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진짜 나를 마주하기 위한 작은 발걸음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글 입력 2020.11.30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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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제목을 딱 듣고 나에게 필요한 책이라 생각하여 바로 향유하였다. 당시의 나는 내 능력과 성격,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에 대한 회의감으로 자존감이 굉장히 낮아져 헤매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굉장히 바쁜 시기상, 나에게 마음의 여유를 줄 수 있는 방법을 도무지 찾을 수 없었다.

 

시간적인 여유, 정신적인 여유 모두 잡지 못한 나였지만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여서 어떻게든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였다. 그중 하나가 이 책을 읽는 것이었다. 물론 시간에 쫓겨 느릿느릿 책을 읽어 나가긴 했지만, 확실히 나에게 특정한 형태의 숨구멍이 되었다.

 

이 책은 김용은 수녀님의 이야기다. 수녀님과 수녀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가 옴니버스 형식으로 나열되어 있는 이 책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나에게 가르침을 준다. 하지만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간단하였다. ‘타인의 기준에서가 아닌 나의 시선으로 진짜 나를 바라보기’. 머리말을 읽으면 더욱더 와닿는 문구였다.


 

잘 하고 싶었다. 어쩌면 꽤 괜찮은 사람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그러다 낸 욕심 때문에 방황하고 공격하고, 결국 더 괜찮지 않은 사람이 되고 말았다며 아우성이다. ... 진짜 자신을 드러내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이 들추어내면 수치스럽지만 나 스스로 드러내면 평온하다. 용기가 조금 필요할 뿐이다. 나의 경험이 이 진실을 말해 준다.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머리말

 

 

얼굴도 모르는 수녀님에게 이렇게 처음부터 위로를 받으며 나의 독서는 시작되었다. 이야기들은 모두 친근하게 쓰인, 사람 냄새가 가득한 글들이었다. 그 때문에 한 사람이 깊게 느끼는 감정이나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 그 사이의 감정들에 대해서 양껏 읽었다. 그리고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다양한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사는 것은 필수적이면서도 굉장히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고려해야 될 것도 많고 잘하고 싶은 마음도 크다. 그럼 나 자신의 마음은 어떤가? 내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꽤 어려운 일이다.

 

차근차근 외로움, 분노, 사랑, 상처 등의 감정 이야기들을 읽으며, 사람 사는 것이 참 다채로우면서도 어렵고, 어렵지만 단순히 미워할 수도 없는 복합적인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인생에는 슬픔이나 고통도 있지만 분명히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고, 그런 과정에서 마주치는 선물들도 있다.

 

그렇게 다양한 사색을 하며 책을 읽다 맞닥뜨린 가장 인상적인 이야기는,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는 내가 나에게 해주고 싶은 직접적인 이야기이기도 했다.

 

 

보이는 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내 영혼을 담은 마음은 방치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 우울과 슬픔, 분노와 불평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으로 기쁘지 않은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면 분명 ‘마음의 비만’일 텐데 말이다. ... 아무리 최고의 능력으로 그 무언가를 해내었다 하더라도 누군가로부터 받는 ‘인정’에 집착하는 순간 성취한 것보다 더 공허해 질 때가 있다. 역설적으로 마음이 무겁고 아플 때 돌아가야 할 곳은 아픈 마음, 바로 그 지점인 것 같다. 마음의 무게를 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 <나는 정말 괜찮은 사람이어야 할까>

 

 

맞다. 지금 나의 시기가 딱 이런 시기이다. 마음의 무게가 굉장히 무겁고, 다른 사람들에게서 받는 인정에 집착을 한다. 잘 하고 싶지만 잘 안될 때 자기혐오는 극에 달한다. 이렇게 마음이 비대해질 때, 수녀님은 자신만의 시간을 고요한 침묵 속에서 보냈다고 한다. 그런 침묵에 자신을 온전히 맡겼을 때 마음이 가볍고 기뻐졌다고 말씀하신다.

 

나는 확실히 침착할 필요가 있었다. 지금까지 너무나도 마음을 방치해 왔었다. 아직 남은 일들이 많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마음의 무게를 돌아 보지 않는다는 것은 더욱더 나를 짓누르는 방법이었다.

 

에필로그에서는 한 호스피스 간호사의 이야기가 나온다. 시한부 환자들이 죽음 직전에 가장 후회하는 것에 대한 일화였는데, 대부분 가장 후회되는 것이 자신에게 진실한 삶을 살 수 있는 용기가 없었던 것이라고 말하였다고 한다. 이는 진짜 나를 숨기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맞추어서 꾸역꾸역 살아간 것에 대한 후회였다.

 

이렇게 진짜 나를 마주하고, 자기 자신을 속이지 않고 사는 것은 너무나도 중요한 인생살이의 방식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떻게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성공의 척도가 너무 명확한 이 시대에 진짜 나로 살아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시한부 환자분들도 알고는 있었지만 현실 때문에 실천을 못한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아주 작은 것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이 책을 읽은 후에,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기 위해 잠깐 산책을 나갔던 모습처럼 말이다.

 


[노지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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