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두 할머니에게 시작된 새로운 삶 -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글 입력 2020.12.01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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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시골 마을, 오랫동안 한 집을 지키고 살던 할머니 박복녀는 세 마리의 반려동물 몽, 냥, 꼬와 여느 때와 같은 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어디선가 갑자기 들이닥친 도시 할머니 지화자로 인해 박복녀의 일상은 떠들썩해지기 시작한다.

 

알록달록한 옷차림에 꽃무늬 스카프를 두른 지화자는 박복녀의 집이 자신의 아들의 집이라고 우긴다. 아들에게서 온 편지의 주소가 박복녀의 집으로 적혀 있었던 것. 박복녀는 아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지화자를 내쫓기 위해 애를 쓰지만, 결국 그녀의 아들을 찾기 위해 함께 나선다.


창작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잘 짜인 극본과, 그 위에 깔린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노래 실력으로 관객들을 몰입시킨다. 또한 알찬 공간 활용을 통해 빈틈 없이 꽉 찬 무대를 보여주었다는 점 역시 인상적이었다.

 

능청스럽고 정감 있는 사투리와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개그 코드로 유쾌한 분위기를 이끌다가도, 진정성 있는 연기를 통해 인물들의 심정을 관객들에게까지 전하여 감동의 눈물을 자아낸다.

 

 

 

식구(食口)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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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하고 무뚝뚝한 박복녀, 막무가내에 천진난만한 지화자, 그리고 개와 닭과 고양이. 결국 이들은 식구가 된다.

 

식구(食口)란, 사전적으로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을 의미한다. 식구가 되기 위해 갖추어야 하는 정해진 형태나 조건은 없다. 함께 일상을 공유하며 마주 앉아 밥을 먹는 것, 서로의 편에 서서 매일을 살아갈 힘을 보태주는 것만으로도 식구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어느 형태라도, 혹은 어느 누구하고도 식구가 될 수 있다는 점은 나에게 위로가 되었다. 식구는 가족과 비슷하지만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혈연이 아닌 '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일자리를 구하고, 앞으로 예측할 수 없는 삶을 보내며, 나는 과연 어떤 모습의 식구를 꾸리게 될까.

 

마음이 맞는 친구와, 혹은 반려동물과, 아니면 부모님이나 형제자매와 함께 살게 될 수도 있다. 박복녀와 지화자의 식구들은 내가 그리는 식구의 모습에 대해 다시 한번 상상해볼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고, 결혼이나 육아처럼 사회에서 통상적으로 여겨지는 길을 반드시 따라가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물론 식구를 꾸리지 않고도 혼자 살아갈 수 있다. 오늘날과 같은 각자도생 사회에서도, 사람들은 뭉치기보단 뿔뿔이 흩어지는 경향이 이전보다 강해졌다. 하지만 혼자 살아가는 힘만큼 함께 살아가는 것의 중요성 또한 사회에서 나날이 강조되고 있고,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는 함께 하는 공동체의 소중함을 더욱 일깨워준다.

 

 

 

여전히 아름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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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해마다 봄이 오는 게 신기해. 앞으로 우린 몇 번이나 봄을 볼까?”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해도, 남은 인생을 충분히 행복하게 누릴 권리가 모두에게 있다. 오래전 자식을 잃고 홀로 살아온 박복녀와 아들에게 버림받은 지화자는 매년 다가오는 봄을 언제까지 맞이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나이가 많아도 이들은 여전히 아름답고, 남은 삶 또한 소중하다.

 

우리 사회는 여전히 노인 계층에게 소홀하다. 사회의 가장자리로 밀려나, 아무도 모르는 사이 남은 생을 마무리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또한 요즘처럼 점점 추워지고 겨울이 다가오는 때에는 취약계층의 고독사 역시 우려된다. 하지만 우린 모두 같은 사회 공동체의 일원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돌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이가 들었다 해서 소외되고 방치된 삶을 살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지 더 나은 삶을 꾸려갈 수 있다. 박복녀와 지화자가 서로의 삶에 들어와 큰 변화가 되어주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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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구를 찾아서
- 食口의 의미를 찾아서 -


일자 : 2020.11.20 ~ 2020.12.27

시간
금 8시
토,일 5시
월-목 공연 없음
 
*
12.24 목 8시
12.25 금 4시, 8시

장소 : 더줌아트센터

티켓가격

전석 66,000원

 
제작
극단 오징어
 
후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더줌아트센터

관람연령
초등학생이상 관람가

공연시간
1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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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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