는 사람을 떠올리면 입꼬리가 올라가고, 과거에 저질렀던 실수를 생각하면 기분이 가라앉는다.


내게 오래 머무르는 감정이 있다. 우울함이다. 내 우울은 스펙트럼이 넓다. 아무 이유 없이 눈물이 나는 것도, 지독한 무기력에 휩싸여 아무것도 못 하는 것도, 몇 페이지나 되는 긴 일기를 휘갈기는 것도, 지금 속해 있는 모든 곳에서 빠져나오고 싶다는 충동을 느끼는 것도 내게는 전부 우울이었다.


그럴 때 스스로 내리는 처방 중 하나는 노래를 듣는 거였다. 이미 정해진 몇 가지 후보 중 하나를 골라 몇 시간이고 반복해서 듣고 있으면 기분이 나아진다. 플러스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마이너스에서 제로가 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물론 한 가지 주의 사항이 있다. 우울할 때마다 어떤 노래를 듣는다면, 나중에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 노래를 들으면 그때의 우울함이 떠오른다. 노래가 순간을 기억하고, 감정이 노래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난 이걸 노래가 오염된다고 표현하는데 그런 노래가 있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일단 우울함에서 헤어 나와야 그다음도 있지 않겠는가.


그리고 시간이 흘러 예전의 우울함에 가라앉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결국 그 또한 추억이다. 그 땐 그랬었지, 하고 과거의 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내게 그런 노래는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이다. 고등학생 때 힘들 때마다 듣던 노래인데, 고등학생이 지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그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그때의 감정이며 기억이 올라와 힘들었다. 하지만 이제는 고등학생 때를 추억할 수 있는 노래다.


내가 우울할 때 듣는 노래 두 곡을 조심스레 추천하고 싶다. 감정이란 언제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것은 없으니까 누군가에겐 이 노래가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잃어버린 조각을 찾은 것처럼 꼭 맞을 수도 있으니까, 언젠가 우울한 밤에 한 번쯤 들어보시길 바란다.




Lorde - Liabil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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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rde가 부른 Liability는 두 번째 정규앨범 Melodrama에 수록된 곡으로 2017년 발매됐다. 앨범커버부터 우울한 파란색이 돋보이며 여자가 침대에 누운 채 이쪽을 올려다보고 있다. 마치 말이라도 거는 듯한 모양새다. 나는 이렇게 우울한데 너는 어때, 하고.


Liability는 골칫거리를 뜻한다. 자기비하와 비난은 내게 익숙한 종류의 것이었다. 나 자신을 사랑해야지, 구박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내가 지정한 목표나 이상에 다다르지 못할 때 나를 탓하는 것이 가장 쉽고 간단했다.


실수나 잘못을 저질렀을 때도, 남이라면 그렇게 심하게 비난하지 않았을 텐데도 유독 나에게 모질게 구는 경우가 많았다. 우울함에 빠져있을 때는 내가 골칫거리고, 내가 문제라는 생각에 괴로웠다. 그럴 때 이 노래를 들으면 힘내라고, 괜찮다고 말하는 게 아닌데도 위로가 됐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게 나 혼자만이 아니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공감에서 오는 위로, 내게 필요한 건 그거였다.


가사를 보면 ‘You're a liability (너는 골칫거리야)’가 먼저 나오고, 그 뒤에 ‘I'm a liability (나는 골칫거리야)’가 나온다. 모두 나를 손가락질해도 한 사람만 나를 믿어주면 세상은 견딜만하다. 그 한 사람은 당연히 나 자신이다. 하지만 결국 내가 남들과 함께 나를 비난하게 될 때, 그 순간이 가장 아프다.


신나고 기분이 좋을 때 굳이 이 노래를 들어서 기분을 가라앉힐 필요는 없다. 제목에서 드러나듯 노래 자체가 자신을 비난하고, 괴로워하는 내용이니까. 하지만 만약 이런저런 생각에 수심이 깊어 잠 못 드는 새벽이 있다면, 그때는 이 노래를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혼자 우울해하는 건 너무 외로우니까. 물리적으로 아무도 곁에 있지 않다고 하더라도, 지구 반대편의 모르는 누군가가 언젠가 불렀던 노래만으로 외롭지 않고, 괜찮아질 수 있다. 신기한 일이다.




이에(yie) - 어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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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밴드 이에(yie)가 부른 노래로 정식 발매가 되지 않았다. 유튜브에서 검색하면 들어볼 수 있다. 이 노래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 보컬 등 많은 것이 모여 만들어지나, 나는 특히 가사가 좋았다.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표현해주는 가사 한 구절로 그 노래나 가수를 사랑하게 된다.


노래 가사 중 ‘타고 태어난 슬픔은 못 고치는 거라며 울어도 된다 말하던’이란 구절이 있다. 내 우울은 이유가 없을 때가 많았다. 객관적으로 우울할 상황이 아님에도 우울한 나 자신이 한심하고 멍청하게 느껴지곤 했다. 아무 문제도 없고, 다 잘되고 있는 상황에도 괜스레 울적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고,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에 더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 내게 괜찮다고 말해준 노래가 그 구절이었다. 나의 우울은 ‘타고 태어난 슬픔’이고, 그건 ‘못 고치는 거’니까 내가 혼자서 삼켜낼 수 있는 감정이 아닌 거다. 그러니 나는 ‘울어도 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방 안에서 혼자 견뎌내던 감정을 어루만져주는 노래는 흔치 않고, 그래서 나는 이 노래가 좋았다.


물론 작사가의 의도와 다를 수 있다. 이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닐 수 있으며, 일부분을 내가 보고 싶음 모습으로 잘라내 왜곡해서 확대해석하는 걸 수도 있다. 당장 내가 좋아하는 구절만 해도 그 뒷부분은 ‘타고 태어난 슬픔은 못 고치는 거라며 울어도 된다 말하던 널 보내야겠네.’이다. 노래는 전반적으로 떠나간 연인을 떠올리고 그리워하며 다른 사람을 찾지 않겠다는 내용이지만, 나는 구절 하나에 과하게 의미 부여를 하며 이 노래를 사랑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노래가 세상에 나온 이상, 사람마다 그것을 다르게 받아들이고 감동하고 위로받는다면 그것으로 괜찮지 않을까. 모든 문화 예술을 꼭 만든 이의 의도대로 해석하고 이해할 필요는 없다.

 

*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우울한 노래를 듣는 것은 결국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누군가 내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 나도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있는 것, 그 자체로 위로받을 수 있다. 결국 나는 혼자가 아니고, 이건 나만 느끼는 감정이 아니다. 그러니까 괜찮다. 혼자가 아닌 우리는, 밑도 끝도 없이 가라앉게만 되는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다.


원래 나는 듣던 노래만 주구장창 듣는 타입이다. 내가 좋아하는 가수가 아니라면 신곡이 나왔다고 따로 챙겨 듣지도 않는다. 내가 새로운 노래를 접하게 되는, 플레이 리스트가 새로 업데이트되는 경우는 친구가 노래방에서 부른 노래가 마음에 들 때다. 하지만 코로나가 길어지며 노래방을 가지 못하게 되니 이제 정말 듣던 노래만 듣는다.


혹시 나와 같은 타입이 있다면, 속는 셈 치고 내가 추천한 노래를 한 번 들어보길 바란다. 이 글이 당신이 새로운 노래를 접하고 마음에 드는 노래를 찾는 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사진자료:

유튜브 공식 아티스트 채널

유튜브 HR pic.

 

 

 

에디터 안우빈.jpg

 

 



[안우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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