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해골들과 함께 춤을! [음악]

글 입력 2020.11.26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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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음악의 팬이 아니어도 ‘죽음의 무도’는 한 번쯤 들어봤을 만한 곡이다.

 

특히 이 곡은 우리나라에선 김연아 선수의 쇼트 프로그램 음악으로도 유명하다. 죽음의 무도는 프랑스의 작곡가 카미유 생상스가 1874년 작곡한 교향시로 1875년 파리에서 초연이 이루어졌다. 이는 생상스의 여러 교향시 중 가장 좋은 평가와 대중의 환호를 받은 곡이다.

 

여기서 교향시(Symphonic poem)란 교향적 (합주, 오케스트라)과 시라는 두 가지 개념이 합쳐진 것으로 주로 시, 회화에서 영감을 얻는 음악의 한 장르다. 따라서 교향시는 마치 시처럼 음악을 통해 하나의 그림을 연상시킬 수 있어야 했다.

 

 

[크기변환]프랑스 죽음의무도.jpg

 

 

생상스는 프랑스 시인 앙리 카자리스의 시에서 영감을 받아 죽음의 무도를 작곡했다. 앙리 카자리스의  《착각》(l'Illusion)에 수록된 〈평등, 박애...〉(Égalité, Fraternité...)를 살펴보자.

 

 

《착각》 - <평등, 박애>


                 앙리 카자리스


지그(Zig), 지그, 지그! 죽음의 무도가 시작된다.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은,

한 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지그, 지그, 재그, 바이올린 선율을 따라,

겨울 바람이 불어오고 밤은 더욱 깊어만 가며,

린덴 나무로부터는 신음소리가 들려온다.

하얀 해골이 자신의 수의를 펄럭이며,

음침한 분위기를 가로질러 나아간다.

지그, 지그, 지그, 해골들은 껑충껑충 뛰어다니고,

춤추는 뼈들이 부딪히며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끼 위에 앉은 음탕한 연인은,

기나긴 타락의 희열을 만끽한다.

지그, 지그, 지그, 죽음은 계속해서,

자신의 악기를 할퀴며 연주를 한다.

(중략)

쉿! 수탉이 울자,

갑자기 춤은 멈추고 어디론가 사라지기 시작한다.

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이여!

죽음이여 영원하라!

 

 

시인은 ‘발꿈치로 무덤을 박차고 나온 죽음’, ‘죽음은 한밤중에 춤을 추기 시작한다’, ‘죽음은 계속해서 자신의 악기를 할퀴며 연주를 한다’는 구절에서 죽음을 의인화한다. 죽음은 인간으로 형상화되어 인간처럼 행동하고, 춤추고 연주한다. 별거 아닌 것 같아 보이지만 이 구절에는 유령, 죽은 자들도 인간처럼 똑같이 즐긴다는 생각이 반영되어 있다.


심지어 ‘죽음이여 영원하라!’는 마지막 문장에서는 죽음을 찬양하는 모습이 보인다. 동시에 ‘기나긴 타락의 희열’, ‘불행한 세계를 위한 아름다운 밤’ 에선 미지의 세계인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경외심도 보인다.

 

 


 

오케스트라 곡을 들어보면 도입부는 하프의 스타카토로 시작함으로써 유령들에게 밤 12시를 알린다. 바이올린 선율은 죽음의 악마를 상징하고 스페인풍의 왈츠 리듬은 악마들의 짓궂은 분위기를 형상화한다. 아르페지오는 악마가 축제를 벌이는 고요한 밤, 겨울바람을 묘사한다.

 

곡이 전개될수록 왈츠의 분위기도 고조되고 해골들은 광란의 춤을 춘다. 하지만 죽음의 무도가 한참 무르익을 무렵, 수탉의 울음소리를 묘사한 오보에의 스타카토가 등장하면서 해골들의 축제는 황급히 끝난다.

 

 

[크기변환]1771년_러시아_모스크바에_창궐한_페스트.png

 

 

죽음의 무도가 등장한 배경은 중세시대 페스트와 연관이 있다. 14세기 유럽에선 페스트가 대유행했고 인구의 1/5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과학이 발전되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왜 다른 사람들이 죽는지, 어떤 병인지, 어떻게 전염되는지를 전혀 알지 못해 매우 혼란스러워했다. 몇몇은 페스트가 신이 내린 천벌이라고 생각해서 속죄의 의미로 자신의 몸에 채찍질하거나 새의 부리처럼 생긴 마스크를 쓰기도 했다. 그래도 효과가 없자 당시 소수민족이었던 집시, 유대인들을 탓하며 고문하거나 학살하기도 했다.


페스트가 사그라들자 생존자들은 예전과는 전혀 다르게 생각하게 된다. 신이 인간을 지켜 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종교 중심의 세계관에서 차츰 벗어난다. 이와 동시에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죽음을 삶의 일부이자 보편적 현상으로 여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죽음의 무도 이야기에는 해골이 되어버린 한때의 황제, 왕, 젊은이,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등장한다. 한때는 권세를 누렸던 황제도, 젊었던 청년도 아가씨도 언젠간 죽는다.

 

이후 유럽에선 해골이 된 유령과 악마가 무덤 위에서 함께 춤을 춘다는 전설이 구전되어 내려왔다. 이 전선을 반영한 미술작품, 문학들이 많이 창작되어 ‘죽음의 무도’라는 한 분야가 형성되었다.

 

낭만주의에선 죽음을 훌륭한 소재로 여겼다. 따라서 20세기의 많은 작곡가가 죽음을 소재로 음악을 작곡했는데 리스트는 생상스보다 무려 30여 년 먼저 죽음의 무도를 작곡했다. 그러나 리스트조차도 생상스의 곡을 듣고 감동하여 피아노 솔로로 편곡하며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를 더욱 널리 알리는 데 도움을 주었다.

 

 

[크기변환]그림0.jpg

 

 

현재에도 죽음은 여러 가지 예술에 반영되어 있다.

 

웹툰 <신과 함께>,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 영화 <코코> 등 인간은 항상 사후세계를 궁금해하면서도 두려워한다. 사후세계의 이미지를 살펴보면 사람들이 죽음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미국 드라마 <굿 플레이스>는 주인공이 사후세계에서 눈을 뜨고 천국 설계자에게 인생을 칭찬받지만, 설계자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착각했다는 것을 눈치챈다. 주인공은 굿 플레이스(천국)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내용이다.

 

영화 <코코>는 죽은 자들의 세상에 들어간 소년이 죽은 가족들을 찾아 이승으로 돌아오고자 하는 내용을 담았다. <코코>는 죽음의 무도와 비슷한 분위기가 난다. 죽은 자들은 슬퍼하기 보다는 노래하고 춤추며 이승 사람들보다 더 활기차고 밝게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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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현대 사람이 생각하는 사후세계가 밝고 활기찰 수 있는 이유는 과학과 의학의 발전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어떤 이유로 사람이 죽는지 알 수 없었고, 지금은 손을 씻어서 예방될 병으로 쉽게 죽곤 했다. 죽음이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과 의학의 발전만이 두려운 죽음에 맞서는 해결방법은 아니다. 오히려 기술이 발전하면서 현대 사람들은 죽음을 피할 수 있는 것, 피해야 하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한편, 중세시대 사람들은 죽음을 체념하면서 오히려 두려운 대상이었던 죽음을 즐길 수 있었다.


많은 사람이 죽었기에 오히려 죽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즐기기 시작한 역사는 아이러니같아 보인다. 이런 아이러니함이 섬뜩하면서도 재기 발랄한 악상, 또 하나의 아이러니로 재탄생했기에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는 많은 사람의 환호를 받을 수 있었으며 현재까지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오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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