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마음의 휴식 한 장, 일기쓰기

글 입력 2020.11.30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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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기사를 봤다. 한라산에서 2020년 첫눈이 관측되었다고 한다. ‘올해도 다 갔구나’라는 마음으로 줄곧 쓰던 일기장을 다시 폈다. 그냥, 2020년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았는지 궁금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이 들 때면 일기장을 펴곤 했다. 그리고는 일기장에 나의 감정을 쏟아냈다. 마음의 쓰레기를 글로 표출했다. 그래서 일기장 분량을 보면, 그 기간에 내가 어땠는지를 어렴풋하게나마 알 수 있다. 분량이 많을수록 불안하고, 분하고, 또 속상한 일이 많다는 것이니까.

 

예상치 못했던 코로나 때문인지, 졸업을 유예했다는 신분 때문인지, 2020년 일기장 분량은 다른 기간보다 유독 많았다. 요즘도 하루에 열두 번씩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걸 보면, 놀라운 일도 아니다. 그저, 잘 버텨냈다고 과거의 나를 대견하게나마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속상한 일이 있을 때면 늘 친구에게 전화했었다. 카톡으로 전하기엔 손가락이 아팠고, 작은 자판으로 나의 마음을 옮겨 닮을 수 없었다. 하지만 전화로 내 감정을 표출하던 것도 잠시, 어느샌가 친구와의 전화는 감정 쓰레기를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변질된 것 같았다. 내게 고마운 사람들이 내 감정에 잠식되는 것이 미안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방법을 시도해봤다. 노래방에 가서 혼자 1시간 이상 노래를 부르기도, 오락실에서 실컷 총싸움하기도, 밤거리를 전력 질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방법들은 순간의 기분만 즐거워질 뿐, 그 후에는 더 복잡한 감정들이 밀려들어 왔다. 감정의 응어리를 풀기보다, 그 응어리를 가만히 덮어둔 채, 그 위로 다른 즐거운 일을 쌓는 주먹구구식의 방식을 취했다. 당연히 본질적인 원인이 풀리지 않았으니, 후폭풍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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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친한 친구 중 한 명이 일기를 추천했다. 그 친구는 ‘감사 일기’를 썼는데, 한 번 두 번 쓰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그래서 친구를 따라 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친구와 같은 ‘감사 일기’가 아닌 ‘분노 일기’를 시작했다.

 

처음 들었던 ‘이게 도움이 될까?’라는 생각도 잠시, 어느샌가 해방감이 들었다. 의식의 흐름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쏟아내던 일기 역시 차차 시간이 쌓이며, 보다 긍정적으로 마무리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감정을 추스르기 위한 희망적인 말이 글의 말미로 늘 자리 잡았다.

 

글을 쓰는 순간에 희망을 주고자 했던 구절은 꽤 힘이 컸다. 그 당시는 물론, 이후 일기를 한 번씩 읽어볼 때마다 내게 희망을 주었다. 과거의 내게 위로를 받는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를 해치지 않고서도 충분히 나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래서 요즘에도 부정적인 감정이 들 때면 일기장을 처음으로 찾곤 한다. 일기를 쓰며 내가 불안한 이유 등을 생각하며 적고, 벗어나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해야 할지 늘 생각해본다. 비단 생산적인 노력을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내게 초코케이크를 사준다던가, 버스를 타고 경치가 좋은 유원지로 간다든가 하는 행동을 말이다. 아마 내게 제일 필요했던 정서적 위로를 주곤 했던 것 같다.

 

한 번씩 우리는 ‘준비생’의 처지에 놓여있을 때 늘 약자로 자리한다. 좋은 음식을 먹을 때도, 좋은 영화를 볼 때도, 혹은 친한 친구를 만날 때도 ‘내게 이럴 시간이 있나?’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그런 생각들이 나의 마음을 갉아먹는지도 모르는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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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은 하되, 용쓰지 말자” 요즘 늘 되뇌는 구절이다. 예전 수영을 다닐 때, 같은 반 회원님이 내게 말해줬던 말이다. 그때 나는 평영을 배우고 있었고, 마음대로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그래서 온몸에 힘이 더 들어갔고, 다른 유형보다 평영을 할 때면 체력이 더욱 빠지는 듯했다.

 

이런 이야기를 같은 반 회원님이었던 한 어머님께 말씀드리자, 어머니는 “너무 용쓰지 말아.”라고 하셨다. 그 당시에는 어떤 말씀을 하셨는지 정확하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시간을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너무 전력 질주를 하지 말라는 것. 현재의 괴로움을 꾹 참고 외면하지 말라는 것. 바로 그것이었다.

 

어쩌면 내게 일기는 내게 숨통을 틔워주는 도구였을 지도 모른다. 용쓰는 기간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툴툴 털어내고, 내게 정서적 위로를 주던 도구였으니 말이다. 이제 12월이다. 다가올 2021년에는 괴롭지 않더라도, 일기를 주기적으로 쓰며 내 마음을 더 잘 살펴야겠다.

 

 

 

★ 한유빈 컬쳐리스트.jpg

 

 

[한유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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