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올해 긴 여정을 달려온 당신을 응원하며 [음악]

글 입력 2020.11.27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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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것

끝난 뒤엔 지겨울 만큼

오랫동안 쉴 수 있다는 것

 

달리기 - 윤상

 

 

아침에 배가 고파 베란다 문을 열고 나갔다. 잊고 있던 겨울의 향기가 산뜻하게 코끝에 살랑살랑 와닿는다. 약속 없이 딱히 밖에 나갈 일이 없어서 집에만 있던 나와 달리 꾸준히 변하고 있는 계절, 베란다 문을 여는 것만으로도 겨울을 느낄 수 있다니 새삼 설레는 마음이다.


겨울이 온 것은 몇 주 전부터 느끼고 있었다. 10월까지는 달력이 십의 자리를 보여줘도 아직 가을의 따스함이 창밖에 서 있는 나무에 빨간 단풍으로 남아있어서인지 괜찮았다. 11월이 되고 나니 기온도 놀라보게 내려가고 요즘 자는 동안 추위에 뒤척이는 날들이 늘어나니 진짜 겨울이 왔구나, 2020년도 끝나가고 있구나를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겨울이 사실 반갑지만은 않다. 조금 낮은 온도에서 잠이 더 잘 오는 나는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옮겨가는 시기에 긴 기장의 옷들로 몸을 따뜻하게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베란다에서 느낀 나의 설렘은 따뜻하게 지킨 몸과 달리 무방비한 얼굴에 찬 바람이 닿으며 나는 은은한 겨울 냄새가 좋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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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온 추위와 함께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가 또 있다. 매년 간절한 마음으로 11월 하루를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수험생들이 주인공이 되는 날. 바로 수능이다. 2016년부터 11월 셋째 주 목요일에 치러지던 수능은 11월 추위와 함께 연관되어 떠오르는 겨울 단어이다. 수능일이 되면 유독 기온이 낮아져서 '수능 한파'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이다.


수능을 지겹게 경험한 학생으로,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12월 수능을 준비하고 있는 수험생과 수험생은 아니지만 하루를 열정적으로 살고 지친 마음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노래들을 소개하고 싶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아래 곡들을 들으며 다시 내일을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길 바란다.


 

 

Good Job - 스텔라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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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Job'은 '스텔라장'이 올해 4월에 발매한 정규 앨범 'STELLA I'의 9번 트랙이다.

 

스텔라장은 앨범 소개를 통해 자신을 몰아붙이는 데에 익숙해져서 나를 칭찬하는 일에는 인색한 우리를 응원하는 곡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나는 이 곡을 음원이 발매되기 전, 작년 연말 공연에서 선공개 라이브로 처음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가사임에도 노래에 담긴 메시지가 마음으로 차분히 전달되는 곡이었다.

 

 

I did a good job

수고했다고

더 잘 할 수 있었단 말로

채찍질하지 마

 


올해 수험생들에게 가장 먼저 이야기해주고 싶은 것은, 11월 겨울이 다시 오기까지 긴 시간 동안 정말 수고가 많았다는 것이다. 쉬운 수험생활이란 없겠지만 2020년 한 해는 유독 충실히 살아가기 힘든 날들이었다.

 

공부 시간과 휴식 시간의 뚜렷한 구분없이 하루 편하게 밖에 나가 뛰어놀 수 없는 상황에서,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겨울을 맞이했다는 것만으로도 'Good Job'이다. 하루하루 각자의 속도로 충실히 살아온 수험생 모두가 멋진 사람이니, 남은 날들 스스로 자책하지 말고 자신감을 갖길 바라는 마음이다.

 

 

 

Good Bye - 베란다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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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od Bye'는 2010년에 발매한, 기타리스트 이상순과 싱어송라이터 김동률의 프로젝트 '베란다'의 첫 앨범 'day off'의 8번째 수록곡이다.

 

제목 'Good Bye'에 맞게 이 곡은 지난날들과 마지막 인사를 하고 있다. 헤어지는 인사라고 하면 괜히 슬픈 장면이 먼저 떠오르지만, 지난날과 헤어짐이 있다면 앞으로 펼쳐질 새로운 날과 만남이 있다. 노래는 끝이라는 메시지보다 앞으로 펼쳐질 수 있는 찬란하고 빛나는 미래를 희망으로 노래하고 있다.

 

 

Good Bye

Oh, Good Bye

이 한 걸음 또 한 걸음 뜨겁게 걷자

언젠가 더 찬란할 우릴 위해

 

 

아이가 성장하면서 넘어야 하는 많은 산이 있다. 우리는 인식하지 못한 채 이미 수많은 고난을 넘어왔다. 처음 말을 하고, 두 발로 서고, 글자를 읽고. 그렇게 성장하여 어느덧 스스로 학습할 수 있게 된 아이가 처음 인식하는 높은 산은 수능이라고 생각한다.

 

처음이라 두려울 수도 있고, 잘 준비가 된 건지 걱정이 될 수도 있다. 시험을 앞둔 지금 두렵고 걱정을 느낀다면 그만큼 많은 준비를 했다는 의미고, 그만큼 인상 깊고 눈부시게 멋진 지난날을 보냈다는 의미다.

 

열심히 살았던 지나간 날들을 믿고 이제 남은 시간을 한 걸음, 한 걸음 찬란하게 그려보는 건 어떨까.

 

 

 

Everything is OK (With Antenna 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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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verything is OK'는 2005년에 발매한 페퍼톤스 1집 'Colorful Express'의 12번째 수록곡으로 세상에 처음 알려졌다.

 

오늘 소개할 음원은 원곡이 아닌 올해 공연을 보지 못하고 집콕을 하던 팬들을 위해 '안테나 뮤직'에서 진행한 2주간의 릴레이 라이브 스트리밍의 메인 테마곡이다.

 

페퍼톤스 원곡을 '안테나 뮤직' 소속 가수들 모두가 한마음으로 부른 버전으로 원곡과는 다르게 다양한 목소리로 불린다. 미래를 알 수 없는 답답함에 힘겨웠던 수험생 시절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모든 것은 괜찮다' 말해주는 것이 좋아 실제로 수능을 앞두고 내가 자주 들었던 곡의 새로운 버전이다.

 

 

쉼 없이 달려온

기나긴 이 길 위에

한 번쯤은 우리를

둘러싼 이 모든 걸

가볍게 웃을 수 있다면

 

 

가사를 처음부터 집중해서 듣다 보면 수능을 앞둔 수험생들의 마음을 아는 듯, 위로하고 응원해 주는 것 같다.

 

작년 수능이 끝난 후로 계속 달려온 전국 수험생들이 이제는 결승선을 앞두고 있다. 수능은 다른 중고등학생 때 경험한 다른 시험들과 달리, 집중해서 공부하는 기간이 길게는 12달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마라톤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쉼 없이 달려온 지난 겨울, 봄, 여름과 가을 그리고 다시 겨울이 온 지금. 남은 날들 지치지 않고 건강하게, 지금껏 준비한 만큼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가볍게 웃음 지을 수 있길 바란다.

 

 



[정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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